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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현 디디

케모너(118.32) 2014.04.23 21:48:43
조회 81 추천 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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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름이 뭐라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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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

 

기현은 디디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놀림 당하는 느낌이라고 보면 정확할 것이다.

아닌 밤중에 찾아온 불청객이긴 하지만, 같은 수인인 만큼 뭔가 대접할 거리가 필요했다.

다짜고짜 문을 두드린 어린 수인은 불평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있었다.

가만히 살펴보면 이 꼬마가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아챌 수 있었다. 온몸 여기저기에 얼음 덩어리같은 보석들을 달고 있는데다, 마치 중세시대 귀족 같이 화려한 옷을 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목이 말라.”

 

조금만 기다려.”

 

아직 티백을 넣을 수 있을 정도로 물이 끓지 않았다. 찬장을 아무리 뒤져봐도 몇 달 전에 다이어트 용도로 사놓은 마테차 밖에 없었다.

 

끓일 필요 없어. 그냥 물을 줘.”

 

수돗물이라서 한번 끓여야 해.”

 

기현은 귀찮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디디는 신줏단지 모시듯 지팡이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눈이 게슴츠레 한 것이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어디 아파?”

 

“...”

 

디디는 대답 대신 고개를 저어보였다.

기현은 티백을 주전자에 넣고 젓가락으로 휘휘 저었다. 진한 마테향이 물 아래로부터 천천히 솟아올라왔다.

기현은 차가 순조롭게 끓는 것을 확인하고, 지난번에 선물 받은 찻잔 두 개를 찬장에서 꺼냈다. 손잡이부분이 이가 나간 컵은 왼쪽으로 밀어두고, 멀쩡한 찻잔에 마테차를 한가득 부었다. 젓가락이 주전자 속에서 계속 달그락 거렸다.

기현은 귀찮은 표정으로 젓가락에 손을 내밀었다.

 

, 뜨거!”

 

기현이 단말마를 내지르며 젓가락을 내던졌다.

끓는 물 속에 한참동안 들어가 있었으니 당연히 뜨거워졌을 터였다.

그렇잖아도 붉은 피부가 약간 더 붉게 부어올랐다.

 

“...화상이야?”

 

꿈 속에서 헤매는 듯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그냥 조금 데인거야.”

 

손 줘.”

 

?”

 

... 나한테 내밀어 보라고.”

 

아까 전까지만 해도 나름의 위엄을 갖추려고 노력했던 꼬마 수인은, 더 이상 몸을 지탱할 기력도 없어보였다.

기현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털이 복슬복슬한 손이 매끈한 기현의 손 위로 겹쳐졌다.

디디의 손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차가웠다.

 

.”

 

맞댄 손바닥에서부터 따끔한 통증이 느껴졌다.

디디는 잠깐동안 맞닿아있던 손을 거두었다.

 

“...뭐지?”

 

분명히 아까 전까지만 해도 부어올랐던 손이,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했다.

 

“...얼음은 내 권능... 상처를...낫게...하는...”

 

디디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여태 손바닥만 살펴보던 기현은 그제서야 기겁을 했다.

 

, 어어? ”

 

장신구처럼 보였던 결정들은 어느새 물을 뚝뚝 흘리며 녹아내리고 있었다.

큐빅의 일종이라고 생각했는데, 모두가 얼음덩어리였던 것이다.

 

, 너 녹고있잖아?”

 

“...더워....”

 

옷의 장신구뿐 아니라 지팡이의 장식물도 서서히 형체를 잃어가고 있었다.

기현은 어찌할 줄 모르고 전화기를 꺼내들었다.

 

빨리 119라도! 아니, 그 전에 녹아버리면 어떻게 하지?”

 

무능하게 방관하는 와중에도, 생명을 나타내는 듯한 장신구들은 천천히 녹아내리고 있었다.

기현은 일단 디디를 양 팔로 안아들었다.

신음이 터져나올 정도로 디디의 몸은 차가웠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좋았다. 어찌됬건 지금 당장 디디를 구제할 길이 필요했다.

기현은 식탁 위에 디디를 똑바로 눕히고, 냉장고 문을 열어제꼈다.

콩나물, 시금치같은 허섭스레기들을 전부 집어 던지고, 디디가 들어갈 만큼의 공간을 만들었다.

산소가 모자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뇌리를 스쳤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일단 디디가 녹아내리는 것을 막는게 급선무였다.

기현은 디디를 조심스레 냉동실 안에 앉히고 조심스레 냉장고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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