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령공주\'는 해석에 따라 작품이 지닌 참 의미가 거짓 의미로 변할 수 있는 작품이다.
원령공주의 이야기는 아무도 막을 수 없는 대재앙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주인공은 대재앙의 근원을 찾아 모험을 떠나게 되고, 강을 막아 댐을 만들어 생활하는 마을에 도착한다.
이곳은 주인공의 예상대로 재앙의 근원지격인 마을이었다.
영화의 후반부에서는 마을의 촌장이 대표로 나서서 자연의 신을 공격한다.
물론 이런 일을 벌인 댓가는 참혹했다.
사슴신에게서 흘러나온 액체들이 인간들을 몰살시고, 주인공의 활약으로 마을의 전멸만큼은 가까스로 막을 수 있었다.
결론만 놓고 해석하자면 원령공주의 참 의미는 \'인간은 자연을 극복할 수 없다.\'가 될 것이다. 실제로도 작품이 시사하는 교훈은 이러한 해석을 근간으로 두고있다.


하지만 원령공주의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전작을 살펴보면, 참 의미에 대응하는 거짓 해석이 존재할 여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전작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는 인간이 비행선과 같은 발전된 문명을 지닌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인간이 어떠한 반항행위를 하더라도 그들은 자연에게 처참히 짓밟히기만 한다.
이것은 원령공주에서 촌장이 고작 화승총을 가지고 신의 목을 자른 것에 굉장히 대비되는 장면이다.
그 외에도 마을의 구성원들이 \'재앙신따위는 우리가 만든 총으로 없앨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장면에서 인간이 자연에 대항할 수 있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 두 작품이 같은 감독에게서 나왔다는 것을 고려해볼 때, 원령공주가 시사하는 바는 의미심장하다.
\'인간이 자연에 대항할 수 있다. 정도를 넘어서지 않을 정도로 자연을 억누르면 된다\' 라는 참 의미에 반대되는 거짓 해석으로 이해할 여지가 충분히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선술했듯이 인간이 발전된 문명으로 자연을 억누르려고 하는 장면이 작품 전반에 걸쳐서 나타난다.
하지만 원령공주와는 다르게, 이런 발전된 문명을 가지고도 인류는 자연의 공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자멸 직전까지 이르게 된다. 이런 갈등은 주인공의 활약덕분에 극적으로 해결될 수 있었다.
전체적인 내용만 봐서는 원령공주와 크게 다를 바가 없으나, 두 작품 사이에는 치명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원령공주가 해석에 따라 \'인간은 자연을 극복할 구 없다\' 라는 참 의미로 이해될 수도 있으며, \'인간은 자연을 극복할 수 있다. 정도를 넘지 않으면 된다\' 라는 반대 의미로 이해될 수 있는 반면,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그러한 여지를 전혀 남겨두지 않는다.
인간이 자연에게 대항하여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오로지 무력하게 당하기만 한다는 것을 2시간에 걸쳐서 강력하게 강조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면을 대표하는 것이 바로 거신병의 부활 장면이다.
핵폭탄급 위력을 자랑하는 거신병이지만, 몇번 공격을 하고 스스로 자멸하는 장면에서 핵폭탄을 가지고도 자연을 굴복시킬 수 없다는 것을 의미심장하게 드러내고 있다.



어디한번 실컷 놀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