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

이제서야 감이 좀 잡혀간다.

커피향과 음란하게 섞여있던 그 야릇한 냄새의 정체.

최근 며칠간 아침에 막 일어났을 때의 묘한 사정감. 뭔가 아래쪽에 물이 없는 느낌.

가끔씩은 팬티가 이상한 위치에 있기도 하고 말이다.

이것들이 관련이 없지는 않을거라 본다.

회사에서 퇴근하고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도 나는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저 쥐새끼에게 힌트를 줄 수는 없는 노릇이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일어나면 스태미나가 바닥을 친다. 누가 이렇게 만들 수 있을까?

쉽게 정리해보자. 이 집에 사는게 나 빼고 또 누가 있을까?

캠코더의 전원을 눌렀다. 이걸 써보는건 참 오랜만이다. CCTV 용도로 쓰게 될 줄은 몰랐지만.

협탁 위의 여러 물건들 속에 자연스럽게 숨겨놓았으니 아무도 눈치채지는 못할 것이다.

협탁 위의 램프를 켜고 자는 버릇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사용법을 까맣게 잊어버린 캠코더를 야간 모드로 바꿔야 하는 수고는 일단 덜었다.

그리고 침대 위에 누워 오늘도 눈을 감았다. 곧이어 정신이 몽롱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