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분명히 침대 위에 반듯이-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꼴리는 대로-누워서 눈을 감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아침인 것은 기억이 또렷하다.

하지만 어째 편안하지가 않다. 내 머릿속의 작은 세계는 며칠 내내 흐린 날씨를 유지하고 있다. 차라리 비라도 확 쏟아지고 다시 해가 떴으면 좋으련만.

"잘 잤어?"

휑한 눈을 하고 방에서 나오는 순간 룸메이트의 아침 인사를 들었다.

작게 대답하며 녀석을 보니, 갓 구워낸 것으로 보이는 토스트에 마침 버터를 바르고 있는 것이 보인다.

"너도 먹을거지?"

"입맛 없어."

커피잔을 꺼내 그 안에다 설탕을 가득 부었다. 물론 커피와 설탕을 착각한건 아니다.

단걸 먹으면 머리 회전이 잘 된다니까, 어떻게든 졸음을 쫓을 수 있을 것이었다.

여기에다 커피를 부어서 섞어마신 후, 바로 씻고 옷갈아입고 출근할 계획을 구상하며 난 커피포트를 집어들었다.

이상하게 가볍다.

"커피 없는데... 내가 다시 끓여줄까?"

녀석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묘하게 내 눈치를 보는 느낌이 든단 말이지.

"아니, 나 오늘은 회의라서 일찍 가봐야 돼. 이거 내가 마신다."

녀석이 뭐라 할 틈도 없이 내 손이 녀석의 앞에 놓여있던 커피잔을 집어들었다.

그 순간에 본 커피의 색은 좀 이상했다. 블랙 커피는 아니었는데, 그렇다고 크림이 들어간 색도 아니었다. 딱 중간정도?

어째 마시지 않는 편이 좋겠다는 판단이 내 뇌를 총알처럼 관통했지만, 손은 이미 내 입에 가까이 온 지 오래였다.

다시 총알처럼 내 뇌는 그냥 마시자고 판단했고, 나의 목구멍을 타고 약간만 흐릿한 그 검은 액체가 흘러내려갔다.

향이 이상했다. 이게 원래 커피의 향이었던가.

커피 고유의 향은 느껴지지만 뭔가가 섞인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