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나의 성 정체성을 들키면 안되므로 나는 밤새도록 핸드폰 갤러리를 정리했다.
그러는 도중에 현민이가 깨어나긴 했지만 말이다.

"나 아까 이상한 꿈꿨다. 니가 나한테 헥토파스칼 킥을 날리는..."

"악몽을 꿨나보네."

"그러게... 나 다시 잔다."

잘 자. 라고 나는 속으로 말해주었다. 녹기 직전인 메로나를 쪽쪽 빨면서.



첫 주 강의는 오리엔테이션이라고 해서 대부분이 일찍 끝났다.
주섬주섬 책가방을 싸들고 강의실에서 나가는 내 어깨를 누군가가 잡았다.

"김재윤!"

뒤를 돌아보니 지훈이가 서 있다.
고등학교 3학년때 같은 반이었다가 우연히 같은대학 같은과를 가게 된 녀석인데,
고등학교 다닐때는 딱히 친하지도 사이가 나쁘지도 않은 같은반 아이였을 뿐이었다.
그런데 대학교 발표가 나고 담임선생님이 말하기를 지훈이가 나랑 같은 곳에 간다는 것이었다.
딱히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한 배를 탄 기분이랄까.
덕분에 OT도 집에서부터 둘이 같이 출발하다 보니 많은 얘기를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이녀석이 의외로 괜찮은 아이였다는걸 알게 된 것이었다.
학교 다닐땐 애가 워낙 조용해서 혼자서 라이트노벨 읽고 그런 애였는데...

"무슨 일이야?"

내가 물었다. 지훈이는 머뭇거리더니 내게 말했다.

"나 가입하고 싶은 동아리가 있는데 혼자 가긴 좀 그래서..."

"무슨 동아리?"

"만화 동아리야. 같이 가주기만 하면 안될까?"

난 별 흥미 없지만 뭐. 같이 가주는것 정도야 얼마든지 할수 있다.

"알았어. 근데 지금?"

"응."

지훈이가 말한 동아리는 학생회관 2층에 있었다. 우린 그곳을 향해 걸었다.
설마 내가 거기에 가입하게 될거라는 사실은 전혀 예상치 못한채 말이다.



외로운 정전엔 병신잡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