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깊고 어두운 망상의 결정체는 당연히 있어야 했던 장소로 보내졌다.
마음같아선 환한 불길로 정화시키고 싶었으나 주변에 의식을 치룰 적당한 장소가 없었던 까닭이었다.
기숙사 복도에 놓여있던 쓰레기통 뚜껑을 닫고 나서야 난 겨우 안심할수 있었다.
물론, 한페이지씩 뜯어 조각조각 찢어서 버렸으니 집념이 강한 누가 퍼즐처럼 맞춰서 들킬 일도 없을 것이다.

그나저나 쓰러진 나의 룸메이트를 어찌해야 할까.
일단 그를 침대로 옮기는 수밖에는 없었다. 당연히 힘들었다.
그의 무게 뿐만이 아니라 책임감과 죄책감까지 나를 짓눌렀으니까.
침대에 누운 현민이가 새근새근 잘도 잔다. 다행이 죽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건 그렇고 이렇게 자세히 보니까 괜찮은데?
내 이상형에 100% 들어맞는건 아니지만 정말 잘생긴 편이었다.
완전히 빠져든달까. 이녀석이 진짜 게이였다면 좋을텐데 말이다.
어플로 나와 제일 가까이 있던 누군가가 현민이일 가능성이 높지만 여긴 7층이다.
같은 좌표지만 층이 다른 누군가가 게이일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역시 섣불리 커밍아웃을 하는것은 위험하다. 그 누군가도 프로필 사진이 없어서 현민이라는 보장이 없으니까.
아무튼 철저히 조심해야 된다.

... 만, 내 손은 어째선지 그녀석을 폰으로 마구 찍고 있었다.
찍으면 안된다고 내 머리는 말렸지만 어차피 현민이는 기절해있지 않은가.
결국에는 내 뇌도 설득을 포기하고 공범이 된 것 같다.

잘생겼다. 멋지다.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