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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백석 - 5

케모너(118.32) 2014.02.28 00:18:06
조회 619 추천 0 댓글 2

난 문을 닫고 내 캐리어에 다가갔다.
작업용으로 준비해온 노트북이랑 장비들을 미리 정비하고 질문 목록들을 작성해야했다.
지금 시간은 2시 30분, 인터뷰까지는 기껏해야 1시간 반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잔뜩 꼬인 충전기 케이블을 정리하고 식탁 위에 놓인 플러그에 충전기를 꽂아넣었다.
노트북을 켜자마자 제대로 종료되지 않은 한컴 파일들이 스크린을 가득 메웠다.
난 보이는 창을 전부 내리고 새 문서를 띄웠다.
질문 목록을 서둘러 작성하는 와중, 백석이 뒤에서 살며시 내 상체를 감싸안았다.
나도 아까 하던 정사를 마저 끝내고 싶긴 하지만 이렇게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다.
난 그의 팔을 살짝 그러쥐고 조심스럽게 내 몸에서 떼어냈다.
백석은 잔뜩 실망한 표정으로 침대 위에 걸터앉았다.
난 의자를 돌려 앉고, 한숨을 내쉬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


"강백석씨."


"..."


"우리들의 규칙을 정하자. 인정?"


"...뭔데?"


난 검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조곤조곤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작업 중에는 나 건드리지 않기. 이게 첫번째야."


"..."


그는 대답대신 머리를 문지르며 딴청을 부렸다.
여기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어서, 강직한 태도로 말을 이어나갔다.


"두번째. 내가 여기 데려왔으니까 내가 만드는 규칙에 따르기."


"여행좀 시켜준다고 유세부리긴."


그는 투정거리며 침대에 엎드렸다.
달래주고 싶긴 하지만 나 나름대로 시간이 촉박해서 그럴수가 없었다.


"그럼 너도 규칙 하나 정하게 해줄게."


토라진 태도로 누워있던 백석은, 솔깃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럼 세번째 규칙은 내가 정한다? 일 끝난 뒤에는 무조건 내 말을 따르기."


"무조건?"


"일 끝나고 뭘 해달라고 하면 무조건 다 해주기."


그는 짖궃게 웃으며 두 손을 모아 내밀었다.
그 모양새가 영락없이 수갑을 찬 모양이다.
설마 sm 플레이를 해달라는건가?


"나 그런거 싫어해."


"그럼 나도 아무것도 안하고 놀러다닐래."


난 그를 지긋이 노려보았다.
이렇게 실랑이하는 와중에도 시간은 자비없이 흘러가는데, 그는 잃을것이 아무것도 없다는듯 상쾌한 표정이다.
한참동안 고민하다가, 난 어쩔수없이 그의 규칙을 통과시켰다.


"그래. 그거 규칙해. 됐어? 난 이제 원고써야하니까 방해하지 마."


"오케이."


한층 밝은 표정으로 팔자좋게 누워있는 그를 보자니, 속에서 울화가 치밀어올랐다.
난 길게 한숨을 내쉬고 모니터를 돌아보았다.
막상 바쁘게 행동하긴 했는데, 뭘 인터뷰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일단 기초적인 질문들 예컨데 '이번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를 적어넣었다.
세시간가량 인터뷰하려면 이런 질문들이 수십개는 있어야 할것이다.
모처럼 일에 몰입해서 1시간가량 텍스트를 적어내려갔다.
프린터기가 없으니 직접 손으로 질문들을 옮겨야 했다.
난 바로 뒤에서 뒹굴거리는 백석을 잡아다 질문들을 옮겨쓰게 시켰다.
당연히 처음엔 반항했지만, 시간이 없다고 잡아떼니 고분고분 인터뷰 질문들을 옮겨적었다.
우리가 텍스트를 전부 옮겨적자마자 기다렸다는듯 벨이 울렸다.
난 서둘러 장비들을 챙기고 문을 나섰다.
장비들을 확인하는데, 등 뒤에서 백석이 따라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넌 왜?"


"심심해서."


"미쳤어?"


"나도 기자들이 하는거 보고싶어서 그래."


그는 막무가내로 내 뒤를 쫓아왔다.
수행원이 가끔가다 흘끗거리긴 했지만, 별 상관은 없는듯 행동하고 있었다.
우리는 코너를 돌고 또 돌고, 가끔 엘리베이터를 타기도 하면서 꽤 장거리를 이동하고 있었다.
약 10분정도 걸려서 도착한 곳은 3등 객실이었다.
이곳 복도는 2등객실보다는 못하더라도 꽤 중후하게 꾸며져 있었다.
수행원이 간단히 노크를 하자, 안에서 딱딱한 대답이 돌아왔다.


"들어오세요."


될수있는한 당당하게 보이고 싶어서 어깨를 쭉 펴고 방에 들어갔다.
방 안에선 약간 깐깐해보이는 인상의 고양이 수인이 컵에 녹차를 따르고 있었다.
헌데, 우리를 보자마자 지극히 담담해보이던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옆에 계신분은 누구시죠?"


"수습기자 강백석입니다."


그는 내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미리 못을 박아두었다.
그런 태도가 못마땅하긴 했지만 이제와서 도로 물릴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대리인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강백석을 살펴보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쪽, 저랑 구면입니까?"


"예?"


백석은 딴청을 피우며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다.
협회 대리인은 그를 지긋이 바라보더니, 금빛으로 빛나는 털을 쓱 훑으며 우아한 손짓으로 의자를 가리켰다.
난 무심한 태도로 자리에 앉고, 일부러 다리까지 꼬았다.
대리인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으나 곧바로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리곤 앞에 놓인 녹차를 한모금 홀짝였다.


"수인협회 대리인이 맞으시죠?"


"수인협회 대리인 주황민입니다."      


"저는 한수일보 이희랑기자입니다. 이쪽은 수습기자 강백석이고요."


"...수습기자라."


그는 마뜩찮은 표정으로 백석을 바라보았다.
대체 그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알수 없었지만, 일단 빨리 인터뷰를 진행하는게 우선이었다.


"그럼, 인터뷰를 시작하겠습니다. 편하게 답해주세요."


"그러지요."


"이번 서영석 이지혜 커플의 결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일단... 협회측에서는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왜 협회에서 반기를 들었는지 아시나요?"


"인간측의 태도 때문입니다. '미개한 수인이 인간과 결혼을 한다' 이런식으로 결혼을 평가하고 있으니, 저희측에서도 매우 불쾌합니다."


"그렇다고 개개인끼리의 결혼을 가로막을수는 없지 않을까요?"


"전 서영석씨가 조금 더 자존심있게 행동했으면 좋겠다는겁니다. 공식 석상에 나와서 수인과 인간이 평등하며 우리의 결혼은 정당하다고 말하는걸 보고싶군요."


"그 문제라면 이지혜씨가 이미 공개석상에서 인터뷰 한것으로 알고있는데요?"


"인간이 그 문제를 논하는 것과 수인이 논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죠. "


"잘 알겠습니다."

 


약 40분가량 인터뷰가 이어졌다.
중반부터 가끔 수행원이 가져온 아몬드 초콜릿도 먹어가며 한지라 분위기는 한층 부드러워져 있었다.
아무리 대답을 잘 준비했다 하더라도 가끔은 말을 더듬기 마련인데, 대변인은 단 한번의 실수없이 무사히 인터뷰를 마쳤다.
난 인터뷰가 끝났음을 알리고 자료물들을 작은 가방 속에 챙겨넣었다.
수행원을 따라 방문을 나서려던 찰나, 뒤에서 대변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습기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겁니까? 하다못해 필기도 하지 않던데."


난처한 표정으로 백석을 돌아보았다.
그가 무슨 변명이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그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난 말을 더듬으며 거짓 해명을 덧붙였다.


"어... 현장 체험이라고 할까요. 일하는걸 보면서 배우는것이라고 하면 정확하겠군요."


"..."


나는 서둘러 백석을 데리고 수행원을 따라나갔다.
내 머릿속에는 나중에 단둘이 있을 때 따끔하게 한마디 해줄생각밖에 없었다.

 

 

 

 

 

 

 

 

 

잊지마셈 이거 추리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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