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을 꿀꺽. 한 번 더 꿀꺽. 패트는 떨리는 마음으로 체중계 위에 한 쪽 발을 올렸다.
디지털 체중계의 7세그먼트 디스플레이가 바쁘게 숫자를 표시한다.
바뀌고, 또 바뀌고, 계속 바뀌고, 자꾸만 바뀌고, 끊임없이 바뀌고, 복잡하게만 바뀌는 숫자들을 보며
아주 많이 폐에서 공기를 내뿜고, 패트는 나머지 발을 올렸다.
계속 바뀌던 숫자들이 점차 안정을 찾아간다. 그리고,

"안돼!!!"

패트의 마음이 복잡해졌다. 체중이 어째 저번에 잰 것보다 더 많이 나왔다.

"이럴순 없지!"

그는 자신의 몸을 걸치던 최후의 실오라기마저 벗겨냈다.
패트의 고간을 가리고 있던 수건이 바닥에 아무렇게나 내팽겨졌다.
숫자가 바뀌었다. 0.1kg 정도는 가벼워진것 같다. 하지만 부족했다.

"제기랄!"

수건 위에 안경이 무사히 안착했다.
숫자가 다시 바뀌는것 같긴 한데 정확히 보이질 않아서 패트는 디스플레이를 자세히 보기 위해 몸을 웅크렸다.
비록 자신의 눈이 나쁘긴 해도 아주 가까이라면 볼 순 있으니까.
그는 체중계 위에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푹 숙였다. 숫자의 떨림이 멈추었다.

"휴, 조금이지만 저번보다 빠졌군."

히죽거리면서 그가 중얼거렸다.

"패트 군, 그건 반칙이잖아."

누군가 꼬리를 잡는 느낌이다. 패트에게 묘한 자극이 전해... 진건 둘째치고
반칙이라니 무슨 청천벽력같은 소리일까. 패트는 뒤를 돌아보았다.
누군지 정확히 보이진 않았지만, 체형으로 보나 목소리로 보나 그레고리일 것이 뻔했다.

"그건 무슨 뜻이에요?"

이에 그레고리는 패트의 꼬리를 들어보였다.

"꼬리를 바닥에 대고 있었잖아. 이러면 체중이 분산되서 정확한 몸무게를 잴 수 없어."

저도 모르는 새에 그러고 있었다는걸 패트도 그제서야 깨달았다. 그의 몸이 다시 덜덜 떨렸다.
천천히 꼬리를 높이 치켜세운 채 그는 다시 숫자를 확인했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패트가 중얼거렸다.

"오, 쉣."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패트의 어깨는 축 늘어져 있었다.
그토록 열심히 다이어트를 한게 다 허사라니, 그럴만도 했다.
수건도 안경도 벗어버렸다. 몸무게를 더 조금이라도 줄여볼 방법은 정녕 없는걸까 하고 패트는 고민했다.

"그렇다면..."

마침 좋은 생각이 바로 떠올랐다.

"물빼고 다시 재야지~!"

그렇게 외치며 벗은 몸 그대로 화장실로 달려가는 것이 아닌가.
패트를 향해 그레고리는 황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아까 하워드가 자넬 불렀다고! 그럴 시간이 없어!"

"F*ck!!!!!!!!!"

즉시 감탄사를 내뱉은 패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