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어플은 탈퇴해버렸다.
현민이가 어플을 키는 날이 바로 아웃팅 당하는 날이라고 봐도 무방하니까.

"근데 넌 무슨과야?"

짐을 정리하면서 현민이가 물었다.

"문예창작학과. 너는?"

"난 만화 애니메이션과."

"우와, 그럼 막 움직이는 애니 만들고 그러는거야?"

"아니. 칸 만화 쪽이야. 애니메이션과도 여러개로 나뉘어지기도 하거든."

"아하."

우리는 이런저런 잡담을 하며 상자들을 비워냈다.
내 상자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많은 글공책들. 내가 소설을 연습한 습작들이다.
이런걸 왜 가져왔지 했지만 버리기도 그러니 그냥 놔두기로 했다.

"오오, 재윤. 이건 다 뭐야?"

누가 늑대 아니랄까봐 헌 책 냄새를 맡았는지 현민이가 관심을 보였다.

"소설연습 한거야."

"그래? 난 이런냄새가 좋더라."

그러면서 킁킁거리며 책 냄새를 맡는 현민이가 너무 귀여웠다.
저 꼬리 살랑이는거 봐...

"나 이거 봐도 돼?"

"으, 응. 얼마든지."

현민이가 봐준다면 왠지 적절한 평가를 들을수 있을것만 같았다.
내 허락이 떨어지자 현민이는 안에 있던 공책들을 몽땅 들고 자기 책상으로 가져갔다.

"이거 위에서부터 보면 돼?"

"모두 단편이니까 순서같은건 상관없어. 장편이어도 공책 하나짜리 분량이 최대거든."

"그렇군. 나도 만화 그렸던거 있는데 나중에 보여줄까?"

"응."

흥미로운 표정을 짓는 현민이를 보니 나도 그의 만화가 보고 싶어졌다. 무슨 내용일까?

갑자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짐 정리도 다 했겠다, 근처 편의점에서 먹을 거리를 사와야겠다.

"나 편의점 갈건데 뭐 사다줄까?"

"너랑 똑같은 걸로."

똑같은 거라니, 참. 내가 뭘 살건지 알고 그러는 걸까.
책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는 현민이를 뒤로 하고 난 편의점으로 향했다.

잠시 후, 내가 커다란 실수를 했다는걸 깨닫기 전까지만 해도
난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며 편의점에서 간식거리를 고르고 있었다.





앞으로 병신력은 여기다 쏟아부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