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나는 내가 그러지 않을 것임을 안다. 그러지 못할 것을 뻔히 안다. 안다. 있을 수 없는 일들이라는 것을. 형의 헝클어진 앞머리를 가지런히 쓸어 넘겨주는 상상은. 손가락 끝을 휘저어, 가는 눈썹 하나하나를 매만져보는 상상은. 마침내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입을 맞춰보기까지. 그런 상상들은, 실제라는 이름으로는 있을 수 없다.있을 수 없어서 상상일 따름이다. 그럴 수는 없는 것들이다. 안다. 당연히..
하지만 바보같게도, 또 미련하게도 머리 속에서는 그 환각같은 짓들이 끊임없이 재상영되고 있다. 만약 그 상상들이 실제가 된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정말 좋을 거라면서. 정말로 행복할 거라면서. 만약 내가 그럴 수 있는 대담한 사람이었다면, 내가 조금만 더 용기있는 사람이었다면. 그랬다면. 형에게 못 건넨 말을 모조리 쏟아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면서.. 좋아한다고. 쭉 좋아했다고. 지난 몇년동안 형의 후배로써의 나는, 형이라는 사람을 지금껏 생각하고 있었다고. 한 순간도 머리 속에서 떠난 적이 없다고. 곁에 없을 때 너무나 보고싶고, 곁에 있을 때 그보다 더 보고싶어지는 사람. 형이 내게 그렇다고. 형이 좋아요. 나는. 나, 형을 좋아해. 좋아한다고. 심지어 지금도, 형 생각 뿐이라고. 그런 말들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몰라. ...\'그럴지도 모른다\'며, 머리 속에선 썩은 동아줄을 끝끝내 놓지 않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