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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즈믹 호러) 죽음의 산책모바일에서 작성

어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2.23 13:37:13
조회 92 추천 0 댓글 4

다리가 종잇장처럼 파르르 떨렸다.
어떻게든 숨을 쉬기 위해 코로 입으로 급하게 공기를 순환시켰지만 그럴수록 내 허파에 고통만 가해질 뿐이다.
세상에, 걷기만 했을 뿐인데 몸이 이렇게 될 수 있다니.
어떻게 보면 신기한 일이었지만 마냥 신기해하고만 있을순 없다.
이건 목숨이 걸린 일이다.

내 다리를 멈출수가 없다.

멈추려고 온갖 용을 다 써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다리 관절이 녹슬어서 삐그덕거려도, 빌어먹을 젖산이 내 다리근육을 그득하게 적셔도,
내 다리는 알아서 멈출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물론 횡단보도의 빨간불도, 내 다리는 나몰라라 하며 전진을 강행했다.
달리던 차들이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들의 분노 섞인 욕설이 나에게 우박처럼 날아온다.
그렇지만 내 다리는 여전히 걷는다. 통제를 할 수가 없다.



그저 새로 산 신발을 신고 산책을 나왔을 뿐이었다. 이상한 점은 하나도 없었다.
집 근처의 공원을 향해 걸을 때까지만 해도 모든게 정상이었다. 아니, 그 이상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중고로 싸게 산 뉴발란스 운동화를 신은 내 발걸음은 구름보다도 가벼워서,
금방이라도 무지개 다리를 건널것만 같은 환상적인 기분을 느끼며 나는 흥얼거렸다. 그러면서 걸었다.
그러다 나도 모르는 새 공원을 지나쳐 버렸다. 난 다시 공원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그때가 뭔가 이상하던걸 느낀 첫 순간이었다.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난 여전히 걷고 있다. 어딘지도 모르는 곳을 향해 걷고 또 걷는다.
도대체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수십번 수백번 수천번이나 머릿속으로 되뇌어 보았다.
그렇지만 변하는 건 없다. 핸드폰이라도 들고 왔으면 좋았을 것을...

"어이, 거기 분홍색 뉴발란스!"

굵직한 남성의 목소리. 다리는 돌릴수가 없었기에, 나는 간신히 고개만을 돌렸다.
어떤 근육질 아저씨가 내 뒤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나와 같은 신발을 신고, 나와 같은 방향으로...?

"자네는 어디로 가는건가?"

그가 스퍼트를 올려서 내 옆까지 왔다. 제법 우락부락한게 내 취향이다.
언젠가 번개로 딱 저런 체형의 남자를 만나 신나게 박아준 적이 있었지. 밑에서 앙앙대는게 얼마나 꼴리던지.
하지먼 지금은 그런 추억을 떠올릴 여유는 없지 않은가. 난 급히 그에게 물었다.

"혹시 아저씨도...?!"

"그런것 같네."

아무래도 동지가 생긴것 같다. 나와 같은 방향에 같은 신발...
어쩌면 우리가 이렇게 된 원인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난 수원에서 왔는데, 너는?"

"전 광주에서요."

"세상에, 전라도에서 여기꺼지?"

"아뇨, 경기도 광주요."

이 아저씨도 입으로 헉헉 숨을 들이내쉰다. 빨리 이 사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 큰일이 날 것이다.

"아저씨, 그 신발 뉴발란스 러블리 스페셜 핫핫핫핑크 맞죠? 저랑 똑같은거?"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중고로 샀나요? 혹시 그 판매글에 한번도 안신었다는 문구 있지 않았어요?"

"그럼... 자네도?"

역시 신발이 원흉이었다. 내 생각에 따라 우리는 신발을 벗으려고 애를 썼지만,
전혀 소용이 없다. 하긴, 벗을 수 있다면 벌써 벗겨졌을 것이다.
신발에 손을 집어넣어 발을 빼보려고까지 해보았지만 역시 무리한 일이었다.

"저기봐!"

그러던 중 아저씨가 한 곳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우리와 같은 뉴발란스 신발이 보였다.
그리고...

"히익!"

난 소스라치게 놀랐다.
피투성이에 사지가 요상한 방향으로 꺾인 사람이 걷고 있었다.

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사실 사람이라기보단 그는 이미 시체 같았다.
지나가던 시민들이 그를 보고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누구도 어딘가에 신고할 생각은 없나보다.

"오다가 교통사고라도 난 모양이야. 가엾기도 하지..."

아저씨는 걸으면서 합장을 했다. 나도 따라할까 했지만 그저 마음속으로 명복을 빌어 주는 것으로만 끝냈다.

"우린 어디까지 가는걸까요?"

"글쎄..."

아무도 목적지를 알지 못했다. 우리는 기약없는 전진만을 계속 해 나갔다. 그 시체도 함께 말이다.

밤이 되었다. 우린 서울을 지나 더 북쪽으로 향했다.
배가 고프고, 목이 말랐다. 아저씨가 물을 주겠다며 물통을 꺼내다 떨어트려버렸다.
그렇지만 다시 주으러 갈 수는 없었다. 우리는 전진만을 강요받았으니까.

점점 합류자가 늘어갔다. 모두 하나같이 그 저주받은 신발을 신고 있었다.
그들 중엔 이미 사고를 당해 시체가 된 이들도 보였다.
신발을 잘못 골라 신은 것 치고는 엄청나게 혐오스러운 결말이었다.
팔이 떨어진 사람, 머리가 없는 사람, 심지어는 다리만 것도 있는것도 보였다.
세상에, 이게 가능한 일일까?

우리도 저렇게 될 지도 모른다. 누군가 막아야만 했다.
하지만 주변의 저주받지 않은 행인들은 우리의 모습을 보고 비명만 지를 뿐 도와주지 않는다.
그와중에 우리 앞에 있던 어떤 소년은 대형 트럭에 치어버렸다.
그러고는 좀비가 되어 다시 우리의 행군에 다시 합류했다.

"이건 미친 짓이야!"

한 사람이 패닉을 일으켰다. 그는 책가방에서 필통을 꺼내 커터칼을 집어들더니 자기 다리를 찍는 것이었다.

"깨라, 깨라, 깨라! 이건 꿈이야!"

우린 모두 고함쳤다.

"그만해!"

"아파... 꿈이 아니잖아! 이런 씨발!!!"

그리고 그는 자신의 동맥을 찍어내렸다.
난 눈을 질끈 감았다.

"멍청아! 그런다고 벗어나지 못해! 죽어도 우리 몸은 계속 걸을거야!"

다른 한 남자가 울부짖었다.
그때였다. 그 울부짖은 남자가 비명을 질렀다. 그러고는 고개를 푹 숙이는 것이 아닌가.
머리에 구멍이 나고는, 피가 줄줄 흘렀다.

내가 총소리를 들었다고 얘기했던가?

"... 아저씨?!? 대체 뭐하는..."

내 옆의 그 아저씨가 권총을 들고 있었다. 대체 어디서 구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쏜 것이 틀림없었다.

"적어도 영혼은 해방되겠지."

대체 이게 무슨 정신나간 소리인가?! 난 재빨리 그를 말렸다.
그러나 그는 내 말을 듣지 않고 한명을 더 쏴버렸다.

"이대로라면 우린 북한으로 간다. 어차피 죽게 되어있어."

"아저씨, 정신차려요!"

그러자 그가 나에게 총구를 겨누었다.

"지금 네 발 남았다. 어떡할래?"

"싫어요, 전 죽기 싫어요!"

탕! 우리 앞에서 걷던 또 다른 한명이 머리에 바람구멍이 나 버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이었다.

"저도 쏴 주세요, 부탁이에요!"

내가 안된다고 말할 틈도 없이 또 총성이 울렸다.

"이제 두 발. 남은 사람은 셋이다."

그렇게 말하고는 아저씨가 우리 뒤의 마지막 한 사람을 좀비로 만둘었다.

"이젠 네 차례야."

"싫어요!! 당신은 미쳤어!!"

눈물이 내 볼을 타고 흘렀다. 난 죽고 싶지 않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으려고 해도 모자랄 판에 이 정신나간 사람은 죽을 궁리나 하다니!

우리는 다리 위에 있었다. 다리 밑에는 강물이 자유롭게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못하는 걸까. 어째서.

"선택권은 없어!"

"싫어!"

총을 든 그의 팔을 옆으로 밀쳐내며, 나는 아저씨를 힘껏 떠밀었다.

"어, 어?!"

우린 동시에 당황했다.
아저씨가 쉽게 밀리더니 다리 난간을 넘어버렸다.

"으악!!!"

풍덩 하는 소리가 들린다. 물살이 빨라 보이는 그 강에 빠졌다간 살아남기 힘들텐데...

내가 사람을 죽였다.

하지만 안그랬으면 내가 죽었을 거야.

자신의 욕구를 위해 남을 희생시켰다.

하지만 어쩔수 없었어.

하하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



발걸음이 멈추었다. 어떤 으슥한 창고 안에서 말이다.
시체들은 죄다 쓰러지며 안식을 찾아 나갔다. 그들에게도 나에게도 정말 다행인 일이다.
시체 중 물에 흠뻑 젖은 익숙한 체형의 몸을 보았을 때는 정말 소름이 끼치긴 했지만 말이다.

근데 여긴 어디지?

"드디어 오셨네요. 한명만 살아있지만."

누군가의 목소리다. 설마 이 사건을 일으킨 범인인가.
내 다리를, 내 몸을, 내 목을. 나는 조금씩 돌려 나갔다. 180도가 될 때까지.

어떤 토끼이다. 그가 말한다.



"혹시, 스캇 플레이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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