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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지하철 화장실의 사소한 이야기

어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2.21 02:49:24
조회 30409 추천 6 댓글 11

글로리 홀(Glory Hole)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있는 사람이 아직도 있을까?


난 아무래도 없다고 본다. 그렇다고 해도 예전에는 정말 인기가 좋았다는 것만은 인정한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길을 가다가 잠깐 공중화장실 칸막이에 뚫린 구멍을 통해 여독을 푸는 시간은

누구나 짜릿하고도 달게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사이다처럼.


바지 지퍼를 내리고, 욕망으로 인한 염증에 벌겋게 부어오른 자신의 조그마한 또 하나의 인격을 살살 달래주기 위해서,

-'자기 자신과 다른 존재보다는 그나마 비슷한 존재를 더 선호하는 남자'라면 누구라도 될 수 있다.-가 빛나는 영광의 구멍 속으로,

자신을 모르는 또 다른 누군가=자신이 모르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얼마 되지도 않는 무게를 가진 단백질 덩어리를, 그 더러운 욕망의 심볼을,

자신과는 얼굴조차 모르는 사람에게 믿고 맡기기 시작하면서 느껴지는 찌릿찌릿한 기분. 모르는 사람은 영원히 모를 그런 기분.


아마 이것과 비슷한 레벨의 심상적 전기 충격을 즐기려면 완전히 발가벗고 근처 패스트 푸드점에 가서 치즈버거라도 사와야 할 것이다.

하지만, 누가 미쳤다고 그러겠는가? 나 같아도 하고 싶지 않다. 위험하다 못해 인생을 즉석에서 망치는 행위니까 말이다.

그래도 원래 사람 욕망이라는게 다 더럽지 아니한가. 어떻게든 자신을 전기로 고문하고는 싶으니 방법이 하나 밖에는 없다.

온갖 더러운 짓은 다 하면서도 결코 남에게 비난을 듣고 싶지는 않다는 이기적인 생물로 태어난 이상,

우리에게 주어진, 안전성과 편의성과 익명성을 보장해주는 유일한 옹달샘이 바로 그곳이니까 말이다.


그 곳의 물은 매우 달 것이리라. 물을 마시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결국은 빠져 죽게 된다 해도 결코 억울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아주 달고도 시원한 쾌락이 식도를 타고 흘러들어가, 소화과정을 거치며 조금씩 몸으로 흡수되어,

종국에는 모세혈관 하나하나마다 조금씩이나마 스며든다면, 그 사소한 청량감 만으로도 인생의 참된 의미를 깨닫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암묵적으로나마 예전의 들은 이 시스템의 존재에 모두 동의를 표했을 것이다.

그래야만 공중화장실 칸막이마다 남아있는 무언가의 흔적이

들이 공중화장실 칸막이마다 짜릿달콤한 옹달샘을 찾기 위해 우물을 파던 것이었다고 설명이 되니까.

특히 지하철 화장실이라면 심심치 않게 이 흔적을, 결국 우물이 성공적으로 터져 펑펑 솟아오르는 아름다운 옹달샘을 찾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럼 왜 하필이면 지하철 화장실인가.

이유를 생각해 보자면 우리가 존엄한 인간임을 포기하고 욕정의 노예가 된다는 짜릿함에 빠져들기에 적합한 장소가,

존엄한 인간으로써 자신의 몸이 세상에 의해 학대를 받고 있다는 것을

그곳에 가만히 서서-가끔씩은 앉아서- 성찰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본격적으로 자신과 세상을 향한 혐오감을 느끼며 타락해가는 장소가,

바로 지하철 차량 안이기 때문일 것이다.


뭐, 화장실 옆 자판기에 콘돔을 판다는 것이 더 현실적인 이유겠지만.


하지만 글로리 홀도 이젠 옛날 이야기에나 나올 일이다. 이젠 거의 찾아 볼 수도 없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인간은 존엄하다고 외치면서도 정작 자신들도 다를거 하나 없는 위선자 무리들의 공로다.

그들의 건방진 아우성이 공중화장실의 칸막이 벽을 철제로 바꿔버려 더 이상 우물을 팔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이제 와서 생각해 봐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제 글로리 홀 따위는 더 이상 그 존재 자체로써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게 되었다.




단 한 곳만 빼자면. 딱 한 곳이다. 적어도 내가 아는 모든 지하철 공중화장실 중에선 말이다.


지금, 나는 그곳으로 향하고 있다.

검은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에서, 딱 한 걸음만 더 나아가 검은 욕망을 지배하는 인간이 되기 위해서.

(여기에서 좀만 더 간다면 검은 욕망 자체가 될 수도 있지만, 역시 그렇게 되는 것은 피곤할 것 같아 나중에 생각해보기로 했다.)


사실, 그렇다고 하면 너무 거창해 보일테고, 단순히 소문으로만 보고 듣던 그것을 직접 해 보고 싶을 뿐이다.


인터넷 제보에 따르면, ○호선과 ●호선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는 환승역인 ㅁㅂ역이라는 곳에

아직도 영롱한 빛을 발하고 있는 글로리 홀이 하나 남아있다고 하니까 말이다.


"스크린 도어가 열립니다."


대체 부드러운건지 딱딱한건지 판단이 서지 않는 이중성으로 인한 위화감을 갖고 있으면서도 많이 들어봐서 익숙하기도 한

이 모순적인 목소리에 맞추어 나는 인파 가득한 플랫폼으로 여유롭게 걸어 나왔다.

이 사람들은 내 더러운 목적을 알고 있을까. 아마 모르는 것이 나와 그들 양쪽 모두에게 좋겠지만,

만일 그들이 그것을 알게 되어 나를 비난한다면 나는 이렇게 외칠 것이다.


"가식 떨고 있네. 역겨운 위선자들. 구역질 나는 욕망에 충실한 이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진 않잖아? 당신들 말야."


뭐, 언제까지나 만일이다. 실제로 저러면 나는 꽁무니가 빠져라 도망가기에나 바쁘겠지.

그래도 상상은 꽤 재밌는 일이다. 더러운 욕망과 공존하는 인간이 그것을 머릿속으로만 해결하기 위하여

조금이라도 깨끗해지려고 발버둥 치는 것을 도와주는 장치랄까.

물론 더러운 욕망으 실제로 펼쳐보는 것이 더 재밌지만 말이다.


지하철 공중화장실 입구에는 어떤 역이던간에 어김없이 자판기가 있다.

티슈와 껌, 비타민 기호식품과 다양한 과일 맛이 나는 츄잉 캔디 등을 팔고 있는 이 자판기에서 제일 돋보이는 존재는 바로 콘돔이 아닐까 한다.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파는 사람 눈치보며 사느니 차라리 여기서 사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라는 명제라면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역시 사람들은 전부 위선자들이다. 이 자판기만 봐도 콘돔을 팔려고 집어넣었다.

따지고 보면 이 자판기는 역겨운 익명성을 부추기는 꼴이지 않는가? 화장실 칸막이는 철제로 바꾸었으면서 말이다.

참 웃기는 일이다.


'그래도 이 역에는 아직 구멍이 남아있으니까 언젠가 사라지기 전에 빨리 즐겨봐야지.' 하는 생각에 발걸음이 절로 빨라진다.

그리고 화장실 입구가 점점 내게 다가온다. 내 또래의 소년이 그곳으로 들어가는 것도 보인다.

나처럼 후드티와 야구모자를-색깔은 조금 다르지만- 깊게 눌러쓰고 얼굴을 최대한 가리고 있다. 모자를 벗으면 꽤 귀여울 것 같은 인상이다.

우리는 눈을 마주쳤다. 물론 서로의 얼굴을 보지는 못한다. 단지, 그런 느낌이 들었을 뿐이다.

그녀석은 잠시 뒤돌아서서 내 쪽을 바라보는가 싶더니 씩 웃는 입을 보이고는 쏙 들어가 버린다.

질 수야 없지. 난 뛰다시피 화장실로 걸어갔다. 막 화장실을 나오는 어떤 아저씨와 충돌할 뻔했지만 어찌해서 잘 피했다.

이런, 너무 흥분한 모양이다. 온 몸에서 흐르는 땀도 땀이지만 고간에 달린 혹이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화장실 안에는 그녀석이 보이지 않는다. 이미 옹달샘을 찾으러 떠난 건지도 모르겠다.

칸막이로 둘러싸인 변기는 세 칸. 제일 바깥쪽의 것을 열어보았다. 아무도 없다. 구멍조차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가운데 칸을 보았다. 문고리에 빨간 스티커가 있다. 잠겨 있다는 표시이다. 누가 안에 있나 보다.

그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와 같이 욕정을 풀어볼 생각을 하니 더 흥분된다. 난 잽싸게 마지막 칸으로 들어갔다.


내가 기다리던 빛이다. 옹달샘에서 빛이 난다.

그 황홀한 광경을 보며 침착하게 바지와 팬티를 내리니, 또 다른 내가 더 이상 못참겠다며 몸부림을 친다.

그래, 마셔라 마셔. 마음껏 즐기려무나.

나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나의 분신에게 자유시간을 주었다. 실수로라도 떨어지지 않게 구멍과 골반을 밀착시켰다.


무언가가 더듬는 느낌. 바로 그녀석이다. 비록 얼굴은 모르지만 나는 직감할 수 있다.

만져지는 느낌이 제법 좋다. 다음에는 무엇을 해줄까 하는 기대감으로 내 물건은 더욱 부풀어오른다.

이러다 터져 버리는게 아닐까 하는 재미있는 상상도 든다.

그녀석이 내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것이 다행이다. 쿡쿡거리는 내 얼굴을 본다면 분명 바보라고 놀릴 것은 뻔한 일이다.

이 상상에 내 얼굴은 더 바보가 되어간다.


"꼬추 커팅! 데헷!"


따끔한 고통. 이에 당황한 내가 그대로 서 있는 사이 옆칸의 문이 벌컥 열렸다.

낄낄거리는 소리가 화장실을 울리다가 점점 멀어져 갔다.


아무래도... 나의 분신이 물 마시다가 빠져 죽은 모양이다.

내 더러운 욕망이 눈처럼 깨끗이 사라진 것을 보면 말이다.

세상에, 설마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난 더욱더 바보가 되어간다. 게다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뇌는 무언가 다른 상상을 하려는 것 같다.

뭐, 하고싶은 대로 하게 놔 두자. 상상은 언제나 즐거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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