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니까 정말로 왔구만."
"그러게말야."
위험하다
입을 꾹 다물고 다리에 힘을 뺐다.
여차하면 부츠로 걷어차려 했더니, 친구놈까지 불러왔다.
마치 기다렸다는듯 캠을 든 모습을 보자, 솟아오르는 화 때문에 가슴에서 불이 타오르는것 같았다.
"멍하게 뭐해. 안들어오고."
"..."
굽이 보이지 않게 조심스레 부츠를 벗고, 집 안으로 발을 들였다.
"피임제 먹고 왔지? 콘돔없이 한다."
어차피 피임할 필요도 없다.
나도모르게 헛웃음을 지으며 그를 노려봤다.
"허튼짓하면 바로 퍼뜨리는거 알지? 빨리 벗어"
카메라 앞에서, 천천히 옷을 벗었다.
내 몸 전신을 고루 비추도록 각도까지 잡아주자, 그가 의심스럽다는듯 물었다.
"오늘 왜이렇게 적극적이야? 대체 무슨 속셈이야?"
옆에서 킬킬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스턴건은 두번밖에 쓰지 못한다.
한번에 한놈씩 정확히 하지못하면 내가 당한다.
일부러 침대 옆에 놓아둔 핸드백을 흘끗 바라보았다.
카메라를 찍는놈은 자리를 비웠을때 처치해야하고, 김도훈 저놈은 방심한 순간에 죽여야한다.
브래지어를 벗는 사이, 사진을찍던 남자가 배터리를 갈겠다며 방을 나갔다.
마침 김도훈은 나를 돌아보고 있는 상황이다.
나는 지체없이 몸을 움직였다.
우선 천천히 가방에서 일부러 손잡이를 드러낸 스턴건을 꺼내들고, 그의 목덜미에 가져다 댔다.
파지직
"뭐야. 너 왜 벌써 누워있냐?"
문뒤에 내가 있는줄도 모르고, 그는 방안을 기웃거렸다.
"그년 어디갔..."
파지직
다시한번 스턴건에서 푸른 전기가 뿜어져나왔다.
전류를 목에 직격당한 그 역시, 모로 쓰러졌다.
기절한 남자들을 놔두고, 가방에서 칼을 꺼내들었다.
"여자가 느끼는 분노가, 이렇게 클줄은 미처 몰랐어. 안그래?"
난 제일 날카로운 칼을 선별하며 중얼거렸다.
"그러게 날 진심으로 나오게 하지 말았어야지."
지체없이 목에 식칼을 꽂아넣자, 바람빠지는 소리와 함께 피가 분수처럼 흘러나왔다.
내 노란빛 털이 더러워지는게 싫어서, 이불을 목 위에 덮어버렸다.
사진 찍던놈은... 어쩌면 이미 죽었으지도 모르지만, 한번 봐주도록 할까
화장실에 가서 대충 칼에 묻은 핏기를 닦아냈다.
얼굴에도, 가슴에도 잔뜩 튄 피를 닦아내며, 나도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그의 맨션을 비틀비틀 걸어나왔다.
햇살이 한가득 눈에 들어와선지, 살인에 대한 공포때문인지, 고개를 제대로 들수 없는 와중에 회색 택시가 눈에 들어왔다.
"아가씨. 콜택시 불렀죠?"
내가 지금 왜 웃고있는지 모른다.
지금와선, 그때의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있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네. 불렀어요."
희미하게 웃으며 용인의 택시로 올라탔다.
"이제, 남자가 되고 싶지?"
잠깐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이 몸이 마음에 드는건 사실이지만, 살인을 한 마당에 돌이킬수는 없다.
"네. 남자로 결정했어요."
"...그래."
그는 백미러 너머로 나를 쳐다보았다.
"기운차려. 따지고보면 정당방위야."
"킥 ..."
성폭행이 무거운 죄인건 알지만, 살인을 무마시킬만큼은 무거운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계획범죄니까 정당방위가 성립할 여지도 없다.
"그냥, 소원 자체를 빌지 말걸 그랬죠."
"안비는게 차라리 나을때도 있지. 특히 미르 그녀석한텐 말야."
"미르라... 그 수인이 미르였구나."
잠깐 눈에 쏟아지는 햇빛을 손으로 가렸다가 뗀 사이, 어느새 몸은 남체로 변해있었다.
창문에 머리를 대고, 따스한 햇살을 맞았다.
아까는 그렇게 두려웠던 햇살이, 더이상 두렵지 않았다.
"실례합니다. 주황민씨 댁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만."
"이런, 남성이십니까?"
"보시다시피."
"이거 참... 죄송하게 됬습니다. 여성 살인마가 황민씨랑 비슷하다는 제보가 있었는데, 이제보니 남성이시군요."
"예. 괜찮습니다."
경찰관은 송구하다는듯 문을 나섰다.
난 가볍게 목례를 하고, 내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는 쓸 일이 없길 바라며 전기충격기를 가방 속에 밀어넣었다.
(백석) 편으로 이어지지만 내일 올리도록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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