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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 3

케모너(118.32) 2014.02.17 02:49:19
조회 656 추천 0 댓글 1

"제가 아는 바가 있는데, 한잔 하고 가실래요?"


"글쎄요... "


슬쩍 시계를 바라보니, 벌써 10시 반이다.
주점에 들러서 잠이라도 들면, 그대로 여장남자가 되버릴수도 있었다.


'그래도 조금만 마시는건 괜찮겠지.'


"그럼 몇잔정도만 마실게요."


"다행이네요. 거절할까봐 조마조마 했거든요."

 

그는 사람좋게 웃으며 내 손을 잡아끌었다.
그가 데려간 주점은, 꽤 호화스러운 2인실이었다.
이전에 예약을 해뒀는지, 갖은 안주거리와 술이 즐비했다.


"와, 도훈씨 능력있네요. 이런데도 빌리시고..."


"뭐, 좀 무리를 두긴 했죠. 위스키는 뭘로 하실래요?"


"혹시 바번위스키 있으면 그걸로 주세요."


"그건 없는것같은데, 제가 직접 타올게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그가 술병 사이를 헤집어보더니, 밖으로 나갔다.
뭐야, 순 싸구려 술밖에 없잖아?
방만 좋지 술은 전부 하급품으로 해놓았나보다.
툴툴거리며 시계를 쳐다보았다. 이제 막 11시가 되는 참이었다.

 

"여기, 타왔어요."


"뚜껑이 열려있네요?"


"아, 제가 먼저 맛봤거든요."


그가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기, 한잔 드셔보세요. 맛 좋은걸로 받아왔거든요."


"고마워요."

위스키답지 않게, 약간 쓴맛이 느껴졌다.
그는 위스키보단 다른술을 마신다며 주변의 술병을 집어들었다.
주거니 받거니, 30분가량이 지나갔다.

 

"후음... 너무 많이 마셨나..."


"황민씨 괜찮아요?"


평소 마시던대로 들이켰는데, 아무래도 여체다보니 몸이 못견디는것 같다.
눈앞이 어질어질하고 곧바로 쓰러질것 같았다.
이상하다... 그래봤자...세잔인데.
그는 마치 기다렸다는듯 앞으로 기우는 몸을 붙잡았다.


"많이 취하셨나보네. "


"...괜찮아요. 저 이만 가볼게요."


"혼자서 못가실텐데?"

묘하게 빈정거리는 말투였다.
난 왠지모를 위기감을 느끼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냥 한숨 주무시죠. 수면제 버티기도 힘들텐데."


그의 얼굴에 능글맞은 표정이 감돌았다.


"...당신..설마..."


"남 발정시켜놓고 도망을 쳐?"


그가 협박하듯 귓가에 속삭였다.


몽롱한 정신을 붙잡기도 힘들었다.
그냥, 푹 한숨 자고싶은 그 상황에서도 그는 내 몸을 놓아주지 않았다.
뿌연 시야 사이로 아무런 저항없이 내 몸이 들썩거리는 것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카메라 소리가 몇번 들리고, 배에서 찌릿찌릿한 묘한 느낌이 내 몸에서 졸음을 내쫓았다.
수치심이 사라지고, 알수없는 감정만이 속에 응어리졌다.

 

달리는 택시 안에서, 아직 난 여체로 남아있었다.
차라리 잠을자서 성별을 바꾸고 싶었지만, 그 전에 당하고 말았다.
샴푸냄새 사이로, 더러운 냄새가 희미하게 느껴졌다.


"행복해?"


"..."


운전석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백미러로 어제 만났던 그 수인이 보였다.


"한숨 자둬."


"...닥쳐."


헛구역질을 참으며 이를 악물고 내뱉었다.
어지러움이 점점 심해지더니, 기어코 두통으로 넘어갔다.
머리가 갈수록 깨질듯이 아파왔다.
내가 신음을 내며 고통을 호소하던 말던, 금빛 수인은 무감각하게 대답했다.


"한번 빈 소원을 바꿀수는 없어. 남자로 돌아갈래?"


"..."


당장 돌아가고싶지만, 아직 할일이 남아있다.
카메라부터 찾아서 파기해야한다.


"...아직 너무 일러. "


"그래?"

 

그 한마디로 족했는지, 수인은 더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집에...돌아가면...아마...데려다 주겠지...?
난 억지로 눈을 감고, 수마에 몸을 맡겼다.

 

짜르르릉

 

... 이 익숙한 소리. 언제나처럼 울리는 자명종이다.
역시 그 수인은 나를 여기에 데려다 놓아준게 분명했다.
손을 들어 아래를 만져보니, 오늘의 몸은 남체 상태로 변해있었다.
침대에서 이곳저곳 쑤시는 몸을 일으키고, 부엌으로 걸어갔다.
몇년째 쓴 식칼들은, 이제 누굴 죽이기에는 너무 무뎌보였다.
아무래도 하나 새로 사야겠다고 생각하며, 다시 칼집에 꽃아넣었다.
애초에 이렇게 큰걸 숨기고 만날수는 없는 노릇이니, 다른게 좋겠지.
대충 옷을 걸치고, 호신용품을 사기 위해 집을 나섰다.

 

"이 제품이 시중에 나온걸로는 가장 강력한겁니다. 물론 크기에 비하면요. 더 큰건 당연히 더 센것도 많아요."


"일단 한번 당하면 아예 못움직일정도로 강력한가요?"


"예? 아.. 최대출력으로 하면 되지만, 그건 최대충전상태에서 두번밖에 못쓸거에요."


"두번이면 충분해요. 그걸로 주시죠."


"여성분에게 선물하시려고요?"


"... 네. 그분한테, 선물해주려고요."


제법 날카로운 맥가이버 칼도 하나 구했고, 스턴건도 시중에 있는것중에 가장 강력한걸로 하나 샀다.
월급이 어느새 절반이나 깎여나갔다.


"여자친구분에게 선물하기엔 너무... 과감한 패션같은데요."


"그걸로 주세요."


"아, 예..."


한번 눈을 흘기며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종업원이 황급히 속옷들을 싸기 시작했다.
집에 돌아와선 머릿속으로 몇번이나 계획을 짰다.
기절시키고
간단하게
목을 찌르면 끝나는 일이다.
무섭지 않은 일이야.
스스로 자기 최면을 몇번이나 걸며, 옆의 소파를 연신 찍어댔다.
솜이 이곳저곳 튀어나왔지만, 그런건 상관할 바가 아니다.

 

(다음날까지 생략)

 

직장에서 전화가 왔지만, 모두 무시했다.
어제는 제대로 느끼지 못했지만, 여체가 된 지금 다시금 느낀 분노 때문이었다.
무의미하게 켜진 tv에서는 어제 본 방송을 재방송 하고 있었다.


"남성이 사랑을 1만큼 느낀다면, 여자는 10만큼 느낀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도 언급되었던 내용이지요."


"아무래도 열배는 아닌것같아. 한 ... 20배정도?"


난 과감한 속옷을 챙겨입고, 핸드백에 칼과 스턴건을 넣으며 중얼거렸다.
대담하게도, 그놈은 대낮부터 자신의 집에 오라고 지시를 내렸다.
뭐, 나로서는 복수의 기회가 빨리 찾아왔으니, 오히려 환영이지만.
나는 굽이 날카로운 부츠를 신고 거리로 나섰다.

 

 

 

 

연애물을 기대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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