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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불편하대서 수정했다 돼지새끼들아모바일에서 작성

어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2.17 02:40:16
조회 83 추천 0 댓글 3


한스 병장이 자츰 의식을 되찾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눈을 떴는데도 그 자신이 눈을 감은건지 뜬건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어두운 방.

그 컴컴한 공간은 그가 지금까지의 일을 천천히 명상하기에 충분한 환경을 조성해 주고는 있었다.

이미 그는 왜 전쟁에 자원했는지부터, 상황이 여기까지 치닫을 때까지의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항상 잘못된 선택만을 한 것을 하나하나 곱씹어가며 후회하는것도, 벌써 3번이나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작게는 왜 부대에서 했던 마지막 식사를 이것이 마지막이 될거라고 예상치 못해 배불리 먹어두지 않았을까 하는 자질구레한 것부터, 크게는 상황을 쥐뿔도 모르면서 병신같은 지시만 내려대는 무뇌충 아군 장교의 머리통을 왜 진작에 샷건으로 날려버리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까지 말이다.

확실히 그 장교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았다면 이렇게 포로로 잡혀올 일은 없었을 것이었다.

세상에, 적진에 그냥 숨어들라니 그런 멍청한 작전이 어디 있겠는가.

물론 하란다고 그대로 실행에 옮긴 한스 병장도 자신도 문제가 있긴 하다만, 어찌됐던간에 이제와서 후회같은건 해봤자 아무런 소용도 쓸모도 없는 행동이라는 것을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어두운것도 좋고 외로운것도 좋았다.

무서운것도 좋고 배고픈것도 좋았다.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절대 한스가 버티지 못했다.

바로 시간관념에 관한 일이었다.

어두컴컴한 방 안에만 갇혀있으려니 바깥 풍경을 통해 지나간 시간을 알 도리가 없었던 것이었다.

체감상으로도 얼마나 시간이 많이 지났는지 계산할 자신이 없었고, 그저 잠만 몇시간 정도 자고 남은 시간 대부분을 명상에 빠져 지낼 뿐이었다.

그런식으로 버틴다면 언젠간 아군이 구하러 올 것이라고, 그는 아주 굳게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신념의 다이아몬드에는 점점 금이 늘어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역시나, 그 "언젠간"이라는 보장성이란 눈꼽만큼도 없는 단어가 점점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그의 가슴속을 헤집고 다녔다.

과연 동료들이 구해주러 오긴 할까 하는 새빨간 의심은 자신이 아군에게 버림받은 것이 아닐까 하는 시퍼런 불안감으로 덧칠되어 갔다.

그러다 종종 이러면 안된다며 한스는 이내 머리를 흔들며 삶의 의지를 불태우곤 했으나, 그것도 언제나 잠깐뿐이었다.

의지고 뭐고 순식간에 전부 타버려 재가 되기 마련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더 불안해지는 감정을 실시간으로 느끼곤 했다.

그저 빛 한줄기 없는 독방 속에서, 주린 배를 움켜쥐며 그는 사지에 달린 차가운 쇠고랑들을 만져보곤 하는 것이 그의 물리적인 일과의 전부였다.

가끔 꼬리가 떨어지진 않았나 하며 자신의 꼬리를 만져보는 경우까지 합친다면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문이 열렸다.

한스가 굶어죽지는 않았으니 아직 3주일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문 밖에서 적군 병사는 한스를 쇠고랑 채로 끌어냈다.

쇠고랑에 쇠사슬로 연결된 무거운 철구를 질질 끌면서 한스는 샤워실로 끌려갔다.

그러더니 대뜸 비누를 주면서 몸과 털을 깨끗이 씻으라는 것이었다.

무슨 목적인지는 모르지만 밉보여서 좋을것 없다고 생각한 그는 병사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얌전히 몸을 미지근한 물로 헹구었다.

이따금씩 그를 음흉한 눈으로 바라보는 몇몇 병사들의 교활한 표정이 보였지만, 아무튼 한스는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지금 상황—샤워를 시키는 일이 포로에게 하는 대우 치고는 좀 이상했지만 말이다.

어차피 무언가 반항적인 모험을 한다고 해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으므로 그는 아예 신경을 끄기로 했다.

그 와중에 한 병사가 목욕타월을 꺼내 한스에게 건네는 바람에 한스는 더욱더 신경을 쓰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다.

샤워를 마치고 병사들을 따라 식당으로 간 한스는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을 결코 잊을수 없었다.

오 하느님 맙소사, 음식이었다.

비록 군부대 짬밥이긴 했지만, 그가 그렇게도 갈망해 오던 것들 중 하나가 그를 온몸으로 희롱하고 있었다.

이성을 잃어가려는 한스에게 병사는 의외로 순순히 목줄을 풀어주었다.

먹으라는 명령조의 목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한스는 빵덩어리를 한 입 가득 베어물었다.

부드러운 버터의 향미가 입에서 새어 나와 코를 마구 자극했다.

그는 계속 볼이 미어터져라 씹었다.

입 안에서 부서져가는 빵처럼 그의 이성도 점차 부서져갔다.

빵을 들고 있는 손도 모르는 새에 다른 손은 소시지를 집어들었다.

통통한게 제법 맛이 있어보였다.

킁킁거리며 고기 냄새를 맡다가, 한스는 결국 그것도 입 안에 밀어넣었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건 정말 오랜만에 먹어본다고 한스는 생각했다.






요즘엔 책도 저런식으로 나오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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