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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 2 (주황민)

케모너(118.32) 2014.02.17 02:34:39
조회 591 추천 0 댓글 4

집에 돌아오고 나서, 12시가 지나기만을 기다렸다.
소원상자를 완전히 믿는건 아니지만, 혹시나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초조하게 TV 채널만 돌리던 도중,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남성이 사랑을 1만큼 느낀다면, 여자는 10만큼 느낀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도 언급되었던 내용이지요."


왜 하필 저런 주제로 방송을 할까? 애초에 사랑을 수치화하는것 부터가 말이 안되는 일이다만...
생각은 그렇게 하면서도, 선뜻 채널을 돌리기가 힘들었다.
채널을 돌릴지 말지 고민하는 사이에도, TV에선 주저리 주저리 말이 흘러나왔다.


"그걸 반증하듯, 남성이 복수극을 벌이는것은 드물어도, 여성이 사무친 복수를 하는것은 전세계 어느 문학에서나 찾아볼수 있습니다."


해설자 특유의 설득력있는 말투와 사실이 덧붙여지니, 상당히 그럴싸하게 들렸다.
당장 우리나라에서만 해도 '한'의 정서가 남아있지 않은가?
호기심에 그 프로그램을 전부 시청하고 나니, 어느덧 내일까지 3분밖에 남지 않았다.
나도모르게 꼬리를 바짝 세우고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2분


1분


10초

 

뻨꾹!


집중해서 핸드폰만 바라보다가, 화들짝 놀라서 튕겨일어났다.
너무 집중하다보니까 뻐꾸기시계가 있던것도 잊어버렸다.
일단 놀란건 둘째치더라도, 정말 소원이 이뤄졌는지가 중요했다.
심호흡을 하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떨리는 손을 뻗어서 가슴을 만져보았다.
...
온몸을 더듬으며 확인했지만, 물건은 듬직하게 남아있었다.
가슴도 변함없이 납작하고 탄탄하다.


"뭐야 이게."


갑자기 김이 푹 새버린데다,장난질에 몇시간동안 조바심을 쳤다는걸 떠올리니까 화가 몽글몽글 솟아올랐다.


"이럴줄 알았어! 소원은 무슨. 몰래카메란가?  그러면 내 소원이 동네방네 알려질거아냐! "


방송사에서 깜짝 몰래카메라라도 한거였다면, 동성애자로 찍힐게 분명했다.


"몰라!"

끝없는 상상을 멈추려고, 배게에 얼굴을 푹 파묻어버렸다.
그래 뭐, 이럴줄 예상은 당연히 했지만서도, 막상 이런결과가 돌아오니까 실망한건 사실이다.
소원에만 탐닉해서 허구적인걸 믿은 내 잘못이다.
한번 비관적인 생각을 하니까 걷잡을수가 없었다.
지금이라도 푹 잔다면 내일 정상적으로 출근할 수는 있겠지.
난 엎드린채로 연신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렸다.

 

짜르르릉


간신히 손을 뻗어서 자명종을 내리쳤다.



자명종은 애처롭게 한번 비명을 지르더니 옆으로 나동그라졌다.
또 지옥 시작이구나.
한숨을 쉬며 돌아누웠는데...
이때쯤 되면 아래쪽에서 느껴질 볼록한 감각이 전혀 없었다.


출렁

 

"엥?"


아래쪽에 감각이 없는 대신, 가슴에 무거운게 올라온듯 무게감이 느껴졌다.
게다가 목소리도 내것이 아니다.
깜짝 놀라서 몸을 일으켰다.


출렁


"뭐야!!!!"


가슴이 커졌잖아!
차마 입을열어 말은 못하고, 그저 뻐끔거렸다.
다급하게 손을 아래에 갖다댔다.


"없어!!!!"


있어야할 곳에 아무것도 없고, 없어야 할곳엔 있어선 안될게 생겼다.
정말, 정말 여자가 되버렸잖아!


"안돼!!!"


나도모르게 머리를 쥐어잡고 비명을 질렀다.
낮은 목소리 대신, 전형적인 영화속 여주인공의 목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말도안돼..."


한참을 멍하게 거울앞에 서있었다.
아무리 봐도 완벽한 여체다.


"가슴은 왜이렇게 커진거지"


한번 툭 치자, 가슴이 시계추처럼 흔들렸다.
이래서야 일을 하러 나갈수도 없었다.
한참을 생각하다가,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이렇게 된 이상 병가를 내고 내일 출근하는 수밖에 없다.
두 손가락으로 코를 막고, 상사가 전화받기를 기다렸다.


"여보세요?"


"과장님. 저 황민입니다."


"엥? 목소리가 왜이래?"


"몸살감기가 너무 심하게 걸려서요. 오늘 병가 낼수 있을까요?"


"얼마나 심하길래 목소리가 이렇게 바뀐거야? 나원참."


전화 너머로 한참을 불평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3년동안 여태껏 병가를 낸적이 없어서 그런지, 과장은 결국 허가를 내줬다.


"...살았다."


그제서야 코로 숨을 내쉬며 침대에 주저앉았다.
어떻게 병가를 얻어내긴 했지만, 내일 모래서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막상 여자가 되어도 인맥도 없는데다, 여자들이 어디를 다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아무 남자나 잡아끌을수도 없는 노릇인데...
...차라리 어제 그 남자한테 전화번호를 줄걸 그랬다.
일단 밖에서 허기를 채울 요량으로, 어제 벗어놓았던 옷을 펼쳐보았다.
아직 상태가 좋아보이니까 한번정도는 더 입을 수 있었다.


"어라?"


아무 생각없이 핸드백을 들어올렸는데, 예상치 못한것이 떨어졌다.


"명함이잖아?"


XX교육 김도훈

가만있자, 도훈이라면... 어제 밤에 만났던 그 수인이 아닌가!
허둥지둥 명함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내가 찾는건 눈에 쉽게 띄었다.


010-XXXX-XXXX


이게 왠 횡재람!
혹시라도 마음에 들면 연락해달라고 넣어뒀나보다.
들뜬마음에 곧장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곤 메시지 함에 들어가서 빠르게 문자를 작성했다.


'안녕하세요. 황민이에요. 어제 연락처로 안드린게 너무 죄송해서 문자드려요. 나중에 다시 뵜으면 좋겠어요.'


"이정도면 됬지?"


혹시 실수했을까봐 꼼꼼히 내용을 둘러본 뒤, 과감하게 전송버튼을 눌렀다.


"보냈다!"


될대로 되란 식으로 침대에 드러눕는 순간, 요란한 문자소리가 들렸다.


"벌써???"


황급하게 핸드폰을 켰다.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 다시 만날까요? 오늘도 괜찮습니다!'


이사람 나한테 푹 빠진것같다.
나도모르게 입가가 쭉 벌어졌다.


'오늘 만나도 괜찮으세요? 언제쯤 시간 나시는데요?'


헤벌쭉 벌어진 입을 다물기도 전에 연신 문자가 쏟아져 들어온다.


'8시쯤에 파스타리오에서 만날까요? '


'네 저도 거기 알아요. 그때 뵈요.'


'예. 꼭 나와주세요.'


"의외로 순정남인가? 그렇게 안보였는데."


중얼거리며 핸드폰을 껐다.
그저 하룻밤 유희상대로 만난 상대인데, 이렇게까지 날 마음에 두고있을줄은 몰랐다.


"그건 그렇고, 브래지어는 안사뒀는데... 낮동안 쇼핑이나 해볼까."


브래지어는 둘째치더라도, 여장용 복장은 한벌이 끝이니까, 괜찮은걸로 마련해야겠다.
옷도사고, 머리카락도 말아보고, 공식적인 여자로서 당당히 즐겨볼 심산이었다.
앞으로 계속 이렇게 지낼테니까, 압박 붕대도 미리 사놓고 말이다.
월급날로부터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지갑에 돈은 충분히 있다.
특별히 샴푸랑 바디워시를 듬뿍짜서 털을 씻고 난 뒤, 물기를 깨끗이 닦아냈다.


"드라이기도 하나 사야겠네. 빗도 좋은걸로 하나 사고..."


거친 빗으로 털을 다듬으며, 나도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중얼거리는 성격이었던가?
여체가 된 뒤로, 계속 혼자 쑤얼대고 있었다.


"이것도 고쳐나가면 되겠지!"


다시한번 혼잣말을 내밷고,중성적인 옷을 펼쳐놓은채 하나씩 골라입었다.
가슴이 커서그런지, 왠만큼 헐렁한 옷이 아니면 윤곽이 드러났다.


"황민씨는 취미가 뭐에요?"


어쩜 그렇게 예상했던대로 말을 내뱉을까.
그냥 독서나 음악감상으로 둘러대려다가, 한번 독특한 컨셉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솔직히 말해서 게임 좋아해요."


주스잔을 밀며 자신있게 말했다.


"네.. 게임... 예?? 게임이요?"


그가 깜짝 놀라서 되물었다.
하긴, 게임 좋아하는 여자는 드물다. 더군다나 액션게임이라면 더더욱


"사이퍼즈나 서든어택, 리그오브 레전드까지 다 좋아해요. 도훈씨는 어때요?"


"어...저도 리그 오브 레전드 좋아해요."


"닉네임 물어봐도 될까요?"


"당연하죠. Madcat이에요."


"푸쿡"


파스타랑 함께 먹던 음료수가 입에서 튀어나갔다.
불과 3일전, 게임 한판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애1미 씨1팔새1끼가 지가 똥싸놓고 지1랄을 해요"


'입에 걸레를 물었나 미1친놈이'


'그래 내 입에 문게 니 애1미 보x다 새1끼야'


그렇게 욕을 퍼부었던 상대가 눈앞에서 밥을 먹고있다.
혹시 내 닉네임도 물어볼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휴지로 입을 닦았다.


"황민씨는 닉네..."


"사실 저 사이퍼즈를 더 좋아하거든요. 리오레는 비매너 유저가 정말 많잖아요."


"아, 예 그렇죠. 며칠전만해도..."


당장 집에가서 닉네임부터 바꿔야겠다고 생각하며, 남은 파스타를 감아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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