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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 1 (주황민)

케모너(118.32) 2014.02.17 02:25:02
조회 812 추천 0 댓글 4

황민씨!"


애타게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치마를 입고 빨리 뛰는건 상상 이상으로 어려웠다.
어정쩡하게 달리는 사이,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전화번호만이라도 주세요! 황민씨!"


이대로 잡히면 꼼짝없이 번호도 주고 애프터 신청까지 받게 생겼다.
얼마전에 구입한 치마라 차마 찢기가 힘들었지만, 그런걸 따질 겨를이 아니었다.


"에이 씨!"


난 손톱을 세워 치마 옆을 북 찢어버렸다.
그제서야 다리를 자유롭게 움직일수 있었다.
두 다리가 북채처럼 빠르게 움직였고, 추적자는 점점 뒤쳐졌다.


"미안해요! 나중에 봐요!"


대강 손을 흔들어주고, 미친듯이 택시를 향해 뛰었다.


"황민씨!!!!!"

안타까운 절규 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미안하지만, 난 여장남자니까 잡히면 곤란하니까 어쩔 수 없이 도망치는거다.
재빠르게 택시를 잡아타고, 문을 잠궈버렸다.


"아저씨! xx아파트로 빨리 출발해주세요!"


쿵쿵


"황민씨! 이대로 가면 어떻해요!"


그는 안타깝게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찬찬히 다시 얼굴을 살펴보았다.
부드럽게 휜 눈매, 보기싫지 않을정도로 적당히 나온 코, 윤기나는 털...
여자였다면 곧바로 전화번호를 넘겨줬겠지만... 난 남자니까.
애써 고개를 돌려, 운전사를 바라보았다.
금빛털로 덮인 견종수인이,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차를 출발시켰다.

 


"후... 아저씨. 놀라셨죠?"


"..."


운전사는 묵묵하게 운전만 하고 있었다.


'까칠하기는...'


대답 듣기를 포기하며 고개를 돌리는 찰나, 의외의 대답이 들려왔다.


"남자로 살기 힘들어?"


"에?"


뜬금없이 정곡을 찔렸다.
고개를 숙이고 떨리는 손을 꽉 쥐었다.


"무슨 소리세요? 전 여자에요."


"..."


그는 망측하게도 내 가슴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슬쩍 고개를 내려 가슴을 바라보았다.
패드에는 딱히 문제가 없다. 목도리로 성대도 가려놨고, 전혀 들킬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여자 되고싶어?"


잠깐 고민하는 사이,운전사는 생각할 여유 없이 직설적으로 물어왔다.


"...한번쯤은 되보고싶어요."


어차피 한번 보고 만나지 않을사람이라는 계산 하에 내린 결정이다.
그래, 내가 남자인걸 안다고 해서 이 사람이 할 수 있는게 뭐가 있겠는가?
난 배짱좋게 아예 드러누웠다.


"너, 동성애자야?"


"아뇨! 아니거든요!"


"그럼 왜 남자를 만나?"


마땅히 할말을 찾지 못해서, 한숨을 내쉬며 창가를 바라보았다.
생각해보니, 동성애자도 아니면서 남자를 꼬시고있다.
...
바깥 풍경이... 이상하다.
평소에 보던 그 길가가 아니다.
바가지 요금? 설마 요즘 뉴스에도 회자되는 납치?
난 다급한 표정으로 소리질렀다.


"아저씨! 어디가는거에요!"


"겁먹지마. 너를위한 곳이야."


그는 짧게 대답하더니, 고개를 돌려 내 얼굴을 마주보았다.


"어... 귀가...."


"알고있어."


그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핸들에서 손을 뗐다.
분명히 견종수인인데, 귀는 용인의 것이다.
이런 수인은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
그의 낯선 외모를 멍하게 바라보는 사이, 그는 허름한 전화상자 앞에 차를 세웠다.


"내려."


"저... 돈 있는대로 드릴게요... 살려주세요."


"내려."


"히익..."


겁에질린 표정으로 내렸더니, 그는 의아한듯 물었다.


"왜 그런 표정을 지어?"


"...당신 강도 아니에요?"

 

"강도 아니야. 받아."


그는 왼쪽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어 건네주었다.


"...전화카드?"


"그래. 소원 한개분량으로 넣어뒀어.  상자에 들어가서 빌도록 해.  어떤소원이든 가능하지만, 한번 빈 소원은 절대 바꿀수 없어."


이건 무슨 종류의 사기일까?
전화상자에 넣고 무슨짓을 하려는걸까?
열심히 머리를 굴리며 알아듣는 척 했다.


"거짓말처럼 들려?"


뜨끔


"아뇨, 믿죠. 믿어요. 한번 들어가서 소원 빌면 되죠?"


대충 둘러대고 상자 안으로 들어갔다.
빨리 112를 부르고 위치추적을 시키는거야,  동전, 동전이 없네.
아무리 뒤져도 쓸만한건 택시기사가 건네준 카드밖에 없었다.
하는수없이 카드를 넣고 112를 누르려던 순간, 수화기에서 기묘한 음성이 들려왔다.


"소원수리상자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충전금액은 소원 한개분량입니다. 원하시는 소원을 말씀해주세요."


소원이라. 이런 상황에서 떠올리는것도 우습지만, 난 희미한 기억 속에서 유년기를 떠올렸다.


"황민이는 로봇 안갖고노니?"


"로보트보다 인형놀이가 더 좋아."


"남자애들이랑 놀잖고."


"싫어."


"커서 뭐가 될려는지...."


"..."

 

그래. 어린시절부터 쭉, 여자가 되었으면 했었어.
축구에는 영 서투른데다, 여자애들이랑 잡담을 나누는쪽이 더 즐거웠었지.
성별을 바꾸고 싶어도 트랜스젠더가 될수는 없었으니까, 이렇게 살아야한다고 마음먹었는데...


"성별을 바꾸고싶어."


나도모르게 입에서 소원이 튀어나왔다.
아까까지만 해도, 엉터리 사기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말았다.


"그 소원으로 확정하신다면 1번, 다시 비시겠다면 2번을 눌러주세요."

 

무작정 번호를 누르려다가, 섣부르게 앞서나간 팔을 거두어들였다.
정말 이대로 쉽게 바꿔도 될까?
막상 변했는데, 내 착각이었다면 어떻하지?
그렇다고 두가지 성별을 다 가질수는 없는 노릇이다.
잠깐 머리를 굴려보았다.
정말 소원을 들어준다면, 좀 무리수를 둬서 빌어보는편이 나을것 같았다.
과감하게 2번을 누르고, 안내소리를 기다렸다.
아까와 같은 기계음이 들려오고,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매일 성별이 바꾸게 해줘. 단, 원하는 때에 성별을 확정할수 있도록 해줘."


"그 소원으로 확정하신다면 1번, 다시 비시겠다면 2번을 눌러주세요."


"..까짓거, 한번 눌러봐서 손해볼건 없잖아!"



"소원, 받아들였습니다."


...


전화상자에서 더이상의 반응은 없었다.
카드는 자동으로 밀려나오더니, 마치 뱉어내는 것 처럼 바닥에 툭 떨어졌다.
난 무심코 카드를 집어들고 문을 열었다.


"이거 정말 이뤄주는... 어?"


눈을 휘둥그레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노란 택시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회색 택시 한대가 서있었다.


"콜택시 왔습니다. "


"부른적 없는데요."


"아뇨, 노란 수인분이 여기로 부르셨습니다."


용인이 능글맞게 웃으며 창문을 열었다.


"요금 징수도 안하는 서비스 차원이니까 그냥 타시는게 편할텐데?"


"서비스라면?"


"무작정 상자에 데려와서 소원을 빌었으니, 집까지 데려다 드려야죠."


아직도 의심스럽긴 하지만, 아까의 수인이 불렀다는 말에 조심스레 택시에 몸을 실었다.


"OO아파트 212동, 맞죠?"


"네."

 

생전 처음보는 수인이 내 주소를 알아도, 전혀 놀랍지 않았다.
단지, 정말 성별이 바뀔지 궁금했다.
이럴거면 차라리 전화번호라도 받아두는건데...
회색 택시는 형형색색으로 번쩍이는 거리를 지났다.
가방을 메고 잡담하며 걸어가는 여성들, 나로선 힘든 대담한 치마도 입고다니는 여수인을 보니, 왠지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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