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겨울방학때 있었던 일이다.
난 언제나 그렇듯이 우리가 써야할 3학년 교실을 청소하고 있었다.
새로 급우가 된 친구들은 작년같지 않게 서로를 지나치게 견제했고, 청소도 자연스럽게 개인 플레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난 아무 생각 없이 책상 속에 들어있는 책들을 꺼내어 마대자루에 쳐박아두었고, 근처에 굴러다니는 쓰레기들도 함께 넣었다.
급우들은 내가 책상속을 비우는 것을 보고, 청소를 안한다는둥 책망하지는 않았다.
난 책상을 옮겨가며, 안의 내용물을 깨끗하게 비워두었다.
그런데, 정말 우연하게도.
지금 생각해도 희안하다 싶을정도로 책들이 거칠게 뽑혀나왔다.
그와 동시에 책상 서랍 천장에 달려있던 뭔가도 찢어져나왔다.
나는 그 종이를 살펴보았다.
붉은 색으로 이것저것 한자가 쓰인것이, 뭔가의 부적같은 느낌이 들었다.
성적 향상용 부적일까 싶어서 실없이 웃으며 남아있던 찌꺼기를 긁어보았다.
그런데, 뭔가가 이상했다.
가짜라고 보기엔 너무나도 생생하게 피 한방울이 찍혀있었다.
빨간 잉크가 아니라, 약간 검게 변색된 진짜 피.
난 문득 두려움이 들어서 다른 책상으로 걸어갔다.
빗자루질 하던 급우가 옆으로 비켜주자, 난 책상서랍 아래를 손으로 더듬었다.
너무 꼭 붙어있어서 떼어낼 수가 없었지만 천신만고끝에 겨우 한장을 뜯어낼 수 있었다.


이것저것 괴기스러운 문양이 그려져있었고, 가운데에는 어김없이 피 한방울이 찍혀있다.
피의 모양이 달랐고 문양도 조금씩 달랐다.
이건 대량 생산품이 아니다.
누군가가 직접 손으로 써넣은 것이다.
그리고 아래 세글자는 명백하게 달랐다.
김지혜, 이성연
똑같은 글씨체다.


주변 급우들은 그걸 잠시 바라보더니, 다른 책상으로 걸어갔다.
책상서랍을 비스듬히 기울이고 안의 내용물을 살펴본 한 학생은, 두려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40명 반의, 39개 책상에
이름만 다르고 모양은 비슷한 부적들이 붙어있었다.
이상한 낙서가 가득한 한 책상에만, 그 부적은 없었다.




(이거 우리학교 ㄹㅇ 실화. 고3 여자애 하나가 저주부적을 온 급우들 책상에 수능 전날에 붙여놓음. 어떻게 알았냐고? 보다시피 자기 책상에만 부적을 안붙였거든.
청소하던 남자애들이 발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