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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헌이의 발렌타인모바일에서 작성

케모너(220.79) 2014.02.15 23:48:58
조회 75 추천 3 댓글 7

"네개밖에 못만들었어."


애초에 양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열개정도는 만들고 싶었는데...
태헌은 한숨을 내쉬며 초콜릿을 냉동고에 넣었다.
숨을 좀 돌리려고 식탁에 앉았더니 비로소 주방의 상태가 눈에 들어왔다.
여기저기 질척한 초콜릿물이 묻은것이, 흡사 여기저기 똥칠해놓은 것처럼 보였다.


\'그냥 오지 말라고 할까?\'


아직 약속시간까지는 삼십분가량 남았다.
코우야의 기숙사로부터 거리를 대강 계산해보면 지금 약속을 취소해도 이상하지 않다.


\'야 초콜릿이 하나도 안남았데.\'


태헌은 정신없이 화면을 두드렸다.
전송버튼을 누를지 말지 서너번은 고민했지만 결국 메시지를 전송해버렸다.
주방 의자에 늘어져서 망쳐버린 초콜릿을 바라보자니,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돈을 버렸다는 생각, 청소하기 힘들것이라는 생각.
하지만 무엇보다도... 초콜릿을 주지 못했다는 후회감이 너무 컸다.


까톡


뭔가 메시지가 왔다.
태헌은 코우야의 원망어린 질책을 담담히 받기로 마음먹었다.
살짝 떨리기까지 하는 손으로 비밀번호를 누르고, 메시지를 확인했다.


\'야 나 엘리베이터야.\'


잠깐 멍하게 앉아있던 태헌은 번개라도 맞은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엘리베이터가 멈춰서는 소리가 들려왔고, 곧이어 벨소리가 들려왔다.
어떻하지? 집에 없다고 해야할까?
결정하기도 전에 갑자기 도어락을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우리 가족일 리도 없고, 코우야가 도어락을 해제할 수 있을리도 만무하다.


철컥


문이 열렸다.
문 밖에 서있던 사람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누나와 코우야가 함께 서있었다.


"지갑을 놓고갔지 뭐야."


누나는 별 생각 없이 신발장 위에 놓인 지갑을 집어들었다.


"초콜릿 먹었어?"


"..."


"왜 대답을 안해?  넌 조금만 마시고 가라?"


코우야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누나를 내려다보았다.
아차, 집에 들어올때 술을 사왔다고 했으니
술 친구라고 오해하는걸까?


"나 간다."


뭐라 변명할 새도 없이 누나는 휑하니 나가버렸다.
현관에 어정쩡하게 서있던 코우야는 허락도 없이 신발을 벗고 들어왔다.


"음... 너희는 초콜릿을 마시나봐?"


"... 그런거 아닌데."


"... 이걸 먹으라고?"


코우야는 싱크대에 들러붙은 초콜릿 물을 가리켰다.
태헌은 평소답지 않게 허둥대며 손을 내저었다.


"아냐! 너 줄건 냉동고 안에..."


"초콜릿 없다며?"


"..."


일이 제대로 꼬여버렸다.
초콜릿이 없다고 했는데 버젓이 들어있는걸 본다면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태헌은 무슨 말을 하던 사태를 수습할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 네개 있네.  이렇게 뒤집으면..."


틀에서 덜 응고된 초콜릿들이 줄줄 흘러내렸다.


"뭐야 이거!"


그나마 만들었던 초콜릿들도 코우야의 손 위로 흘러내렸다.
태헌은 머리를 싸매고 의자에 주저앉았다.


"아직 덜 굳었다고!"


"...말을 해줬어야지."


완전히 망해버렸다.
이 참상을 해결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태헌에게, 찹찹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맛있긴.....하네..."


코우야는 온 얼굴에 초콜릿을 묻혀가며 열심히 손을 빨아먹고 있었다.
태헌은 자신도 모르게  핸드폰을 치켜들뻔했다.
지금까지 계속 보고싶어했던 모습을, 지금, 자신의 눈 앞에서 코우야가 시연하고 있다.
행복하다기보다는... 그저 멍했다.
코우야는 아기마냥 열심히 틀까지 핥아먹었다.
그리곤 생각났다는듯 반대쪽 손으로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나도 그냥 오기는 뭐해서, 초콜릿 하나 샀어. 받을래?"


"어...그래..."


태헌은 아직도 얼떨떨했다.
그저 손바닥을 펴서 코우야 앞에 내밀 뿐이었다.
코우야는 은박지를 까서 태헌의 손에 쥐여주었다.


"너 오늘 좀 이상하다? 왜이렇게 멍해?"


"갑자기 쳐들어오니까 그런거다 임마."


"좀 일찍 온건데 뭐."


둘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남자답게 하이파이브까지 하던 평소와는 사뭇 달랐다.
마치 데이트 처음하는 연인들처럼.



이윽고 512호의 문이 열리고 코우야가 걸어나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 정문을 지났다.
태헌은 자신의 집에서 싱크대를 타올로 문지르며 더러운 잔해들을 지워나가고 있었다.
멍하게 제 할일만 하던 두 수인이, 우연하게도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그리곤, 살짝 불안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자연스러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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