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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넝(117.17) 2014.02.13 14:10:08
조회 894 추천 0 댓글 1

"그럼 오늘 연습은 여기까지."
전쟁처럼 격렬했던 농구 연습이 끝나고, 언제나처럼 코치 선생님은 90년대 가요로 추정되는 정체불명의 멜로디를 콧노래로 흥얼거리며 체육관을 나섰다. 그것은 즉, 이제부터는 내가 활약할 시간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농구부원들이 숨을 고르며 체육관 바닥에 주저앉아 쉬고 있는 이때면 나는 농구 코트에 난입하려는 여학생들을 막아야만 하는 중요한 임무가 있다. 이게 한두명이 아닌 탓에 여간 어려운게 아니었지만, 그나마 이들은 농구연습 할 때는 방해하면 안된다는 이유로 아까까지만 해듀 전부 문 밖에 서서 구경하고 있었으니, 이론적으로 생각해보면 난 문 앞에서만 석상처럼 굳게 버티고 서서 막으면 되는 것이었다. 물론 이론은 이론일 뿐, 현실에는 여러가지 변수가 있으니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아, 쫌 들어오지 말라고!"
이렇게 소리를 쳐 봐도 말을 들을 애들이 아니지만, 상황이 급박해지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나는 항상 이렇게 외쳐보곤 했다. 지극히 당연히도, 내 예상대로 아무런 소용이 없다.
"아, 니가 뭔데 막아!"
"농구부 매니저다, 어쩔건데!"
"지가 매니저면 단 줄 알아!"
"꼬우면 너도 매니저 하던가!"
물론 진심은 아니고 그냥 하는 말이다. 농구부의 매니저는 나 하나 뿐이고, 후보 선수와는 달리 더 필요하지는 않으니까.
이런식으로 받아쳐가며 내가 그녀들과 육성으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 빈 틈을 통해 어떤 여학생 하나가 농구코트로 힘차게 뛰어들었다. 방금 난자 속으로 들어가는 것에 성공한 정자처럼 말이다.
'아, 망했다... '
이 생각이 번개처럼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동안, 나는 그 아이를 잡으려고 뒤돌아서 뛰기 시작했다. 어차피 나 혼자만의 블로킹은 실패한지 오래였다. 한명이 들어가는 것이 성공했으니 다른 이들도 "아, 쟨 들여보내줬잖아!"라는 식으로 외치며 나를 밀치면서 기어코 들어가고 말 테니까.
"태혁 선배!"
아니나다를까, 그 애의 타겟은 이제 3학년으로 올라가는 태혁 선배였다. 한 손엔 눈처럼 새하얀 수건을, 다른 손엔 비타민 워터를 들고 있는 그녀가 체육관 바닥에 팔을 벌리고 누워서 혀를 내밀어 헥헥대며 쉬고 있는 선배에게 달려간다. 멍청하기 짝이 없는 아이다. 비타민 워터가 비싸기만 하지 정작 비타민이 너무 부실하다는 것은 알까. 차라리 비타민 드링크를 사오던가.
"선배, 이걸로 땀 닦으세요!"
운동부 애들에게 자기 수건으로 땀을 닦아달라고 하는건 모든 여학생들의 로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걸 평생 세탁하지도 않고 소장하면서 땀냄새를 킁카킁카 거리겠다는 속셈이다. 정말 변태들이 따로 없다. 사실 내가 이들을 까댈 자격은 못 되지만...
아무튼간에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이런 애들을 놔두면 농구부원들은 제대로 쉬지도 못할 것은 안 봐도 블루레이일 것이다. 게다가 가끔 열량이 높은 과자나 빵, 음료수 등을 들고 오는 애들도 있는데, 체중 조절에 민감한 농구부에게 있어서 이것은 커다란 위협이다. 난 매니저로써, 그 악마로부터 농구부원들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결론을 말하자면, 여학생들은 죄다 출입금지라는거다. 근데 바리케이트가 뻥-하니 뚫려버렸으니, 이제 남은 마지막 방법은 농구부원들을 죄다 탈의실로 밀어넣는 것 뿐이다. 어차피 쉬고 나면 거기로 갈 거 아예 거기서 쉬게 하는게 좋을 것 같다. 아무리 광빠라고 해도 그 성역까진 함부로 못들어갈테니까 말이다.
"다들 들어가요, 빨랑!"
땀으로 젖은 털들을 만져가며 한명씩 한명씩 억지로 탈의실로 끌고가다시피 하니 내 몸도 그들처럼 땀범벅에다 녹초가 되어간다. 몇 번을 그랬을까,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농구부에서 제일 여학생에게 인기가 많다는 그 태혁 선배이다. 여학생들 사이에서 끌어내는 난이도가 제일 어렵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남겨두고 있던 건데, 생각해 보니 참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아예 처음부터 끌고 갔으면 지금처럼 어렵진 않을텐데 말이다.
으윽, 이러면 엄청 위험한데... 왜 난 일순위로 태혁 선배를 끌고가지 않았던 것인가. 엄청난 후회감이 폭풍처럼 몰려와서 나에게 비를 퍼붓는다. 설마 저러다 선배가 누구랑 엮여버리기라도 하면... 제발 그런 일은 없어야 할텐데 말이다.
사실 생각해 보면 내가 그 바보같은 전략을 태했던 이유는 매우 단순했다. 단지 태혁 선배와 마주치는 순간을 최대한 나중으로 미루고 싶을 뿐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선배를 싫어하는건 아니고. 사교성 좋고 끼 많은 허스키 수인을 대체 누가 싫어하겠냔 말이다. 그럼 왜냐고?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먹을 때 딸기를 맨 나중에 먹으려고 남겨놓는 그런 심리는 절대 아니다. 단지 마구 꼬인 이어폰 선처럼 어색하면서 복잡한 사정이 있는 것 뿐이지. 푸는데 고생좀 할만한 그런 것.
어쨌든, 시끄러운 여자애들 사이를 헤엄치다시피 지나가니 드디어 꼬리를 흔들며 앉아있는 선배가 보인다. 비타민 워터를 마시면서 누구 것인지 모를 수건으로 땀을 닦고 있다. 괜시리 화가 치밀었다. 머리가 빨개지는것 같은 느낌이랄까.
"선배, 빨리 들어가요! 이상한거 먹지 말고!"
수건을 낚아채고 선배의 팔을 잡아끌었다. 제법 탄탄한 팔근육이 느껴지는게 기분이 좋아지면서 가슴이 두근거린다... 만, 지금은 그런 작지만 소중한 행복을 느낄 때는 아니라서, 선배의 양 팔을 잡고 일으키는 것에만 집중했다. 물론 집중 뿐이다. 선배가 다리를 펴지 않아서 내가 바닥에 질질 끌고 가는 꼴이란 참 우스웠다.
"이게 이상하다니, 편의점에서 파는 거잖아?"
선배가 끌려가면서 고개를 갸우뚱 했다.
"어쨌든, 비타민 워터는 원래 저질이라서 안먹는게 좋다고요! 그리고 니들도 이런거 사오지 마!"
"에이 현민아, 그래도 쟤들이 나 생각해서 사다준건데..."
선배는 기어코 비타민 워터를 놓지 않았다. 그러면서 여자애들 쉴드라니, 아주 나만 나쁜놈으로 만드는구만. 여자애들은 내 굳어가는 표정을 보았는지, 교활한 눈빛으로 자기들끼리 뭐라고 속닥거린다. 뭔 내용일지는 안 봐도 뻔했다. 신경써봤자 나만 손해지. 이와중에도 여자애들에게 고맙다고 비타민 워터를 든 손을 흔들어주는 선배를 억지로 일으켜서 등을 밀어가며 우리는 탈의실로 향했다.
"쟤 태혁 선배 질투하나봐. 인기 많다고."
그러면서 허파에 구멍이라도 났는지 킥킥거리는 여학생들이 보였다. 그래, 그년들 말대로 질투는 맞다. 근데 상대가 틀렸어.

난 태혁 선배한테 꼬리치려는 그년들한테 끝없는 질투심을 느끼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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