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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hro syndrome - 8

케모너(118.32) 2014.02.11 15:03:48
조회 172 추천 0 댓글 4

"네 서재에서 인간 사진을 봤어."


"..."


"다니엘은 이 세계에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었어. 그럼 그 사진들은 뭐야? 게다가 영화도, 인간이 표지인 것이 있었어."


"뭘 묻고 싶은건지 알아. 하기사, 숨길 필요도 없긴 하지."


"그럼 대답해줘."


등 뒤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지 고개를 돌리려던 찰나,  모니터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니엘이야. 그때 기억을 떠올리기 싫었나봐."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불과 몇시간전에 봤던 얼굴이 많이 초췌해져 있었다.


"얘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천천히 생각해도 상관없어."


한 3분정도 지났을까?
그제서야 그는 무거운 입을 열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네가 의심하는 것 처럼, 난 인간이었어."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주먹에 힘이 불끈 들어갈정도로 충격적이다.
말로만 듣던 TF가 실제로 존재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말도안돼."

 

목에 힘을 주어 떨림을 진정시켰다.

기쁨이라고 해야할지, 미지의 공포라고 말해야할지 모를 애매한 감정이 가슴 속에서 치밀어올랐다.


"사실이야. 네 주변에 보이는 수인들 모두가 원래는 인간이었어."


"대체 어떻게?"


"첫 기록은 100년 전이었어. 세계 각지에서 인간들이 수인으로 변했다고 보고가 들어왔어."


"..."


난 말을 꺼낼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는 마치 역사학 교수처럼 기억을 되짚어가고 있었다.


"초기의 조치는 아주 신속하게 이뤄졌다고 해. 마치 예전부터 대비해온 것 처럼 말이야. 이 과정에서 '격리'된 수인들이 희생당했지."


"모두 잡아 죽였다는거야??"


"실상은 그랬다고 할 수 있지. 격리 보호조치라고 둘러댔지만 이후 수인들이 찾아가봤을 땐 부패한 시신밖에 찾을 수 없었으니까."


"...전염병이야?"


"그래."


그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들쑤시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데도 마치 반성하는 아이처럼 두 손을 모으고 앉아있었다.

 


"며칠동안 고열이 지속되다가, 감염자는 기절하고 뼈의 골격이 다시 맞춰지기 시작했어. 기절은 몸의 방어기제였을거야.  온몸이 뒤틀리는 고통을 겪으면 쇼크사 할수도 있으니까."


"털은? 언제 자라나는거지?"


"깨어난 이후에 진행됬어. 바늘이 온몸을 찔러대는 것처럼 끔찍하게 아프긴 하지만, 워낙 순식간이니까 제대로 기억하기도 어려워."


"그래서 인류는 어떻게 된거야?"


"필사적으로 사태를 진압하려고 했지만 결국은 막을 수 없었어. 민간인들은 이미 노출되어있었거든. 공기중에 이미 퍼져있었던거야."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었다는 거야?"


"문제는, 수인으로 변하지 않은 소수 엘리트집단이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거야. 그것도 몇년 전부터. 그 사실이 퍼지자마자 정부는 실각하고, 수인 중심의 정권이 생겼지. 이 와중에 가장 많은 사망원인은 자살이었어."


"대체 왜?"


"동물을 지독히도 싫어하는 사람들이 수인이 됐다고 생각해봐."


예전 세계에서도 장난삼아 던지던 주제였다.
수인이 된다면 누군가는 자살할지도 모른다고 농담삼아 던졌던 말이, 여기서는 실제로 벌어지고 있었다.


"100년이 흐르면서 지구에는 더이상 인간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어. 이게 네가 원하던 진상이야. 그 과정에서 25퍼센트가량 되는 인간과 수인들이 희생당했지. 수인 아들을 감싸고 통채로 불타버린 인간 어머니라던가, 생명중시를 내세우던 카톨릭교의 대량 학살이라던가..."


수인 애호가들한테는 장난삼아 거론되는 주제가, 민간인에게는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기억하고싶지 않을정도로 끔찍한 기억을 억지로 되살렸다는 죄책감에, 나는 아무말 없이 땅바닥만 쳐다보았다.


"이걸로 됐어? 난 더이상 해줄말이 없어."

 

아니, 이걸로 의문이 전부 풀린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궁금증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잠깐, 그럼 넌 왜 나랑 몸을 바꾼거야?"


"네가 있는 곳은 2112년이야.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겠어?"


"아니."


"네가 있는 세계에서는 어떤 이유에선지 아무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는거야."


"..."


"이곳의 인간들에겐 백신의 가능성이 있어. 그게 내가 몸을 바꾼 이유야."


"잠깐만, 블랜드는 영혼을 바꾸는 기술이 훨씬 고차원적이라고 했어. 그냥 아무 인간이나 데려올 수도 있잖아?"


그는 잠시동안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거기까지 말해줄 의무는 없다고 생각해."


"...왜 그렇게 생각하는건데?"


"몸을 바꿔야 하는 이유만 말해주면 충분하니까."

 

"그,그럼 이제와서 백신을 만들려는 의도는 뭐야?

 

"그것도 노코멘트. 너한테 직접 말해줄 의무는 없다고 봐."

 

 

그는 쓸쓸한 표정으로 교신을 끊어버렸다.
모니터의 불빛으로 조금이나마 밝았던 방이 완전히 어두워지고 말았다.

진실의 무게에 비해서 그걸 전해들은 시간은 터무니없이 짧았다.

난 잠시동안 그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멍하게 천장만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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