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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셔틀의 보디가드 - 2장 Jailed모바일에서 작성

어넝(1.242) 2014.02.08 15:09:33
조회 113 추천 0 댓글 5

1장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jumper&no=109638



엄마, 아빠. 죄송해요.
너무 힘들어서 학교에 다니지 못하겠어요.
전학을 갈까 했지만 날 괴롭히던 애들이
다른 학교에도 인맥이 있어서 그래봤자 헛일이랬어요.
전 도저히 못견디겠어요.
담임한테 일러봤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단순히 애들끼리 장난치는게 아니에요.
날 보고 죽으라고 목을 조르는것 같아요.
지금 죽어봤자 그녀석들에겐 장난감 하나 사라진것 뿐이지만,
전 이제 나가고 싶어요.
더 이상 당하기 싫

"지수야?"
부드러운 목소리에 지수의 손이 마비된 듯이 정지했다. 곧 그의 어머니가 자신의 방에 올 거라고 생각한 지수는 쓰다 만 유서를 급히 구겨서 뭉쳤다. 그 뭉치를 들고 숨을 고르는 동안, 방문이 소리없이 열렸다.
"지수야, 오늘 아빠가 늦게 오신다니까... 지수야?"
어머니와 눈을 마주쳤을때 지수는 뭔가를 깜빡했다는 것을 눈치챘다. 자신에 눈에서 굴러떨어지는 진주 방울을 어머니가 그만 보고 만 것이다. 어머니의 표정이 시멘트처럼 굳어갔다.
"너...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니?"
"벼, 별건 아니고요, 숙제로 영화감상문을 쓰는데 영화가 너무 슬픈 내용이라..."
급히 적절한 변명을 생각해 낸 자신의 두뇌에 지수도 감탄할 정도였다. 자신의 팔에 털이 담뱃불로 탄 자국을 어머니가 눈치 채지 못하기를 바라면서, 그가 급히 손으로 눈물을 훔쳐 내고 이빨을 드러내며 씩 웃어보이자 어머니도 그제서야 평온한 얼굴로 돌아갔다.
"난 또... 아빠 늦게 오신다니까 우리끼리 먼저 저녁먹자. 내려와."
조용히 방문이 닫혔다. 또 다시 자신만의 어두운 세계에 갇혀버린 지수는 쓰다 만 유언장을 다시 펴 보았다. 구깃구깃해진 유언장은 잉크가 번져 있었고, 군데군데 눈물로 젖어 있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내가 죽어야 하지? 난 피해자인데?\'
죽어야 하는건 그 일진 패거리 아이들이다. 죽어도 쌀 짓을 했으니 죽여버려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지수는 빠득빠득 이를 갈았다.

그날 밤, 지수는 잠옷차림으로 살금살금 부엌으로 내려갔다. 평소에 일진 패거리를 피해다니던 경험이 많은지라 지수는 능숙하게 소리를 내지 않고 걸을 수 있었다. 싱크대 밑 찬장을 열 때도 마찬가지였다. 핸드폰 플래시로 찬장을 비추니, 다양한 크기의 식칼들이 여럿 걸려 있었다. 숨기기 쉽게 작은 것을 골라야 할지, 다루기 편한 것을 골라야 할 지 지수는 고민이 되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이래야만 하는걸까?\'
사실, 지수는 칼을 잘 다루지 못했다. 잘못했다가 실패하면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상상하기조차 싫었다. 그만둘까 생각하며 고개를 돌린 지수의 눈 앞에 손에 든 자신의 핸드폰이 들어왔다.
고등학교 입학 선물로 아버지거 사 주신 최신형 스마트폰이었다. 물론 괴롭힘을 당흔 이후로 일진에게 맞다가 액정에 금이 간 이후로 지수는 이것을 절대 학교에 가져가지 않았다.
\'해도 돼. 전부 죽여버려야만 해. 내가 죽어도 또다른 피해자가 생길 뿐이야. 원흉을 없애버려야만 해.\'
온 몸에서 열이 나는 기분이었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다루기 편해보이는 식칼을 집어들었다. 지수는 이를 갈았다. 당장 학교에 가자마자 일진놈의 배에다 이것을 꽂아버릴 심산이었다.
"지수니?"
아까처럼 부드러운 목소리가 지수의 두뇌를 푹 찔렀다. 동시에 부엌 불이 켜지면서 지수는 뒤를 돌아보았다. 어머니가 잠옷바람으로 서 있었다.
"너 거기서 뭐하니?"
지수의 뇌는 또다시 급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내일 가정실습이 있어서... 요..."
그는 멋쩍은 듯이 웃었다.
"그대로 가져가면 다칠 수 있는거 모르니? 이리 주렴. 엄마가 천에 싸서 줄게."
그녀는 콧노래를 부르며 식칼의 날을 천으로 감쌌다. 그 장면을 보니 지수의 머리는 혼란스러워졌다. 자신이 그걸로 살인을 할 거란걸 알면 어머니는 분명 놀라서 기절하실 것이었다. 살인에 성공한다고 해도 결국 자신은 경찰에 잡혀갈테고, 인생을 망치게 될 것이다. 자신을 소중히 생각하는 부모님을 실망시킬순 없었다. 결국 지수는 패거리를 죽이려는 계획을 그만두었다. 어차피 성공할 거라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그저 참자, 참자고만 지수는 생각했다. 잘만 하면 2학년 때 패거리들과 모두 다른 반이 되어 괴롭힘이 줄어들 것이다. 그렇지 않다고 해도 3년, 3년만 참으면 된다. 인생이 80년인데 거기서 3년이면 별거 아니다. 부모님에겐 비밀로 하고 고등학교만 무사히 졸업하면 해방되는 것이다. 그는 해방을, 출소를 꿈꾸며 참기로 마음을 굳혔다.



일주일이 지났다. 참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준비물 뺏어가기. 지수는 꾸중을 들었다. 모두의 시선이 지수에게 쏠렸다. 일진 패거리는 킥킥거렸다.
돈 뺏어가기. 이젠 지수는 참고서를 사야 한다며 부모님께 거짓말을 하기에 이르렀다. 조만간 부모님 지갑에 손을 댈 지도 모를 일이다.
빵 심부름 시키기. 언제나 똑같았다. 이젠 빵하고 우유도 자비로 사와야 한다. 그리고 아무리 빨리 뛰어도, 어떤 빵을 사와도 맞는다. 우유를 정통으로 맞아 교복이 흠뻑 젖어 냄새가 났다.
책가방 뒤지기. 책하고 필통이 교실 전체에 흩뿌려졌다. 그걸 줍느라 온 교실을 돌아다녔다. 도와주는 아이는 없었다. 잃어버리는 물건은 매우 많았고, 그 중 일부만 교실 쓰레기통에서 겨우 찾아낼수 있었다. 패거리 중 악질적인 한 놈은 드래곤볼 놀이를 한다며 교과서를 학교 구석구석에 숨겨놓기 일쑤였다.
수업중 청소도구함에 가둬놓기. 결과 처리된 지수는 나중에 선생님께 양호실에 급히 가서 그랬다고 거짓말을 했다.
급식판 뒤엎기. 이건 학기 초에 당하던 짓이라 이젠 지수는 아예 점심을 굶는 중이었다. 그랬더니 요즘은 먹다 남은 급식을 식판째 가져와서 얼굴에다 엎는다.
담뱃불로 털 지지기. 30초만 버티면 끝낸다기에 지수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28초 후에 갑자기 일진이 배를 걷어찼다. 결국 그 짓을 지수는 한 번 더 했다.
씹던 껌 털에 붙이기. 떼어낼 수가 없었다. 결국 자신이 직접 잘라내고 상처인 척 밴드를 붙여놓는 수밖에 없었다.
털 자르기와 털 뽑기. 자르는건 이제 버틸만 했다. 뽑는게 아파서 그렇지.
귀 잡아당기기. 패거리중 두놈이 힘자랑을 한다며 양쪽 귀를 잡아당겼다. 떨어질 듯이 아팠다.
꼬리 붙잡고 거꾸로 매달기. 머리에 피가 쏠렸다. 물론 꼬리도 끊어질것만 같았다. 그 상태에서 지수는 완벽한 샌드백이었다.
안경 벗기고 매직으로 안경 그려넣기. 유성 매직이었다. 게다가 안경만 그린게 아니었다. 그걸 지우느라 지수는 매우 고생했다.
옷 벗기고 사진찍기. 거길 어떨게든 가려보려고 몸부림 쳤지만 더 맞을 뿐이었다. 배에 슬리퍼 자국이 남았다.
화장실 칸에 가둬놓고 물뿌리기. 이제 옷 젖는건 익숙했다. 다만 뜨거운 물을 뿌릴 때가 고비였다.
세면대에 물고문하기. 점심을 굶어서 고픈 배를 물로 채울수 있었다.
엎드리게 해서 간이 의자 만들기. 이걸 교실에서 할 때는 너무 창피했다.
목줄 채우고 개처럼 행동하게 시키기. 목줄이 너무 조였다. 멍멍 거릴때마다 웃음소리가 조소의 눈길과 함께 돌아왔다. 가끔 사온 빵을 맨바닥에 놓고 우유를 부어 개처럼 먹게 시켰다.
옷 안에다 벌레 집어넣기. 차라리 자신이 벌레였으면 한번만 당했으면 됐을거였다. 이젠 벌레가 징그럽다기보단 오히려 부러워졌다. 지수는 그렇게 생각했다.
우르르 에워싸고 마구 때리기. 얘들이 요즘 운동을 하는지 더 세진것 같다고 느껴질 뿐이었다.
괜히 선생님께 춤 잘춘다니 노래 잘부른다니 소리 하며 시키게 했다가 망신당하게 만들기. 이젠 지수는 아예 일어서지 않았다. 일진이 반 아이들을 선동시켜서 교실 앞으로 나가라는 소리를 하게 해도 묵묵부답이었다. 수업이 끝나자 지수는 교실 앞으로 끌려가 개패듯이 맞아가며 웃음거리가 되었다.
훌쩍거리면 그 표정을 핸드폰으로 찍기. 타는 듯이 빨개진 채 콧물이 흘러내리는 얼굴은 매우 흉측했다. 이걸 기념사진이라며 훈장같이 여기는 패거리들이 이상했다.

이것들이 모두 일주일 새 당한 일이었다.
앞으로도 계속될 일이고, 새로운 괴롭힘도 점차 늘어날 것이다.
근데 참아야 한다.

지수의 얼굴에선 웃음기가 사라졌다. 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한다는 개념은 싹 사라지고, 어둡고 우중충한 얼굴만이 계속되었다. 이제 그는 수인이 아니었다. 아무 생각도 감정도 없이 의무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마리오네트 신세일 뿐이다.
손목을 긋는 횟수가 점차 늘어간다. 이젠 자살하려는게 아니라 습관적으로 그냥 그었다. 그러면 조금 스트레스가 풀리는듯 했다. 자신을 괴롭히던 패거리들을 손목에 투영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취미로 배우던 요리는 완전히 그만두었다. 흥미가 점점 사라졌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하는 일이라곤, 부모님 눈을 피해 폭력의 흔적을 숨기고, 침대에 누워 잠을 자는 것 뿐이었다. 잠을 자는 동안은 현실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학교 가는것이 싫었다. 지각 횟수가 늘었다. 담임 선생님이 지수를 불러 지각에 대해 물으며 학교에 무슨 일 있냐고 물었지만, 지수는 더 이상 그를 믿지 않았다. 무능력한 놈이라며 마음속으로 욕만 했다.
이제 그의 관심사는 이것 뿐이었다. 어떻게 하면 시간을 빨리 흐르게 할 것인가. 어떻게 하루를 버틸 것인가.
이 끝이 보이지 않는 감옥에서 최대한 빨리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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