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수업을 듣는 것이 귀찮고 싫기만 했어요. 그건 아이들이라면 다 마찬가지니까요. 공부를 잘하던 말던 상관없이 말이에요.
하지만 오늘 오후 수업만은 그렇지 않아요.
언제나 싫어했었던 수업이라도, 미운 정이 들었나 봐요.
이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까, 더 듣고 싶어졌어요. 다음 수업 내용은 무엇일지 너무 궁금해져요.
하지만 제겐 이제 마지막이에요. 그동안 더 열심히 들었으면 좋았을텐데 말이에요.

그렇게 제 마지막 수업은 글씨 연습을 끝으로 막을 내렸어요.

전 그저 담당 조교님이 판서하시는 글을 따라 적으며 마음을 정리하려고 했는데, 시간은 절 기다려주고 싶지 않은가봐요.
저녁 식사 시간도 그래요. 음식을 씹으며 생각을 해보려고 해도 정신을 차려보니 그릇을 싹싹 다 비워버린 상태인걸요.
전 계속 여기에 있고 싶은데 왜 시간은 이럴때만 빨리 돌아가는 걸까요.



"여기에 계속 있고 싶다고? 형 제정신이야?"
상담이라도 해볼까 하며 제 생각을 카프에게 말했는데, 카프는 오히려 빨리 이곳에서 나가고 싶대나봐요.
"하지만 말야, 여기를 떠나면 어디로 가게 될지 불안하단 말야."
"그건 여기를 나가기 싫다는 거고, 여기에 계속 있고 싶다는 거랑 다른거야."
전 계속 카프의 등을 손으로 문질렀어요. 여기에서 며칠에 한번씩은 목욕을 해야 하거든요. 카프가 오고 나선 전 항상 카프하고 같이 목욕했어요. 서로의 등을 손으로 문질러서 때를 벗겨내야 했거든요.
하지만, 제가 가면 이제 카프는 혼자서 목욕을 해야 하겠죠? 그런데도 카프는 슬퍼하기는 커녕 오히려 저를 부러워하는거예요. 전 카프가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그 둘이 뭐가 다른데?"
"미묘하게 달라."
카프는 그렇게 말하며 찬물을 자기 몸에 끼얹었어요. 털을 문질러서 벗겨낸 때들이 모두 물에 씻겨내려갔어요. 이번엔 제 등을 문지를 차례예요. 우리는 뒤로 돌아서 앉았지요.
"카프, 넌 어떤 집 하인으로 가고 싶은데?"
"누구의 노예 따윈 되지 않을거야."
"뭐?"
"경매장에서 틈을 봐서 도망갈거라고."
전 재빨리 주변을 둘러보았어요. 오늘 목욕하는 다른 아이들도 서로서로 떠들면서 씻고 있었어요. 이 중에 카프가 한 얘기를 들은 애가 없었으면 좋을텐데 말이에요... 만일 누군가 일러바치기라도 하는 날엔 카프는 아주 큰일이 날테니까요.
"카프, 그런 얘기 함부로 하지 마. 누가 들으려면 어쩌려고 그래..."
자기가 한 실수를 깨달았는지, 카프도 한참 동안이나 주위를 둘러보았어요. 그렇지만 우리에게 신경을 쓰는 아이는 아무도 없는것 같아요. 우리는 겨우 마음을 놓았어요.
"아무튼, 난 그럴거야."
카프는 끝까지 마음을 바꾸지 않겠다는 거예요. 전 점점 카프가 걱정되었어요. 그러다 걸리면 어쩌려는걸까요... 아무튼 화제를 바꿔야겠어요.
"데이비드 조교님이 그러시는데, 성기는 껍질 안까지 씻어야 한대."
저는 그렇게 말하며 제 성기 껍질을 벗겼어요.
"형은 껍질이 다 까져?"
제 성기를 보며, 카프는 신기한 듯이 말했어요.
"응. 넌 어때?"
"난 아직. 그건 어떻게 씻는건데?"
카프가 물었어요. 저도 잘은 모르지만... 아무래도 성기도 손으로 문질러서 때를 밀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