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는 현관 앞에 서서 노크를 했다.
똑, 똑, 똑.
"레피드!"
그 다음엔 큰 목소리로 집주인을 불렀다.
"노-올자, 냐!"
잠시동안은 조용했다.
페르는 레피드가 나오려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1분, 2분, 3분이 흘렀다.
그제서야 페르는 레피드가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올거면 진작에 나왔을 것이고, 놀기 싫더라도 현관문을 열어서 놀지 않겠다는 뜻을 표현했을 텐데,
그렇다면 분명, 레피드는 집에 없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냐, 말도 없이 어딜 간 거야, 얘는?"
페르는 불평불만을 쏟으며 뒤로 돌아섰다.
분명 오늘 레피드와 같이 고추와 달걀서리를 하기로 했는데, 레피드가 약속을 깨 버린 것이었다.
투덜투덜, 궁시렁대며 그는 바깥으로 한 걸음을 내딛었다.
그때, 그의 귀 한쪽이 쫑긋거리며 움직였다.
집안에서 무언가 인기척을 느낀 것이다.
'설마... 도둑?!?'
페르는 덜덜 떨면서 현관문을 살짝 당겨보았다.
문은 살짝 끼익거리며 쉽게 열렸다.
'문이 열려 있어?'
레피드가 외출을 했다면 문을 잠그지 않았을 리가 없다.
분명히 다른 누군가 들어온 것이다.
도대체 누굴까 하는것도 궁금했지만 페르는 더 큰 문제로 고민했다.
밖에 나가서 고양이들을 불러올까 하는것.
그러나 부르러 간 사이 도둑이 도망쳐버리면 큰일이다.
어떻게든 레피드의 물건을 훔쳐가려는 도둑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페르는 생각 할 것도 없이 몰래 집 안에 들어갔다.
들어가자, 인기척은 2층에 있는 레피드의 방에서 나고 있었다.
'창 밖으로 뛰어내리지 않는 이상 잡을 수 있어.'
페르는 생각했다.
페르는 곧바로 레피드의 부엌 찬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캣타운 주민들이라면 집집마다 이런 곳에 철퇴를 놔 두기 마련이었다.
그건 레피드의 집도 마찬가지라서, 페르는 어렵지 않게 철퇴를 구할 수 있었다.
이젠 결전만이 남았다.
페르는 침을 꼴깍 삼키며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행여나 발소리가 날까 조심하면서, 그는 2층에 겨우 도달했다.
어느새 온 몸이 식은땀으로 절어 있었다.
이젠 도둑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살짝 문을 열고 뒷통수를 철퇴로 후려갈기면 끝이다.
페르는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그는 발을 헛디뎌 버렸다.
'아... 안돼!'
넘어지는 그의 몸은 레피드의 방문을 밀쳐 버렸다.
끼이익! 문은 큰 소리를 내며 열렸다.
이젠 정면돌파 뿐이다.
페르는 그렇게 생각하며 아직 놓지 않은 철퇴를 꽉 쥐고 일어섰다.
"페... 페르?"
이 목소리는 레피드였다.
"냐, 레피드?!"
페르는 놀란 눈으로 레피드를 보다가 더 놀랄수밖에 없었다.
레피드는 의자에 앉아 컴퓨터를 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단, 이상한 점이 있다먼 그가 평소에 즐겨 입던 멜빵 바지를 다리까지 끌어내리고 있었다는 거였다.
컴퓨터로 무슨 영화를 보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스피커가 고장났는지 이상한 소리만 나고 있었고,
레피드는 왜 얼굴이 빨개져있는지 모를 영문이었다.
하지만 더 놀랄 일이 있다면,
레피드의 고간에 무언가 병이라도 걸렸는지, 커다란 혹이 돋아나 있었다는 거였다.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