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깨니까 부엌에서 뭔가 끓는 소리가 들린다
자는 사이 수인이 알바를 끝내고 돌아온 모양이다
일어나서 부엌 쪽으로 가보니 수인이 윗통 깐채로 앞치마 걸치고 떡국 끓이고 있다
가스렌지로 요리할땐 덥다고 평소에도 위에 아무것도 안입고 요리를 한다
수인-깼어? 떡국 먹을거지?
나-아니.
수인-네 것까지 끓였는데...
나-그럼 먹을게.
나는 수인의 등에 얼굴을 묻고 백허그를 했다
나-그래도 나 챙겨주는건 너밖에 없네.
수인-가족 있잖아.
나-우리가족도 나 별로 안좋아할걸.
수인-왜?
나-나같은걸 누가 좋아해. 미친것도 아니고.
수인-그럼 난?
나-넌 미친거 맞지.
그렇게 말하니 수인이 피식 웃었다
배고팠는지 난 떡국 한 그릇을 금방 비웠다
수인이 더 먹을거냐고 묻길래 더 달라고 했고, 난 두 그릇 반이나 더 먹었다
수인-어차피 폭식할거면서 왜 굶었어.
나-그땐 그럴 기분이 아니었으니까.
수인-지금은 괜찮아?
나-그때보단 조금 나아졌을 뿐이지 괜찮은건 아냐.
수인-그래도 나 덕분에 나아진거지?
나-응.
내 대답에 수인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같이 TV를 보았다
TV에선 설 특집으로 영화 몇편을 틀어주고 있었다
이미 본 영화였지만 사정은 다른 채널들도 마찬가지였기에 우리는 그냥 그나마 재밌게 봤던 영화를 골랐다
사실 난 영화를 본다기보단 수인 품에 안겨있는게 좋아서 조용히 그 감각만 느끼고 있었다
수인-근데 집에 연락 안해도 돼?
나-괜찮아. 가족들 다 외갓집 갔어. 난 친구네 집에서 자고 온다고 말했고.
수인-언제? 아까 왔을땐 집에서 눈치보다 나왔다며.
나-이따가 말하면 될 거 아냐.
수인-핸드폰 줘봐. 내가 대신 써줄게.
나는 말없이 핸드폰을 건넸다
수인은 핸드폰을 잠시 만지작거리다가 나에게 돌려주었다
수인-니네 엄마한테 보냈어.
나-응.
수인-......
나-......
수인-쉽게 허락해주는걸로 봐선 너희 어머니 너 싫어하는건 아닌것 같던데.
나-설마 겉으로 대놓고 그러겠어? 속으론...
수인-그만. 열폭질 할시간에 다른 취미라도 가져봐.
나-잘 하는거 하나 없는데 무슨.
수인-그런건 상관없어. 그냥 작은 목표 하나 세우고 달성하는 것부터 시작해봐. 다들 그렇게 한다고.
나-노력해볼게. 내가 노력 자체를 잘 할수 있을진 모르겠는데.
수인-또 또 그 소리.
우리는 그런 대화를 하면서도 계속 영화를 보았다
한 시간 반이나 계속 보고 있지만 영화는 전혀 재미있지 않았다
전에는 분명히 재밌게 본 영화였는데 말이다
수인도 그렇게 느낀 모양이었다
수인-졸리다.
수인이 내 어깨를 손가락으러 툭툭 쳤다
수인-자자.
나-지금?
수인-아니, 하고 나서.
나-지금?
수인-응.
나-......
갑자기 수인이 날 안아들었다
한쪽 팔로는 등을, 다른 팔로는 다리를 받치고 들어올리자 자연스럽게 나는 수인의 목덜미에 양 팔을 걸게 되었다
수인-가자.
나-... TV 끄고.
그렇게 우리는 침대로 한발 한발 다가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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