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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차원물 -4

케모너(118.32) 2014.01.26 00:23:39
조회 904 추천 1 댓글 1

메이슨은 고기를 썰다가도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전체적으로 귀염성 있게 생긴 얼굴이라 노려봐도 그다지 위협적이지는 않았지만, 계속 그런식으로 쳐다보는 것이 신경쓰였다.
블랜드는 겁없이 이것저것 집어먹고 있었고, 다니엘도 한켠에서 조용히 홍차를 마시고 있었다.
잘 생각해보면 개과,고양이과,파충류과의 메이저한 수인들이 모두 모여있었다.
분명히 기뻐해야 할 일인데 세명의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보니까 식당에는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메이슨은 몇살이지?"

 

"내가 그걸 왜 알려줘야 되는데?"

 

메이슨은 기다렸다는듯 받아치고는 의기양양하게 내 눈을 쳐다보았다.
난 못들은 체 하고 고개를 돌렸다.
다니엘은 메이슨을 예의주시 하고 있었고, 블랜드는 벌써 스테이크를 두장째 먹어치우는 중이었다.

 

"이 몸 주인은 무슨일을 하고 있었어?"

 

"생명과학쪽 일을 하십니다."

 

"웃기시네."

 

아까부터 메이슨은 꼬투리를 잡으려고 기를 쓰고 있었다.
하지만 가끔씩 한숨을 내쉬는 블랜드 말고는 아무도 반응을 보이지 않자, 더욱 성이 난 것 같았다.
이상황에서 더이상 말을 꺼낼 엄두가 나지 않았기에, 입을 꾹 닫고 창가만 바라보았다.
좀전까지만 해도 뛰어놀던 어린이 수인들은 전부 사라져 있었고, 꽃밭만 넘실거리고 있었다.

 

"안먹어."

 

메이슨이 시끄럽게 의자를 끌고 일어섰다.
말로는 안먹겠다고 했지만, 고기는 딱 한점을 빼놓고 전부 먹어치운 후였다.
그가 종종걸음으로 식당밖으로 걸어나가는걸 아무도 막지 않았다.

 

 

"쟨 대체 왜저러는거야? 누구길래 이 저택에서 살고있는거고?"

 

블랜드가 별 생각 없이 입을 열었다.

 

"뭐, 저러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가지. 어찌됬건간..."

 

"블랜드."

 

"알았어. 알았다고."

 

난 보다못해 나이프를 내려놓았다.
금속과 유리가 부딫치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대체 나한테 숨기는게 뭐야? 기분나쁘게. 무슨일이 있었던 건지 빨리 말해줘."

 

"옛날이야기일 뿐입니다. 별로 말하고 싶지도 않고요."

 

다니엘은 차갑게 쏘아붙이곤 식사를 재개했다.
블랜드도 어깨를 한번 으쓱이곤 음식을 먹어치웠다.

결국 이 세계에서 내 입지는 어디서 굴러들어온 이방인에 불과한 것이다.
그들한테 있었던 일에 대해서 참견할 자격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다니엘한테 감정을 느꼈다고 해도 얼마 후에는 헤어질 입장이라는걸 깨닫자마자, 식욕이 뚝 떨어졌다.
지금은 그냥 침대에 누워서 혼자 생각을 정리하는게 좋을 것 같았다.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 어디선가 알람이 울렸다.
다니엘은 핸드폰 비스무리한걸 꺼내들고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한숨을 쉬며 일어났다.

 

"뭐야? 급한일이 아니면 밥은 먹고 가야지."

 

"그분이 부르시네요.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본 주인이 부르는 거면 나도 같이 가보고 싶었다.
내 몸으로 무슨 일을 하고다닐지 궁금하기도 했고, 이 자리에 계속 남아있고 싶지도 않았다.

 

"그럼 나도 데려가. 만나보고 싶어졌어."

 

다니엘은 고개를 끄덕이고 휠체어를 밀기 시작했다.
창 밖에 있던 아이들은 어느새 전부 사라지고, 햇빛과 꽃밭만 남아있었다.

 

"여기 있던 아이들은 점심이라도 먹으러 갔나봐?"

 

"뭐.. 그렇지요."

 

다니엘은 어정쩡한 대답만 내놓고 입을 다물었다.

 

 

"여기에 앉아계시면 됩니다."

 

다니엘은 모니터 앞에 휠체어를 세우고, 이것저것 조작했다.
잠시 화면이 지직거리더니 익숙한 내 얼굴이 떠올랐다.

 

"드디어 연락이 닿았네. 신호는 잘 잡혀?"

 

모니터에서 나답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나자마자 방이라도 정리한건지, 방 상태는 아주 깨끗했다.
아니, 너무...깨끗한것 같았다.

 

"가구들은 전부 어디갔어? "

 

"걸리적거려서 다 치워버렸지."

 

"뭐라고?"

 

"아, 그리고 통장에 돈이 꽤 많은것 같던데. 내가 다 써도 괜찮지?"

 

"안돼!!!!!"

 

나도 모르게 몸이 튕겨나갔다.
차를 사려고 얼마나 아껴서 모은 돈인데 그걸 다 써버린다니!

 

"제발! 그건 손도 대지마! 먹을거라면 집에 많잖아!"

 

"그래봤자 이천만원밖에 안돼잖아?"

 

"밖에라니..."

 

수인세계 한번 여행하고 이천만원을 날려야 한다니
이건 부당거래야.
억지 계약이라고... 
그가 멋쩍게 웃으며 뭐라고 말했지만,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러니까, 내 세계에 있는 신기술을 여기에 남겨두고 갈게. 특허 등록이라도 하면 엄청 벌어들일 수 있을거야."

 

"신기술?"

 

"거기에 있는 기술은 적어도 여기보단 훨씬 나을걸? 실용적인것만 두고갈게."

 

"정말로?"

 

"그렇다니까."

 

이 시대의 기술을 들고가면 분명... 문명 자체가 진보할 수도 있는거 아냐???
그런 대단한 조건이라면 무조건 받아들여야지!

발이라도 핥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최대한 감정을 억제하고 덤덤하게 말했다.

 

"정말로 그럴 수 있다면 통장에 있는돈 다 써도 괜찮아. 집만 빼고 다 건드려도 아무 상관없어."

 

"정말이지?"

 

그는 밉살스럽게 웃었다.
일단 생명공학쪽 일을 한다면 믿을만 한 것 같으니, 통장을 건드리는걸 허락하기로 했다.

 

"난 내가 돌아가고싶을때 돌아갈 예정이니까, 화장실에 있다가 영혼이동 당해도 난 모르는 일이야. 알겠지?"

 

"그래 니 맘대로 해라. "

 

"그래도 이번엔 생각보다 침착해보여서 다행이야. 일부러 수인 애호가만 물색했었거든."

 

"너무 배려심이 깊어서 놀라 자빠지겠네."

 

"그럼, 다니엘좀 잘 부탁해. 블랜드야 나 없이도 잘 먹을거고... 메이슨이 문제인데..."

 

그는 말끝을 흐리며 머리를 톡톡 두들겼다.

 

"그냥 시비 걸어도 못본척 넘어가줘. 알겠지?"

 

"아까부터 궁금한게 있는데, 그 애랑 너랑 대체 무슨 관계야?"

 

"끊는다. "

 

"잠깐만!"

 

그는 자기 할말만 일방적으로 통보하더니 교신을 끊어버렸다.
다니엘은 휠체어를 몇번 밀더니 저쪽으로 치워버렸다.

 

"펄쩍 뛰는 폼을 보아하니 걸어다닐 순 있지요? 마저 식사하러 가시죠. 저는 남아서 정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안데려다 주는거야?"

 

"아직 길을 모르시나요?"

 

'같이 걷고싶어' 라고 하고싶었으나, 가까스로 입을 꾹 닫았다.

영화볼 시간도 내줬는데, 더이상 그를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냐 잘 알아. 그럼 먼저 먹으러갈게."

 

당당하게 말은 했지만...복도를 제대로 찾기가 어려웠다.
긴 복도로 가야한다는건 알겠는데 여기저기 문이 많아서 말이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없던 꽃밭에는 이상할정도로 아이들이 많았다.
단체로 모이기로 약속이라도 한걸까?
문득 의문이 들어 창문을 열고 가장 순해보이는 아이에게 소리쳤다.


"이리 와봐!"

 

의도와는 다르게 흉포한 곰처럼 생긴 아이 하나가 뒤뚱뒤뚱 걸어왔다.

 

"너 말고 저기 뒤에있는애!"

 

이번엔 머리에 둥근 뿔을 단 양수인이 수줍은 표정으로 걸어왔다.
몽실몽실한 털이 왠지 신기하게 생겨서 머리카락에 손을 가져다 댔다.

 

"뭐야 이게?"

 

기겁해서 손을 뒤로 뺐더니, 아이는 다시 반대쪽으로 뛰어갔다.

 

"통과했잖아?"

 

어이없는 광경에 혼이 팔려 있을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 당신 작품이잖아. 홀로그램인가 뭔가."

 

빨간 옷을 입고있어선지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었다.
메이슨은 내쪽으로 터벅터벅 걸어오더니, 창가에 걸터앉았다.

 

"당신, 정말 크라우스 아니지?"

 

"아니라니까."

 

"...불쌍하네."

 

"뭐가 불쌍하다는거야?"

 

메이슨은 진심으로 안됐다는 표정을 짓고 나를 바라보았다.

 

"아무생각 없이 앉아있다가 토사구팽 당하는건 뻔한 전개 아니야? 그러니까 불쌍하다는거야."

 

"너 아까부터 무슨말 하는거야!"

 

차마 멱살은 잡을 수 없어서 팔을 꽉 잡고 물었다.
아무도 이야기해주지 않는다면 직접 듣는 수 밖엔 없다.

 

"더러운 손 치워."

 

메이슨은 내 팔을 쳐내고 창가에서 내려왔다.

 

"당신이 크라우스가 아니라고 해도, 껍데기는 크라우스잖아? 그러니까 나한테 함부로 손대지 마."

 

메이슨은 곧장 뒤돌아서더니 복도 끝으로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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