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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하아이돌과 중년의 사랑(스압주의)
미용실 내부에서 연습 중인 지하 아이돌 그룹. 이 그룹의 멤버들은 낮에는 미용실에서 일하고 밤에는 아이돌로 변신한다방송 출연은 일단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지하 아이돌의 활동은 라이브나 이벤트 참여가 전부이다 그리고 대기업이 운영하는 '지상 아이돌' 그룹보다 지하 아이돌이 훨씬 친근하고 다가가기 쉽다는 이유로 지하 아이돌의 팬이 된 사람들도 적지 않다지하 아이돌들의 주요 수입원은 이렇게 팬들과 같이 사진을 찍거나 공연장 밖에서 1대1로 만나 돈을 받고 대화를 해주는 서비스이다여기 이 키요짱과 타카상도 지하 아이돌에 빠진 사람들이다53세 키요짱직업은 중소기업의 엔지니어45세 타카상.직업은 골프 연습장의 인스트럭터키요짱과 타카상은 둘다 독신이다먼저 키요짱부터.혼기를 놓치고나서는 집에서 분재를 키우고 골프 강습을 받는 것이 유일한 취미였던 키요짱그의 골프 강사가 바로 타카상이었다그리고 타카상을 통해 지하 아이돌에 알게 된 키요짱은 그때부터 열렬한 팬이 되었다평소에는 이렇게 홀로 지내며 사람들과 눈도 못 맞추던 키요짱이지하 아이돌 공연장에만 가면 보름달을 본 사이어인처럼 돌변한다사람이 달라진 거 같노키요짱이 특히 열심히 응원하는 아이돌은 '리리아'라는 지하 아이돌이다지하 아이돌의 장점은 따로 만나기 쉽다는 점이다. 키요짱도 당연히 매달 엄청난 돈을 리리아와 만나는 데 쓰고 있다얘가 리리아키요짱에게 지하 아이돌의 세계를 가르쳐준 타카상당연히 그도 지하 아이돌의 광적인 팬이다타카상이 열심히 응원하는 애는 마미야 이치코키요짱은 나이도 있고 소심해서 리리아에게 대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데 타카상은 상당히 공격적으로 들이댄다한편 키요짱과 타카상은 고민이 있다.지하 아이돌에게 연애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점심각한 키요짱나이 차이도 크고...리리아가 아이돌 활동에 전념하는 동안에는 연애를 해선 안되겠죠타카상도 졸라 심각함열심히 하겠습니다 하고 말하는 이치코를 보면서 저는 이 아이를 응원할 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결심이 섰습니다그러나 당사자들에게 키요짱과 타카상은 그냥 돈을 많이 뿌리는 손님에 불과했다리리아: 키요짱은 그냥 내버려둘 수 없는 사람 같아서... 모성애라고 할까요? ㅎㅎㅎ이치코: 여기서 열심히 해봤자 좋아지는 것도 없고 미래도 없는 거 같고. 시간이 아까워요최소한 지하 아이돌 당사자들은 자기들이 엄연히 아이돌이고 또 아이돌의 길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 같기는 하다.하지만 매니저의 의견은 가차없다아이돌 아니지. 아직그날도 지하 아이돌 공연장에서 때늦은 청춘을 만끽하던 키요짱과 타카상그런데 실은 그 공연 전에 리리아나 이치코를 비롯한 지하 아이돌들이 매니저에게 그만두겠다는 말을 꺼냈었다.공연이 끝나고 "오늘이 마지막 무대입니다"라는 멘트를 듣고 충격을 받는 타카상공연 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사진을 찍고사랑에 눈먼 타카상은 방구석 여포에서 진짜로 방 밖 여포로 변했다 적토마를 탄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옷도 붉은색이고타카상의 기백을 접하고 겁에 질린 매니저의 표정이 인상적이다죳또 코이(너 잠깐 일루와봐)안타깝지만 주변 사람들은 타카상의 분노를 그다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결국 방 밖 여포는 방천화극 한번도 휘둘러보지 못하고동료들과 함께 쓸쓸히 귀가리리아와 이치코를 비롯한 멤버들이 빠지고... 새 멤버들이 가입했다. 그리고 그 다음주에 어김없이 공연 시작.그리고 놀랍게도 그 공연장에 키요짱과 타카상도 와있었다얼마나 잘하는지 한번 보여봐이치코 만큼 못하면 야유나 해줘야겠어타카상은 새 멤버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거 같은데 키요짱은 꼭 불만만 있는 건 아닌듯?리리아는 다른 지하 아이돌 그룹에 발탁되어 '아이돌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키요짱하고도 연락이 닿아 지금도 (요금을 지불하며) 리리아와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다이치코도 새로운 지하 아이돌 그룹에서 활동하고 있다그리고 키요짱과 타카상은 이치코가 활동하는 새 그룹 응원에 여념이 없다. 같은 처지의 삼촌팬들과 함께 만나 응원의 구호를 맞춰보고 있다그리고 다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중년들한편 그 다음날 오후의 공원에서키요짱은 갑자기 눈물을 흘린다리리아에 대한 사랑과 리리아의 아이돌로서의 미래를 위해서는 팬으로 머물러 있어야 하는 자신의 처지 사이에서 그만 감성이 돋아버린 것키요짱의 지갑에는 리리아와의 새로운 폴로사진이 소중하게 끼워져 있었다
작성자 : 킹짱두고정닉
ㅅㅍ)<순응자>, <대결>: 사슬의 이미지 – 연대와 족쇄의 이중성
서울올림픽 개막식에서 “손에 손잡고”라는 가사를 전인류 평화 연대의 상징으로 사용한 것처럼 소위 ‘인간 사슬’의 이미지는 협심과 화합, 연대의 상징으로 사용되고는 한다. 이것은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재미있는 건 이러한 사슬의 이미지는 상기한 연대의 표현으로 사용될 수 있으나 반대로 족쇄의 표현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먼저 영화 <순응자>를 보자. 무솔리니 파시스트 정권의 비밀경찰인 주인공은 자유를 찾아 정치적 목적으로 프랑스로 망명한 교수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고 프랑스로 떠난다. 이때 교수는 동시에 주인공의 대학 시절 스승이기도 하다. (교수는 주인공이 파시스트가 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그를 설득하려 한다.)좌측이 주인공이고 우측이 교수이다. 둘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내가 자네를 아까 시험해본 거야. 그 편지에는 아무것도 없었네.”주인공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는 교수. 두 인물 앞에서 술집 손님들이 모여 인간 사슬을 만들고는 춤을 추고 있다. 곧장 인간사슬에 끼어드는 교수와 달리 주인공과 그의 비밀경찰 동료는 고독하게 앉아있을 뿐 인간사슬에 껴들지 않는다. 교수의 기대와 달리 주인공은 ‘자유세계’의 일원이 되지 못하였다. 이들은 연결되지 않은 공간 속의 외로운 개인으로 존재한다.주인공을 둘러싸는 춤의 행렬. 그들에게 둘러싸인 주인공은 그 사슬에 동참하기는커녕 두려워한다. 여기서 인간사슬은 자유세계 연대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주인공을 억누르는 억압으로 작용한다. (본인의 경우애는 자유 체제가 일종의 족쇄라 생각하지만 그 견해는 차치하고) 본 장면에서는 민족의 연대를 내세운 파시즘과 달리 오히려 자유세계에서 진정한 연대가 이뤄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로써 파시즘이 말하는 하나된 민족, 하나된 국가의 허황성이 폭로되게 된다. 순응자의 경우 인간 사슬에서 이중성이 관찰되기는 했으나, 저 영화가 만들어졌을 70년대나 지금이나 파시즘이 받는 취급을 생각하면 이러한 묘사가 어떠한 이념(자유세계)의 양면성에 대한 폭로로 이어지는 것이라 보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본다.반면 <대결>의 경우에는 인간 사슬의 이중성에 대한 모습이 확장돼 이념과 정치운동의 이중성에 대한 이야기로 뻗어나간다.다음은 영화의 도입부의 장면이다.빨간 옷을 입은 지도자격의 학생과 사회주의 청년들은 인간사슬을 대형을 취해 경찰을 둘러싼다.청년들의 기습으로 무장해제 상태가 된 경찰들은 그들과 함께 인간사슬의 춤을 춘다. 그들은 위계를 뛰어넘어 연대하고 있다.신학생들과 토론을 하겠다고 신학교로 쳐들어간 사회주의 청년들. 활기찬 모습으로 사슬을 만들어 다니는 사회주의 청년들과 달리 신학생들은 무기력하게 제각각 도망가기 바쁘다. <순응자>에서 그러했듯이 여기서도 사슬은 연대이나 동시에 신학생들에게는 피해야 할 대상이다. 신학생들은 사슬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신학교 안에서 노래부르고 춤추며 사슬 모양으로 춤을 추는 학생 무리. 이때 몇몇 신학생들이 이들의 무리에 동참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앞서 보았던 경찰들과의 춤과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경찰 등장) 야 이 새끼들아 신학교 쳐들어가라고 한 적 없다. 신학교로 들어와서 해산을 명령하는 경찰. 경찰은 서있는 학생들과 달리 자동차라는 높은 위치에 있다. 여기서 학생들과 자동차 위에 선 경찰 간의 권력의 차이가 드러나며 이것은 굉장히 권위적인 광경이기도 하다.사슬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나 뒷부분과 흥미롭게 연결되는 장면이라 언급하였다. 빨간 학생의 방식대로는 더 이상 안되겠다며 그 지도자의 자리에 쫓아내는 사회주의 청년들. 사회주의 청년들이 빨간 학생을 둘러싸고 있다. 이것은 소수자에 위치에 선 빨간 학생에게는 소외됨으로 작동한다.새로운 지도자를 뽑고 다시 신학교로 들어간 학생들. 새로운 지도자의 행동은 빨간 옷과는 다르다. 수평적인 위치에서 그들과 대화를 나누었던 빨간 옷과 달리 새로운 우두머리는 신학생들보다 높은 곳에 위치한다. 아까 경찰이 명령을 내리던 모습과 흡사하게 지도자는 신학생들에게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설교를 하고 있다. 또다시 등장한 인간 사슬.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연대의 이미지가 강했던 초반과 달리 후반의 인간 사슬은 신학생들에게 통제하는 족쇄의 이미지로 작용하게 된다.사슬을 만든다! 그리고는(선생들을 저기로 가시죠)사회주의 청년들이 사슬로 보여줬던 연대는 사람들을 억누르는 통제 수단이 됐다. 그들은 신학생들을 통제해 책을 불태우는 반달리즘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대결>(1968년, 미클로시 얀초 감독作)은 인간 사슬이 가지는 상호평등의 연대의 이미지를 제시하고 그것을 반전시켜 그들이 가지게 되는 폭력적인 족쇄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상적인 목적을 가진 운동이 타인을 억압하는 운동으로 변하는 과정을 매우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연출이라 할 수 있겠다.이 사슬의 이미지는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관찰되며 카메라는 롱 테이크로 이것을 계속해 쫓아간다. 감탄할만한 부분은 이 영화가 화면을 구성하는 인원을 계속 쫓아가며 카메라를 계속 이리저리 옮김에도 흐름과 이미지가 잘 무너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연출은 시시각각 변하며 양면성을 띄기도 하는 권력의 흐름을 매우 성공적으로 표현해냈다. <순응자>가 그러하듯 어떠한 이미지는 한 개 이상의 성질을 지니기도 하며(사실 그러한 경우는 매우 많다.) <대결>이 그러하듯 그것에 집중해 두 가지 이상의 함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
작성자 : 북백하고정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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