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X 없앨 테니 ‘.exe'를 설치하라고???

우려했던 일이 결국 벌어지는 걸까? 정부가 온라인 쇼핑몰 업체들에게 액티브X를 폐지하라고 지시했고, 그 결과 내년부터는 ‘.exe’ 파일을 설치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다.

다음은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가 29일 보도한 내용 중 일부다.

규제개혁회의 이후 미래부와 금융위, 카드업계 등은 액티브-X의 대안 찾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카드사들은 보안파일을 설치하지 않은 채 결제를 진행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며 보안프로그램 설치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액티브-X를 없애는 대신 다른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머니투데이 12월29일)
이게 무슨 액티브X 새로고침하는 소리일까?

그동안 뭐가 문제였는지 분명히 하자. 왜 ‘액티브X 폐지+대체 보안프로그램 설치’가 대책이 아닌지 알 수 있다.

1. 웹표준을 지키지 않는 결제 체계

그동안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국내 인터넷 쇼핑 결제 체계가 웹표준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결제를 하려면 무조건 윈도우-익스플로러를 써야 하는 것도 웹표준을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개발한 액티브X는 ‘웹표준을 지키지 않는 결제 시스템’을 대표하는 하나의 상징일 뿐이지, 애초부터 문제의 핵심이 아니었다. 액티브X만 없앤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참고로 월드와이드웹컨소시엄(W3C)은 ‘HTML5’를 공식 권고안으로 지정한 바 있다. ‘.exe’ 보안프로그램 따위는 물론 이 웹표준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액티브X...
2. 이용자에게 보안책임을 떠넘기는 구조

제품을 고르고 배송지와 결제정보를 입력한 뒤 ‘결제’를 클릭하는 순간 느닷없이 ‘액티브X를 설치해야 하니 페이지를 새로고침 한다’는 안내가 뜬다. 주먹을 불끈 쥐고 할 수 없이 ‘설치’를 누르면 결국 키보드보안이니 해킹방지프로그램이니 하는, 믿어도 좋을지 도통 알 수 없는 프로그램들을 강제로 설치해야 한다.

이게 다 ‘보안’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우리는 안다. 아마존이나 이베이, 다른 어떤 해외 쇼핑사이트도 이런 식으로 이용자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런데 ‘.exe’ 파일을 또 깔아야 한다고?

사실 우리는 이런 식의 ‘땜질 처방’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있다. 공인인증서가 위험하고 불편하다고 했더니 뜬금없이 ‘액티브X 없는 공인인증서’를 만들겠다고 하고, 주민번호 수집이 문제라고 하니 ‘아이핀’을 오프라인에서도 쓰자고 했던 게 바로 한국 정부였으니 말이다.

그래도 이건 좀 심한 게 아닐까?

업계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로는 액티브X 대신 다른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하는 정부의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용자들 입장에선 우리(온라인 쇼핑몰)가 설치팝업을 띄우는 걸로 인식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업계의 거센 반발에도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정부 관계자는 "업체들을 만나 일단 액티브-X만 아니면 되니 보안프로그램을 다 바꿔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머니투데이 12월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