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기하와 얼굴들ㅡ 사람의 마음
처음에 듣고 누구나 다 공감할 수 있는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야자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내 동생 어깨도, 알 수 없게 구는 애인 때문에 속 끓이는 우리 언니 어깨도, 일 끝나고 퇴근길 정체에 차 안에서 짜증나는 우리 부모님 어깨도.. 어리고 나이 들고를 떠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어깨를 다독여 줄 수 있는 노래인 것 같다. 못된 생각일지 몰라도 가끔은 나 혼자만 힘든 게 아니라는 생각이 적지 않게 위로가 될 때가 있는데 이 노래를 들었을 때 그런 위로를 받았다. 윤상 선배님의 ‘한 걸음 더’를 좋아하는 것과 같은 이유로 `그러니까 힘내자!!` 가 아니라 `그래도 힘내자~~` 같은 느낌이라서 그 위로가 너무 허황되지 않은 좀 더 현실적인 위로로 느껴지는 것 같다.

♪ Erykha BaduㅡAppletree 
해외 아티스트 음악 중 특정 곡 말고 가수의 목소리 자체에 빠져서 좋아하게 된 건 오랜만인 것 같다. 나도 좀 더 나이가 들고 목소리에 무게가 생기면 네오소울도 해 보고 싶다. 예전부터 나는 무언가에 심취해 있는 사람들을 보면 약간 무섭다고 생각했었다. 그게 사상이든 어떠한 장르든 어느 한 세계에 꽂혀 깊이 빠져있는 이른바 `아티스트` 들은 어딘가 모르게 너무 순수해 보이기도, 가끔은 기괴해 보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한 곳에 오래 집중하지 못하는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었다. 지금도 그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마음 한 구석에는 그런 한 우물만 파는 아티스트들을 동경하는 마음도 늘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에리카바두의 라이브영상을 보면서 오랜만에 그런 동경을 느꼈다. 내가 꼭 될 수 없어도 그냥 이렇게 유투브에서만 가끔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러운 아티스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