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이도다. 내가 살리도다. 내가 상처 입히고 내가 치유하도다. 나의 손을 벗어날 수 있는 자는 한 사람도 없노라. 나의 눈이 닿지 않는 자는 한 사람도 없노라」

   절대로 이길 수 없다고 안 적에게 어째서 도전할까.

   말할 것도 없이, 그가 노리는 것은 처음부터 그것뿐이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너————너, 네놈, 네놈……!」

「입 다물고 있어라. 혀 깨문다」

   신부는 노인의 머리를 움켜쥐고, 그대로 지상으로 낙하한다.

「이————!」

「부서질 지어다.

  패한 자, 늙은 자를 내가 부르노라. 나에게 맡기라, 나에게 배우라, 나에게 따르라.

  휴식을. 노래를 잊지 말며, 기도를 잊지 말고, 나를 잊지 말라, 나는 가벼워, 모든 무게를 잊게 하느니라」

   용서 따위 없다.

   노마술사의 육체를 지면에 내동댕이쳐, 온몸의 뼈를 부수고, 머리를 움켜쥔 채 벽에 세게 박아 넣고는,

「하————그런가, 나를 죽이는가! 좋지, 마음대로 하도록 해라. 하지만 그걸로 뭐가 바뀌나. 네 소망이 이루어질 줄이라도 아느냐!」

「가장하지 말지어다.

  용서에는 보복을, 신뢰에는 배신을, 희망에는 절망을, 빛 있는 것에는 어둠을, 생 있는 것에는 어두운 죽음을」   

   걸었다.

   벽에 핏자국을 남기면서, 담담하게 걷기 시작했다.

「하하하, 하하하하하! 정말 구할 길이 없는 남자군, 아직도 다른 사람과 같은 행복인지 무언지를 구하고 있는 건가! 그러한 것, 너에겐 절대로 없다고 이해한 거 아니었나!」

   벽에 그려져 가는 핏자국 살자국.

   노마술사의 몸은 이미 머리밖에 남아있지 않다.

   질질, 벽이라는 줄에 갈렸다.

   그 머리도, 이미 절반 이하.

   퍽, 소리와 함께 뇌를 벽에 개이면서, 노마술사는 최후의 홍소를 지른다.

「휴식은 나의 손에. 네 죄에 기름을 부어 인을 남기리.

           영원의 생명은, 죽음 속에서 비로소 주어지느니라.

            ————용서는 여기에. 수육한 내가 맹세하노라」

「그래, 너에겐 영원히 없다. 키레여, 너는 태어나면서부터 결함을 가진 자에 지나지 않지. 이 세상의 도리에 녹아 들지 못한 채, 정관하는 자로 계속 존재하도록 해라……!」

「———— “이 혼을 불쌍히 여기소서”(      Kyrie · eleison      )」

   ————사라져가는 홍소.

   눈에는 보이지 않는 무게, 사람의 눈에는 비춰지지 않는 형체가 엷어져 간다. 

   세례영창.

   그들의 성전, “신의 가르침”은 세계에 고정(시스템)화된 마술기반 중에서도, 가장 큰 대령(對靈)마술로 여겨진다.  

   육의 몸으로부터 떠나, 썩어 미쳐가면서도 세상에 떠도는 혼을 “무로 되돌리는” 섭리의 열쇠.

   그것은 거대한 자비로써, 오백 년을 산 노마술사의 망념을 승화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