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JW 메리어트호텔에서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사·제조사 CEO들을 긴급 소집해 휴대폰 체감 가격 상승 문제를 논의하는 간담회를 열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방통위 최성준 위원장, 미래부 최양희 장관, 김용수 정보통신방송정책실장, 김주한 통신정책국장, LG전자 박종석 사장, 삼성전자 이상훈 사장, SK텔레콤 하성민 사장, LG유플러스 이상철 부회장. /이덕훈 기자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 시행으로 휴대폰 체감 가격이 오르자 정부가 통신사와 제조사 CEO(최고경영자)들을 불러 '특단의 대책' 운운하며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기업에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17일 오전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와 삼성전자·LG전자 등 휴대폰 제조사 대표들을 긴급 소집해 간담회를 열었다. 미래부 최양희 장관과 방통위 최성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통신사와 제조사에 휴대폰 보조금 상향 조정과 출고가 인하 등을 요구했다.

미래부 최양희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통신사·제조사가) 기업 이익만을 위해 이 법을 이용한다면 특단의 대책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통위 최성준 위원장도 "어려운 사정들이 있겠지만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생각을 해달라"며 "우리나라 이통사·제조사에 국민이 등을 돌리면 모두가 손해를 본다"고 말했다.

정부의 압박에 통신사·제조사는 "대책을 마련해보겠다"며 보조금 조정 등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하지만 단말기 출고가 인하와 통신요금 인하를 당장 시행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통신·제조사들은 정부의 압박에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는 격"이라며 "여론의 뭇매를 맞을 때마다 정부가 사업자들에게 과징금을 부과하고 경고를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가 시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잘못된 정책을 집행해놓고 문제가 생기니 기업에 책임을 떠넘긴다는 것이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지원금을 올리는 문제는 정부가 시킨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시장 상황 등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해야만 새 요금제가 나올 수도 있고 지원금 정책이 변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이상훈 사장은 출고가 인하 여부와 관련해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출고가가 얼마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최종적으로) 얼마에 사느냐가 중요한데 그런 부분을 해결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기업 CEO들을 소집한 것에 대해 "기업에 압박을 가하거나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관계자들이 논의해보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양희 장관이 말한 특단의 대책에 대해 미래부는 "기업에 칼을 휘두르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업들이 그 정도로 절박한 심정으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데 힘써달라는 차원에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