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끌의 시작

민수는 남들이 말하는 "영끌"의 선두주자였다. 결혼한 지 3년, 아내 지영과 함께 살 작은 아파트에서 시작해, 더 큰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은 부동산 열풍 때문이었다.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지금이 기회다", "부동산은 절대 안 망해"라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더는 늦출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행 대출, 부모님께 손을 벌린 돈, 그리고 모든 저축을 긁어모아 민수는 결국 강남 근처의 작은 아파트를 샀다.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어.' 민수는 확신했다. 아내가 반대했지만, 그는 그저 "이건 우리 미래를 위한 거야"라고 말했다.

"민수야, 우리 무리하는 거 아니야?" 지영이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해?"

"괜찮아. 집값은 무조건 올라. 이게 기회야. 놓치면 후회할걸?"

그렇게 민수는 모든 걸 걸었다.

2. 현실의 벽

하지만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민수가 집을 사고 난 뒤, 부동산 시장은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급격하게 냉각되기 시작했다. 집값은 오르기는커녕 조금씩 떨어졌고, 금리는 점점 높아졌다. 민수는 대출 이자를 갚느라 허덕이기 시작했다.

“아… 또 이자 납부일이네.” 민수는 머리를 감싸쥐며 은행 어플을 켰다. 그때마다 마음속에서 불안이 점점 커져갔다. 아무리 계산해 봐도 수익은커녕, 이대로라면 빚에 눌려 살아갈 날이 더 많을 것 같았다.

지영은 점점 말이 없어졌다. 매일 반복되는 이자 납부와 늘어나는 빚, 그리고 민수의 고집에 그녀도 지쳐가고 있었다. 집안 분위기는 점점 무거워졌다.

"이젠 그만 좀 해.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살 거야?" 지영이 울먹이며 말했다.

"아직 시간이 있어. 금방 다시 올라갈 거야. 조금만 참자." 민수는 자신 없는 말로 변명했다. 하지만 지영은 더 이상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3. 이혼 통보

결국 그날이 왔다. 지영은 식탁에 앉아 차 한 잔을 들고 민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더 이상 그가 알던 지영이 아니었다.

"민수야, 우리 이제 끝내자. 나 더는 이렇게 못 살아."

민수는 그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뭐? 끝내자니… 무슨 말이야?"

"너는 집값만 생각하지?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빚에 허덕이는 이 생활, 그리고 너의 고집. 난 이제 지쳤어."

민수는 입을 열었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처음엔 잘될 줄만 알았던 일이, 아내와의 사이까지 무너뜨리고 말았다.

"우린 이대로는 안 돼. 난 이혼할 거야."

지영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그날 밤, 민수는 텅 빈 거실에 혼자 앉아 있었다. 무너지는 집값과 함께 그의 인생도 무너져 내렸다.

4. 영끌의 끝

민수는 법원에서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으며 마지막으로 지영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모든 걸 끌어모아 꿈꿨던 '성공'은 한순간에 무너져 버렸다. 영끌한 집도, 결혼 생활도, 그의 미래도.

"모든 걸 잃었네…"

집값은 결국 오르지 않았다. 민수는 빚더미와 홀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