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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익 스승이 「반동」 제자를 죽이다

ㅂㅈㅁ(211.219) 2024.06.27 20:48:06
조회 51 추천 1 댓글 2

영광군 피살자 중 열 살 이하 어린이가 2500여 명
 
  때늦은 겨울비, 아니면 때이른 봄비가 내리던 날인 3월5일, 기자는 「죽음의 기록」을 등에 지고 영광으로 향했다. 6·25 당시 영광군의 피살자 2만1225명의 명단은 A4 용지 772장 분량이었다. 피살자 명단을 꺼내 훑어보았다. 명단을 입수했을 때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점이 보였다. 한 살, 두 살, 세 살… 아이들의 죽음이 다른 지역에 비해 유난히 많았다. 대략 수를 세어 보았다. 열 살 이하 어린이가 영광군 전체 피살자 2만1225명의 12%에 달하는 2500여 명이었다. 전국 여성 피살자의 절반 가까운 7914명이 이 지역 여성들이라는 사실과 아이들의 죽음. 그것은 일가족이 학살된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영광을 찾기 前 호남지역 향토사학자인 金井昊(김정호·65) 향토문화진흥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왜 유독 영광 지역의 민간인 피살자가 많은지를 물었다.
 
  『6·25 사변 당시 인민군이 후퇴할 때 미처 지리산으로 못 들어간 빨치산들이 영광 지역에 많이 모여서 빨치산 활동을 했습니다. 그 사람들에 의한 민간인 희생이 컸습니다. 특히 九岫山(구수산·해발351m) 주변 백수면과 염산면에서 민간인 피살자가 많았습니다. 영광 지역의 또 다른 특성은 해방 후 사회주의 색채를 가진 인사들이 많았던 곳이라는 점입니다. 좌우 갈등이 심했던 곳이라는 뜻입니다. 좌익이나 우익 진영 모두 그로 인한 희생도 컸을 겁니다』
 
  金원장의 설명은 기자가 품고 있던 또 하나의 의문, 즉 그렇게 엄청나게 많은 민간인들이 학살당했는데도 왜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은 해소해 주지 못했다. 영광 현지를 찾기 前 기초 취재를 위해 만났거나 전화로 통화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많이 죽었다』거나 『영암에서 제일 많이 죽었고 그 다음이 영광일 것』이라고 말할 뿐 그 수치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몇천 명은 되지 않을까』 하는 정도가 그들이 제시할 수 있는 그나마의 수치였다.
 
  영광 가는 길에 同行을 한 田玲先(전영선·61) 안양 대동서적 사장에게 영광에서 얼마나 죽었을 거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田사장은 영광군 백수면 천정리 출신으로 만 아홉 살 때 6·25 전쟁을 겪었다.
 
  『엄청 많이 죽었어요. 한 수천 명은 될걸요』
 
  ―2만 명이 넘던 데요.
 
  『그렇게 많습니까. 많이 죽었다는 것은 알았지만…』
 
  열여덟 살에 고향을 떠나 자수성가한 田사장은 독실한 원불교 신자로 4년 前부터 6·25 전쟁 때 영광에서 죽은 無主孤魂(무주고혼)을 위한 薦度齊(천도제:돌아가신 조상이나 부모님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齊儀式)를 올리고 있다. 無主孤魂들의 이름이라도 제단에 놓고 천도제를 올리면 좋을 것 같아서 6·25 때 자신의 고향인 백수면에서 죽은 사람들의 명단을 찾았지만 구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田사장은 기자에게 취재가 끝나고 나면 영광지역 피살자 名簿의 사본을 꼭 달라고 몇 번을 부탁했다.
 
  영광군 피살자 名簿를 보면 사망일시가 1950년 6월에서 1951년 2월까지 분포돼 있다. 영광에 인민군이 진입한 시기는 1950년 7월23일이다. 인민군이 진입하기 전에도 빨치산 등 토착 좌익에 의한 학살이 자행됐음을 알 수 있다. 빨치산이 완전 토벌된 때는 1951년 2월20일이다.
 
  1950년 6월에서 1951년 2월 사이의 전라남도 영광군.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는 가운데 기자가 가고 있는 곳은 2002년 3월의 영광군이 아니라 1950년 6월에서 1951년 2월 사이의 영광군이었다.
 
 인민군이 영광을 점령한 한참 후의 일이다. 백수 동초등학교에는 金모라는 교사가 있었다. 金교사는 음악을 잘해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인민군이 영광에 들어온 후 金교사는 본색을 드러냈다. 좌익이었던 것이다.
 
  전씨가 동네 어귀 고구마밭 부근에서 마을 아이들과 놀고 있을 때다. 金교사가 한 아이를 질질 끌고 오고 있었다.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길용리에 사는 2학년 아니면 3학년에 재학 중인 아이였다. 전씨와 함께 놀던 아이들은 金교사가 끌고 오는 아이가 「반동」의 가족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전씨는 그때 끌려오던 아이의 표정이 어땠는지, 몸짓이 어땠는지는 잘 기억하지 못한다. 차마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광경이었기 때문이다.
 
  전씨가 눈을 떴을 때 金교사는 자신이 끌고 온 아이를 칼로 찌른 후 고구마밭 고랑 사이에 처박고 있었다. 전씨는 다리를 후드득 떨었다. 金교사의 목소리가, 6·25 전쟁 前에 학교에서 노래를 부를 때는 그토록 멋지게 들렸던 목소리가 귀신의 음성처럼 웅웅 울렸다.
 
  金교사는 그곳에 있던 아이들을 향해 칼에 찔려 밭고랑에 처박혀 있는 아이에게 돌을 던지라고 외쳤다. 그 아이는 이미 죽어 있는 것 같았다. 아이들은 돌을 들었고 전씨도 돌을 들었다. 전씨는 그때 자신이 들었던 돌의 무게가 천근보다 무겁게 느껴졌다. 차마 던질 수는 없었다. 전씨가 던진 돌은 힘없이 부들부들 떨고 있는 자신의 발 앞으로 떨어졌다. 도망을 갈 수도 없었다.
 
  『도망을 가면 경찰의 앞잡이로 몰려서 가족들을 죽일 텐데 도망을 갈 수 있겠습니까. 당시 우리 백수면 사람들은 피란을 가면 밤손님들한테 반동으로 몰리고, 피란을 안 가면 경찰들에게 빨치산 앞잡이로 몰리던 상황이었어요. 운명을 하늘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6·25를 겪은 영광 사람들에게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단어가 있다. 「숙청」이라는 말과 빨치산을 지칭하는 「밤손님」이라는 단어가 그것이다. 특히 지금은 북한 관련 보도에서나 들을 수 있는 「숙청」이라는 말을, 그들은 일상 용어처럼 사용했다. 강한 자극을 받은 언어는 오래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 영광 사람들이 말하는 「숙청」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6·25 전쟁 중 영광 사람들의 의식 속에서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떠나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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