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반도 평화협정 과정 영향력 발휘 의도
주한미군 감축 및 철수 요구할 수도

(서울=뉴스1) 정은지 기자 = 중국이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 과정에서 중국이 배제되는 것을 거듭 경계하는 분위기다.

중국 외교부 및 북한 조선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3일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만나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번 회담에서 눈길을 끄는 점은 왕이 외교부장이 김 위원장과 면담에서 언급한 '정화기제(停和機制) 전환'이다.

왕 국무위원은 남북한 판문점선언 발표를 환영하면서 "중국은 한반도 전쟁상태의 중지와 정화기제전환 실현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1953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한반도 정전을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하는 '정화기제전환'은 지난 2016년 2월 왕이 외교부장의 입에서 처음 나왔다. 이 시기는 한반도 사드 배치 논의가 이뤄지던 때이기도 하다.

최근 남북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 내용을 담은 판문점 선언이 채택된 가운데 중국이 이같은 입장을 강조한 것은 한반도에서의 영향력 약화를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거 중국이 주도하던 6자회담이 개최되던 시기에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상당하게 크게 작용했으나 최근 남북정상회담 개최 과정에서는 중국의 역할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판문점 선언에는 향후 종전 및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을 적극 추진하기로 한 대목이 담긴 점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표면적으로는 중국이 주장해온 비핵화 해법인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동시에 논의)과 비슷하지만 향후 향후 중국이 논의 과정에서 배제될 수도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되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이 남북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북한을 방문한 것은 중국의 영향력과 역할론을 강조해 배제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이지용 계명대 국제학부 교수는 4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왕이 국무위원의 방북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 중국이 영향력을 갖게 하겠다는 것"이라며 "현재 중국은 과거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데 평화 체제로 가면서 휴전 당사국의 관여 의미가 소멸되는 것을 우려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궁극적으로는 중국이 영향력을 발휘함으로써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이에 따라 평화협정 체결 때 중국이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 성격 변화 등을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이 평화협정에 포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주한미군 주둔 문제"라며 "중국 측에서는 평화협정으로 가는 과정에서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철수 등을 요구할 수가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우리 정부는 종전선언 또는 평화협정에 중국을 포함하는지와 관련해 "중국의 의사에 따라 3자 또는 4자가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기본 입장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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