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총선에서 압승한 집권여당 피데스가 난민 지원 시민단체들을 엄중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독일은 이중국적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들의 독일 국적 박탈을 추진키로 했다. 반(反)난민, 반이민 기조가 유럽 전체를 휩쓸고 있다.

9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둔 헝가리의 집권여당 피데스는 이날 이민자, 난민들의 권리 향상을 위한 단체들을 엄중 단속하겠다며 이를 위한 법안을 의회가 열리자마자 심의해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총선 전에 발표된 법안 초안에는 난민 지원 단체들의 기부금에 25%의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과 정부의 승인 없이는 단체들이 활동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피데스 대변인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다음 달 초쯤 본격적으로 의회 활동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스톱 조지 소로스’ 법안 패키지가 심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 소로스는 헝가리 출신 미국 부호로, 피데스의 난민 정책을 비판하며 난민 지원 단체들을 후원하고 있어 오르반 총리는 지난달 “난민 지원 단체 활동가들이 헝가리를 이민자의 국가로 만들려고 소로스에게 돈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난민과 이민자에게 우호적 정책을 펼쳐왔던 독일 정부도 이날 이중국적을 보유한 지하디스트들의 독일 국적 박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반유대주의적 행동을 반복하는 이민자의 독일 체류권 박탈도 언급했다. 슈테판 마이어 내무부 차관은 이날 풍케미디어그룹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내용의 법안 추진 의사를 밝혔다. 마이어 차관은 “반유대주의적 행동을 하는 이들은 독일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와 신념에 반대하는 이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아르메니아와 조지아를 ‘안전국가’로 분류하겠다고 밝혔다. 안전국가 출신은 난민 자격을 획득하기가 어렵다. 마이어 차관의 이 같은 언급은 2015년부터 이슬람 배경의 난민이 급격히 유입된 데다, 최근 팔레스타인 시위대에 대한 이스라엘의 유혈 진압을 놓고 비난 여론이 커지면서 반유대주의 행동이 만연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 공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미국, 영국과 같은 선진국들의 커지는 고령화 사회 우려에 대비해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문호를 더욱 개방할 것을 조언했다. 보고서는 “선진국들은 노동 공급을 늘리기 위해 이주 정책을 다시 생각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