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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일 할 능력은 있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쉬는 이른바 '백수'가 200만명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은퇴시기가 빨라진 중장년층 뿐 아니라 젊은층 사이에서도 직업을 구하지 않고 그냥 쉬는 사람들이 많아져 경제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8일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비경제활동인구 중 '그냥 쉬었음'으로 분류된 사람은 202만명에 달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3년 이래 최대다. 종전 최대 수준인 2012년 1월의 201만명을 6년1개월 만에 뛰어넘은 것이다.

비경제활동인구는 만 15세가 넘은 인구 가운데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사람을 뜻한다. 일을 할 능력은 있지만 가사나 학업, 고령, 육아 등으로 노동 공급에 기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이 가운데에서도 일 할 의사가 없는 사람들을 통계상 '쉬었음'으로 분류한다.

실업자는 직업을 구하려는 시도라도 하지만 쉬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노는 사람들이다. 지난달 기준으로 국내 비경제활동인구가 1674만4000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이 중에서 그냥 쉬는 사람 비중은 12%에 달했다.

연령별로 보면 '쉬었음' 인구 증가는 60세 이상 중장년층과 20대 청년층이 주도했다. 지난달 기준 60세 이상에서 쉬는 인구는 85만8000여명으로 10년 전인 2008년 2월 대비 50% 가량 많아졌다. 전체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이는 경기 악화와 이에 따른 고용시장 불안으로 은퇴시기가 앞당겨진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구조조정 등으로 은퇴시기가 당겨진 만큼 더 이상 일하지 않고 집에서 쉬는 중장년층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고령화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면서 해당 연령대의 인구가 크게 늘어난 것도 영향을 끼쳤다.

문제는 20대를 중심으로 하는 젊은층에서도 그냥 쉬는 사람이 늘었다는 점이다. 20대에서 그냥 쉬는 사람은 지난달 기준으로 30만명인데 10년 전에 비해 14.6% 늘어났다. 같은 기간 30대는 쉬었음 인구가 9.3% 감소하고, 40대는 3.5% 늘어나는 데 그친 것과 크게 비교된다.

전체 청년층(15~29세)에서 쉬었음으로 분류된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도 2016년 2.9％에서 지난해 3.2％로 늘어나는 등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일하는 것을 포기한 청년층이 늘어나는 것은 역대 최악의 청년실업률(9.9%)과 장기화 된 경기침체, 사회양극화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니트(NEET)족이 역대 최대 규모인 것도 같은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 젊은층들도 구직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3년 통계를 보면 한국의 청년 비경제활동인구에서 대졸자 중 니트족 비중은 24.4%로, OECD 가입국 중 그리스, 터키 다음으로 세 번째로 높았다.

이지민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원은 "국내 니트족은 2015년 기준으로 전체 대졸 청년생산가능인구의 17.5%를 차지할 만큼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학교에서 직업세계로 이동하는 구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관련 교육프로그램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