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재건축 규제로 뉴타운에 몰린 강남 투자자…"웃돈 2~3억에도 나오면 바로 거래"]

노량진뉴타운 전경 @머니투데이 DB."투자금액이 얼마나 되세요? 요즘은 피(웃돈)를 3억 넘게 불러도 하루 만에 거래가 돼요."

지난 23일 찾은 노량진뉴타운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선 연신 전화벨이 올렸다. 전세를 끼면 얼마에 투자할 수 있느냐, 지분투자를 할 만한 빌라 매물은 없느냐 등의 문의가 쇄도했다.

소액투자 물건은 씨가 말랐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본격화된 지난해 8월 이후부터 강남 지역 투자자들이 몰려 상당수의 매물에서 손바뀜이 일어났다. 매물이 나오면 물건을 보여주는 와중에 다른 곳에서 계약이 체결돼 버리는 경우도 다반사다.

노량진 소재 중개업소 대표는 "작년 여름 노량진3구역 빌라에 실투자금 3억원으로 지분투자 한 분은 반년 만에 5억원대로 뛰었다며 다른 매물이 또 없느냐고 전화가 오기도 했다"며 "단기에 너무 많이 오르다 보니 재개발 규제가 나오는 게 아니냐고 걱정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고 귀띔했다.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겹겹이 강화하면서 서울 주요 재개발 구역으로 투자 수요가 옮겨가고 있다. 사업 추진이 속도를 내기 시작한 노량진, 청량리를 비롯해 노른자 입지로 주목받는 한남뉴타운의 매매가격이 단기 급등하면서 매물도 자취를 감췄다.

◇집값 오르자 사업 추진도 활기…인근 상도동 신축까지 '급등' 

노량진뉴타운은 강남과 강북을 잇는 교통 요지로 입지는 좋지만 사업진행 속도가 더뎌 그간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아 왔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투자 수요가 재개발로 옮겨갔고 집값 상승에 사업 추진도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최근 노량진뉴타운 8개 구역 중 3개 구역에서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위한 주민 동의가 이뤄진 것도 이 같은 열기를 반영한 결과다. 낡은 단독주택과 다세대주택 몸값도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지난해 초 3.3㎡당 2000만원 초반이던 집값이 1년도 안돼 2500만~3000만원선으로 뛰었고, 집주인들도 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기다.

노량진뉴타운 개발이 마무리되면 8개 구역에 총 8000가구가 넘는 아파트가 공급된다. 개발호재 등으로 인근 새 아파트 분양권 가격도 10억원을 돌파했다. 동작구 상도동 상도1구역에 재건축된 'e편한세상 상도 노빌리티' 전용 84㎡는 최대 11억5000만원까지 시세가 치솟았다. 2년 전인 2016년 6월 분양가가 6억8400만~7억3000만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2배 가까운 상승세다.

◇한남뉴타운 3.3㎡당 1억원 돌파…청량리도 '부르는 게 값'

한남뉴타운 상황도 마찬가지다. 한남뉴타운 내 소형 빌라는 지난해 초 3.3㎡당 7000만원이었지만, 현재는 1억원을 넘어섰다. 소형 단독주택도 3.3㎡당 5000만원에 육박한다. 전용 33㎡ 빌라가 10억원이 넘는 등 다른 뉴타운에 비해 투자금액이 크지만 강남권 투자자들이 일찌감치 몰리면서 매물은 품귀다. 

한남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분 3.3㎡당 1억원이면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최소 6000만원선은 되어야 사업성이 나온다"며 "입지가 좋고 한강변이어서 신흥 부촌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지만, 강남 수준의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청량리역세권 개발이 탄력을 받고 있는 청량리뉴타운도 최근 1년 새 매물이 거의 소진됐다. 오는 8월 분당선 연장선 개통과 여의도·용산을 지나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B노선, 강남을 지나는 GTX C노선 추진 등 교통망 확충에 대한 기대감이 높기 때문이다. 인근 동대문구 전농동 '래미안 크레시티' 전용 84㎡은 실거래가가 8억원에 육박했고, 2397가구 대단지인데도 매물이 없다.

시장에선 정부의 재건축 규제 강화로 뉴타운 투자 열기가 당분간 지속 될 것으로 본다. 최근 강화된 안전진단을 받아야 할 필요가 없고, 개발 차익에 대한 과세부담도 재건축보다 크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사업 추진 기간과 사업성, 추가 규제 가능성 등을 고려해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