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생 시절 범생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엄마가 교육열이 강해서 꾸역꾸역 학원 다닌 결과 학업에서 완전 뒤쳐지지 않았다

나도 좀 자존심이 상했고, 엄마 성에도 안차서 결국 난 재수를 했고 성대 경영 나옴.

남들이 다들 명문으로 인정하는 연고대 이런 급은 아니지만,

엄마도 그렇고, 아빠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성대 경영 정도면 어디 가서 꿀리지 않으니 만족했음

올해로 내 나이가 31살인데 군대 전역한 24살 1월 부터 부갤이랑 주갤 기웃거리다 보니

돈에 대한 때?가 좀 빨리 묻었다.

재산 인증, 계좌 인증 사진 올라오는거 보다보니 우리집도 궁금해서

안방 장농 뒤져서 부동산 거래 계약서, 금융자산 거래계약서 찾아보고,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우편물 오면 관심 있게 쳐다 보는 등 우리집이 얼마 있는지 점점 알아 갔고

원체 내 성격이 성공에 대한 갈망이 별로 없는 편이었는데,

부갤에서 돈 이야기 하는거 읽어보니 우리 집 정도면 내가 일 안해도 평생 먹고 살만하구나 라는 나태한 생각이 20대 중반 부터 들었다

엄청난 부잣집은 아닌데, 내 인생 일안해도 먹고 살만 하겠더라

그래도 재수 끝에 대학도 나왔고, 졸업할 즈음이 되니까 엄마의 교육열이 취업렬?로 바뀌더라

그리고 26,7 즈음 마침 여자친구가 없었는데, 남들이 듣기에 큰 회사 취업해서 명함을 미끼로 연애도 하고 싶더라

그래서 남들이 준비하는 어학, 자격증 따서 27살 하반기에 메이져 금융권 회사 경영지원으로 취업했다.

적성도 없고, 꿈도 없다. 걍 남들이 인정해줄 만한 명함이 필요 했고,

취업해서 소개팅도 많이하고, 연애도 많이 했다

근데 사회초년뽕도 슬슬 빠져서 이젠 완전 의욕이 없다

회사 내에서 내 실력을 인정 받아 승진하고 싶은 욕구도 없고,

(사실 경영지원이라는 직무가 딱히 실력을 인정받기 어렵긴하다 ㅋ, 그래서 부서에 초대졸 여직원이 절반 이상이다 ㅋ)

돈을 열심히 모아서 재테크를 하던가 뭔가 내 인생 진일보하겠다는 의욕도 안생긴다.

그래서 회사를 관두고 새로운걸 해볼까도 잠시 생각해봤지만

나도 참 웃긴게 직장은 다니고 싶더라 ㅋㅋ

워낙 의욕이 없고, 주체적이지 못한 성격이라서 그런지 직장인 삶을 포기하지 못하겠더라

소속없는 프리랜서가 되던가, 내가 내 사업을 주도하는건 생각만 해도 싫다.

무엇보다, 흔히들 말하는 노예근성이 나를 두고 하는 말 같더라

남들 보다 일찍 출근하고, 상사가 과업을 시키면 괜히 일 잘한다는 말 한마디 듣고 싶어서 지시 받은 과업에서 약간 더 앞서나간 정보까지 같이 요약해 주고

술 좋아해서 회식도 막차까지 참석하고 ㅋㅋ

내가 처한 모든 상황이 딱 나에게 커스터마이즈 된 상황인데도 하루하루가 즐겁긴 커녕

아무 생각없이 아침에 일어나서 샤워하고, 출근해서 지시 받은 일 처리하고

퇴근하면 부서 사람들이랑 의미 없는 노가리 까면서 술 마시고

주말에는 친구들 만나서 술 먹고

걍 아무 생각 없이 사는 동물과 비슷한 수준인데

그렇다고 해서 삶에 의욕 제고하기 위해 삶에 변화를 주긴 싫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나 처럼 살고 있는건데

내가 유독 인간의 삶이란 것에 크게 의미 부여를 해서 내 스스로가 문제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이렇게 살다가 결국 예상치 못한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건 아닌지

요즘 쫌 불안한 생각이 자주 든다...

걍 눈팅러인데 시덥지 않은 글 써서 미안하고

혹시 나와 같은 생각을 했었던 부갤러들 있으면

조언 좀 한 마디씩 해줘

금요일밤인에 신나지도 않고 걍 축쳐져 있다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