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LS·코오롱·CJ·한국타이어·세강 등도 자제들 승진
왼쪽부터 정기선(35) 현대중공업 부사장 겸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조현식(47)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총괄부회장, 이경후(33) CJ그룹 상무. 현대중공업·한국타이어·CJ 제공
올해도 주요 재벌기업의 임원인사에서 총수 자제들의 ‘초고속 승진’이 이뤄졌다. 입사 4년 만에 ‘기업의 별’인 임원이 되거나, 나란히 승진한 임원보다 6배 빠른 총수 3세도 있었다. 경영권을 물려주려고 능력도 입증되지 않은 자녀를 무리하게 승진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주요 재벌기업의 연말 인사 현황을 살펴보면,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35) 현대중공업 전무는 현대중공업 부사장 겸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27살이던 2009년 현대중공업에 대리로 입사한 지 8년 만에, 전무 승진 2년 만에 올라섰다. 정 부사장의 승진 속도는 함께 현대중공업모스 부사장이 된 정명림(58)씨보다 4배 빠르다. 정명림 부사장은 1983년 입사해 부사장이 되기까지 34년이 걸렸다. 다른 재벌의 30대 총수 3·4자제가 임원 승진한 것에 견줘도 빠른 편이다. 한국타이어는 3세가 사실상 경영권을 승계했다. 조양래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회장의 장남인 조현식(47)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대표이사가 총괄부회장으로, 차남인 조현범(45) 한국타이어 사장은 한국타이어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두 사람은 각각 1997년, 1998년 입사했다. 이들의 승진은 전문경영인인 서승화(69) 한국타이어 대표이사(부회장)보다 4.8∼6배 빠르다. 서 부회장은 1973년 한국타이어에 입사해 24년만에 상무로 승진해 2007년 대표이사가 됐다. 반면, 조현식 부회장은 입사 4년, 조현범 사장은 5년 만에 상무가 됐다.
엘에스(LS)그룹에서는 두 명의 3세가 승진했다. 엘에스니꼬동제련 구본혁(40) 전무는 입사 14년, 전무 승진 3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고인이 된 구자명 엘에스니꼬동제련 회장의 아들이다. 엘에스그룹 구자열 회장의 아들 구동휘(35) 엘에스산전 이사는 이번에 상무로 승진했다. 구 상무는 2013년 엘에스산전에 차장으로 입사해 3년 만인 지난해 이사로 승진했었다.
세아 그룹에서는 3세인 이휘령(55), 이태성(39), 이주성(30)씨가 한꺼번에 사장에서 부회장, 전무에서 부사장,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한 단계씩 승진했다.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의 아들인 주성씨는 2008년에 입사해 5년만에 세아제강 상무에 올랐다. 세아제강 부사장으로 승진한 권병기(58)씨는 상무가 되는 데만 26년이 걸렸다.
30대인 총수 자제들이 ‘별’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 지에스(GS)그룹에선 지에스네오텍 허정수 회장의 큰아들인 허철홍(38) ㈜지에스 부장이 입사 8년, 부장 승진 3년 만에 상무를 달았다. 지에스에서 새로 선임된 상무 가운데 가장 젊다. 코오롱그룹 이웅열 회장의 장남인 이규호(33) 상무보는 입사 5년, 상무보 승진 2년 만에 ㈜코오롱의 상무로 승진했다.
씨제이(CJ)그룹 이재현 회장의 큰 딸인 이경후(33)씨는 입사 6년 만에 상무로 승진했다. 올해 3월 상무대우로 승진한 데 이어 여덟달 만이다. 남편 정종환 씨제이 미국지역본부 공동본부장(37)도 함께 상무가 됐다.
이에 대해 재벌닷컴 정선섭 대표는 “지배구조와 경영권 승계 관련 규제가 계속 강화할 조짐이어서 주요 재벌들이 자녀 승진을 더욱 서두르는 것으로 보인다”며 “경험과 능력을 쌓지 않은 3·4세의 고속 승진으로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경제 전체의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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