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법에 맞지 않는 외래어 남용으로 정체불명의 이름을 갖는 아파트가 잇따라 나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입지 특성을 반영하고 다른 아파트보다 월등하게 지어진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온갖 좋은 미사여구가 덧붙여지는데, 이 과정에서 지나친 외래어나 합성어가 사용되면서 민망한 이름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법에 맞지 않는 외래어 남용으로 정체불명의 단지 명을 가진 재건축 아파트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DB
총 공사비만 10조원으로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꼽히는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는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클래스트(THE H Class+est)’라는 이름으로 탈바꿈한다. 디에이치는 현대건설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지난해 ‘개포 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디에이치 아너힐즈’에 처음 적용됐다. 반포 주공1단지 재건축 단지명인 클래스트는 최상급 클래스라는 뜻을 담은 것인데, 최대·최고·유일 아파트 단지를 짓겠다는 현대건설의 생각이 담겼다. 하지만 명사 ‘class’에 최상급 접미사인 ‘-est’가 붙어 어법에 어긋난 엉터리 영어다. 접미사 ‘-est’는 형용사 뒤에 붙어야 한다.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컨소시엄이 강동구 고덕주공3단지를 재건축해 짓는 ‘고덕 아르테온’도 알쏭달쏭한 이름이다. 아르테온은 예술을 상징하는 ‘아트(Art)’와 신을 상징하는 ‘테온(Theon)’의 조합으로, 고덕주공3단지가 가진 뛰어난 입지를 보여주고 입주자의 자부심을 높인다는 목적에서 정해졌다. 하지만 녹지가 많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지어진 인근 ‘고덕숲 아이파크(고덕주공 4단지)’와 비교하면 단지 장점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고덕 그라시움(고덕주공 2단지)’도 마찬가지로 입지 특성을 알기 어려운 애매모호한 이름이다.

삼성물산이 서대문구 가재울 5구역을 재개발해 짓는 ‘래미안 DMC 루센티아’도 단지 명이 대체 뭘 의미하는지 쉽게 알 수 없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은은하게 빛난다는 의미를 가진 ‘루센트(Lucent)’와 중심을 뜻하는 ‘센터(Center)’, 휘장·배지를 나타내는 ‘인시그니아(insignia)’를 결합한 단어라고 설명하는데, 이런게 가재울 5구역의 입지 특성이나 단지 특장점과 연결되지 않는다.

앞서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는 재건축 단지 명을 ‘헬리오시티’로 정했는데, 일부 조합원들이 “헬에서 지옥이 연상된다”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강남구 개포주공 2단지 재건축 단지인 ‘래미안 블레스티지’도 블레스(bless·축복)와 프레스티지(prestige·명예)가 합쳐진 이름인데 조합원들 사이에서 단지 명이 어색하다는 비판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