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리모델링이 재건축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도권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재건축이 제한된 노후 아파트가 리모델링으로 사업을 전환한 데 이어, 서울에서도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선택하는 아파트 단지가 잇따르고 있다.

리모델링은 초과이익 환수제 적용을 받지 않는 데다가 용적률 제한도 재건축 아파트보다 낮아 사업성을 확보하기 나아졌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재건축에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규제를 덜 받는 리모델링이 주목을 받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분당, 일산, 평촌 등 노후 아파트가 많은 1기 신도시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가 늘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 한솔마을 5단지(1994년 준공)가 1기 신도시 최초로 리모델링 안전성 검토를 통과했고, 분당 매화 1차(1995년 준공)와 경기 안양시 안양 목련 우성 3차(1992년 준공) 등은 건축 심의를 준비 중이다.

성남에서 지은 지 15년 이상 된 리모델링 대상 아파트는 175개 단지 11만336가구에 달한다. 2014년 성남시는 이 중 리모델링 1차 시범단지로 5개 아파트 단지를 선정했다. 올해 8월 수도권 1기 신도시 중 처음 리모델링 안전진단을 통과한 한솔마을 5단지는 3개 층을 위로 올리고 1개 동을 추가하는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서울에서도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가 속속 나오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대청, 서초구 잠원동 한신로얄, 송파구 가락동 현대6차, 성동구 옥수동 옥수극동, 용산구 이촌동 현대맨숀, 강서구 등촌동 부영아파트 등이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촌동 현대맨숀은 리모델링 사업의 난관이었던 한강변 경관 문제를 해결해 관할 구청의 사업계획 승인을 앞두고 있다. 최고 15층, 8개 동, 653가구의 현대맨숀은 2006년 조합 설립 이후 2015년 포스코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리모델링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리모델링을 통해 단지 내 최고 층수가 22층으로 높아지며 97가구가 추가로 늘어난다.

옥수극동아파트는 지난달 쌍용건설을 리모델링 시공사로 선정했다. 현재 지하 1층 ~지상 15층 8개 동, 900가구 단지를 수직증축해 지하 5층~지상 18층, 8개 동 총 1035가구로 새로 짓는다. 증축을 통해 늘어난 135가구는 일반분양한다. 전용면적 85㎡ 미만 가구는 전용면적이 최대 40%, 전용면적 85㎡ 이상 가구는 전용면적이 최대 30%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리모델링은 낡은 아파트 주거환경을 개선한다는 점에서 재건축과 같지만 사업 방식이 다르다. 재건축은 기존 건물을 허물고 완전히 다시 짓는 방식이다. 리모델링은 건물을 받치는 기본 구조물을 그대로 둔 채 고쳐 짓는다. 재건축은 준공 30년 이상 된 아파트부터 가능하지만, 리모델링은 준공 15년 이상이면 가능하다.

재건축은 건물 안전진단에서 위험 등급인 ‘D등급’이 나오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반면 리모델링은 재건축보다 사업 속도가 빠르고, 사업 추진 절차와 조건 등이 비교적 간소하다. 최근에는 수직증축으로 가구 수를 늘리고 늘어난 물량을 일반분양해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어 리모델링으로 전환하는 단지가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