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금리 하락 원인 '가계 소비성향 둔화'"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 중립금리 하회"
"소비, 투자 정상화되면 완화적 기조도 변할 것"

【서울=뉴시스】조현아 기자 = 집을 가진 40대 이상 장년층이 최근 가계 소비성향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신인석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27일 서울 태평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에서의 '실질 중립금리의 하락 원인'에 대해 가계의 소비성향 둔화를 꼽으며 이같이 밝혔다. 

신 위원은 "2012년 이후 가계의 소비성향 하락은 고령화뿐만 아니라 주택을 보유한 가계가 주도한 요인이 있다"며 "최근 6년간 주택보유가계의 소비성향을 보면 무주택가계에 비해 뚜렷하게 낮았고, 이 현상은 40대 이상 가계에서 특히 현저했다"고 말했다. 

신 위원이 공개한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주택보유 및 연령대별 평균소비성향'에서 주택을 가진 40대의 소비성향은 2011~2016년까지 6년간 평균 76.7%로 6년 전 같은 기간(2006~2010년)에 비해 4.2%p 하락했다. 반면 무주택 가계는 78.7%로 과거보다 1.9%p 하락에 그쳤다. 집을 가진 가계가 소비를 더 줄였다는 얘기다. 60대 유주택자는 같은 기간 7.4%p 떨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집값 상승 추이에 따라 달라졌다고 신 위원은 분석했다. 그는 "최근 2년간 소형아파트 가격은 빠른 상승속도를 보이며 예전의 고점을 넘어섰지만, 중형 이상의 아파트 가격은 예전 수준이거나 이에 미치지 못했다"며 "2012년말 기준 1억원 이상 부채 보유자의 약 80%는 40대 이상 차주였다"고 설명했다. 장년층들이 주로 보유하고 있는 중형 주택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결국 소비에도 부담을 줬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신 위원은 "보통 장년층일수록 미래에 노동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에 전체 자산에서 주택 자산의 중요성이 크다"며 "보유 주택의 규모도 상대적으로 크고, 이들이 주로 가계부채 부담을 지고 있기 때문에 주택가치 하락으로 소규모의 '조정과정'을 겪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소비성향 하락은 실질중립금리 하락에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실질중립금리는 경제가 균형인 상태의 금리라는 의미로 '균형금리'로도 불린다. 통화정책 운용 때 활용되는 '테일러준칙'상 중립금리에 목표인플레이션이 더해지면 기준금리가 정해진다. 

신 위원은 "실질중립금리는 경제주체들이 같은 금리 수준에서 과거에 비해 소비와 투자를 적게 할 때 하락한다"며 "잠재성장률이 하락한 것도 있겠지만, 선진국 경제가 금융위기 이후 부채를 줄이기 위해 지출을 줄이는 '조정과정'을 겪은 점과 국내 가계의 소비성향이 하락한 것이 중립금리 하락의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우리나라의 기준금리에 대해서는 중립금리를 밑도는 수준으로 진단했다. 그는 "통상 기준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낮으면 완화적, 높으면 긴축적 통화정책을 뜻한다"며 "비록 중립금리가 하락했지만 현재 기준금리는 충분히 낮다"고 말했다. 

다만 "소비와 투자가 정상화되면 중립금리 하락현상도 해소되고, 완화적이었던 통화정책 기조도 변화할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조정'의 완료를 조심스레 기대할 만한 시점"이라며 금리인상 여력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