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2대책 후 거래급감
강남4구 93%나 줄었지만
분양권 거래가격은 불변

이미 분양권 쥔 집주인들
대출규제 영향도 없어 
가격 낮추기 보단 버티기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8ㆍ2 부동산 대책 발표 후 분양권 거래량이 급격히 감소했지만 가격은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상 거래가 줄면 가격이 내려가는 경제 상식과는 다른 현상으로, 급할 것이 없는 집주인들의 버티기 전략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1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8ㆍ2 대책 발표 직후 한 달간(8월2일~9월1일) 서울서 매매 거래된 분양ㆍ입주권은 167건으로 직전 한 달간(7월2일~8월1일) 791건보다 78.9%(624건) 줄었다. 특히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으로 동시 지정된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는 같은 기간 237건에서 16건으로 93.2%(221건) 급감했다. 강남구는 8ㆍ2 대책 후 현재까지 분양권 거래가 단 2건에 불과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 수요를 잡기 위해 지난해부터 차례로 분양권 전매 금지 지역을 확대했다"며 "이 영향으로 전매가 가능한 물건 자체가 줄었고 가격 상승 기대감도 꺾이면서 분양권 거래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거래가 위축되면 가격은 하락세를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거래량 급감에도 분양권 거래 가격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일부 단지의 경우 8ㆍ2 대책 발표 이후 되레 가격이 소폭 오른 곳도 있었다. 실제 강남구 일원동에서 지난해 6월 분양된 '래미안 루체하임(일원동 현대사원아파트 재건축)'의 분양권은 지난 7월10일 11억5900만원(9층)에 매매됐는데 8월21일에는 11억7900만원(10층)에 팔렸다. 서초구 방배동의 방배 마에스트로 전용 34.59㎡의 경우 7월17일엔 5억1267만원, 8월29일엔 5억1900만원에 매매 계약서를 썼다. 

지난해 10월 분양한 4932가구 규모의 대단지 고덕그라시움도 분양권 거래량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가격은 역시 8ㆍ2 대책 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지난 7월 말 6억8300만원에 매매된 전용 59.03㎡의 분양권은 8월에 6억8300만원, 6억89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강동구 고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고덕그라시움 전용 59㎡의 경우 호가가 7억원가량인데 매수 희망 가격은 6억원대 초ㆍ중반으로 격차가 크다"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현재 호가에도 사겠다는 사람이 종종 있었지만 지금은 사실상 거래가 끊긴 상황"이라고 전했다.

함 센터장은 집주인들이 버티기에 들어간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향후에도 거래량은 감소하겠지만 가격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미 분양권을 가진 사람의 경우 대출 규제 강화의 영향을 받지 않고, 금리도 여전히 낮아 급할 것이 없다"며 "금리가 크게 오르고 보유세가 인상되지 않는 한 분양권시장에서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