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31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동탄2택지개발지구 부영아파트. 2017.7.31/뉴스1 © News1 오장환 기자
서울시 "우선 공문 받고 사실관계 확인 등 행정절차 진행"
'文 정부 첫 제재 대기업'…불투명한 경영구조·임대료 등 논란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임대주택으로 사세를 키워온 부영그룹이 영업정지 위기에 처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부영주택에 대해 영업정지 등 할 수 있는 모든 제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부영주택의 등록지가 서울시인 만큼 서울시의 판단에 부영주택의 명운이 달려있는 상황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31일 "동탄 부영아파트 품질검수를 위해 3차례 방문했다"며 "점검할수록 새로운 지적사항이 발생하고 있고 졸속공사, 부실시공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동탄 에듀밸리 부영사랑으로 아파트는 올 3월 입주를 시작했으며 1316가구 규모의 단지다. 

경기도에 따르면 '동탄 에듀밸리 부영사랑으로 아파트'를 시공한 부영주택은 이 단지를 24개월 만에 시공했다. 통상 아파트 건설에 32개월이 걸리는 것에 비해 8개월 가까이 짧은 기간이다. 또 경기도가 실시한 3번의 품질검수를 통해 211건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 가운데 201건은 조치됐으나 최근 경기도 화성지역에 집중된 폭우로 이 아파트에 배수불량과 지하주차장 누수 등 하자가 또 발생했다. 

이에 경기도와 화성시가 내놓은 대책은 Δ아파트 시공사·감리자에 대한 제재방안 적극 검토 Δ아파트 하자내역에 대한 추적·관리로 입주자 불만 해소 Δ해당 시공사가 경기도내 시공 중인 아파트 단지에 대한 특별점검과 점검결과 공유로 재발 방지 Δ부실시공 업체에 대한 선분양 제한 제도개선 방안 마련 등 4가지다. 

채인석 화성시장 역시 "하자 보수가 조속히 처리되도록 수차례 협조를 구했음에도 건설사의 미온적 대처로 시민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며 "경기도와 함께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영업정지 등 제재방안 적용 여부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은 고의나 과실로 설계상 기준에 미달하게 시공하거나 불량자재를 사용한 경우 영업정지를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택법도 공사를 잘못해 공중에게 위해를 끼치거나 입주자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혔고 구조안전에 영향을 미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 영업정지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시공사인 부영주택의 등록소재지가 서울시이기 때문에 영업정지 처분권은 서울시가 가지고 있다. 화성시는 부실시공 증빙자료 등을 포함한 공문을 서울시에 보내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우선 공문을 받아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건산법과 주택법에 해당되는 위법 사항이 있는지 확인하고 부영 측 소명을 듣는 등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경기도는 현행 선분양제도가 시공사의 성실 시공을 전제로 마련된 제도인만큼 부실시공 업체에 대해서는 선분양을 제한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부영주택 등 부영그룹은 공공임대 건설지원자금을 받아 급성장하며 재계순위 16위까지 올랐다. 지난해에는 1조원 규모의 삼성생명 태평로사옥과 삼성화재 을지로사옥을 인수하며 화제가 됐고 최근에는 9000억원 상당의 KEB하나은행 을지로사옥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했지만 부영그룹은 문재인 정부의 첫 제재 대기업으로 선정되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부영은 불투명한 경영구조, 임대료 갑질, 부실시공 등 논란을 일으켜 정부 및 지자체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부영 부영그룹 회장이 조카 등 친족이 경영하는 회사와 차명으로 보유하던 회사들을 소속회사 현황에서 고의적으로 누락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또 지난달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대기업 간담회에서 부영그룹이 초청을 받지 못하면서 청와대로부터 미운털이 박혔다는 해석도 나왔다. 농협을 제외한 15대 그룹 중 문 대통령과의 대기업 간담회에서 초정받지 못한 기업은 부영이 유일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전주시와 제주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부영의 임대아파트 사업에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서울시로부터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으면 그 여파는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