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임기 중 국정과제를 제시하면서 5대 국정목표 가운데 하나로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을 거론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해온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중앙과 지방의 상생 발전과 전국이 골고루 잘 사는 대한민국 실현을 위해 지역 공약을 보완·발전시켜 단계적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앙에 집중된 정치·경제 등의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들과 나누는 ‘지방분권 강화 및 균형발전’을 주요 정책으로 제시한 만큼 전국 곳곳의 수혜지역들이 관심을 받고 있다. 

이들 개발사업은 장기적인 로드맵으로 추진되는 것이어서 투자자들은 긴 안목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 권역별로 산업 특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보면, 서울 개발은 ‘권역별 특화형 도심산업 활성화’로 요약된다. 창동·상계동은 동북아 신문화중심지로, 코엑스·잠실 일대는 국제교류복합단지로, 마곡지구는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 산업단지로,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는 디지털미디어 클러스터로 조성된다. 이는 현재 서울시가 추진 중인 개발정책을 정부 과제로 삼겠다는 의미여서 사업 추진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부동산 시장에서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창동·상계동의 동북아 신문화중심지 개발은 강북 지역을 활성화시킬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초 창동차량기지 인근 98만㎡에 복합문화공간과 창업센터 등을 짓는 구상안을 발표했다. 특히 2021년까지 K팝(한국가요) 전문공연장인 ‘서울아레나’를 2만석 규모로 지을 계획이다. 최근 노원구 집값이 고공행진하는 것은 재건축 이슈와 함께 맞물린 이러한 개발 호재 때문이기도 하다.

상암DMC는 서울시가 2000년부터 마포구 상암동 56만9925㎡ 부지에 만든 디지털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무지구다. 방송사와 IT기업, 첨단산업센터 등이 속속 들어가면서 국내 최대 디지털미디어 클러스터로 자리잡고 있다. 이달 말 분양을 시작하는 가재울뉴타운은 상암DMC와 인접했다는 점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강남 코엑스~잠실종합운동장 일대에 조성되는 국제교류복합단지에는 스포츠·대중문화가 결합된 대형 ‘마이스’(MICE, 회의·관광) 단지가 들어선다. 영동대로 지하공간은 기존 2호선 삼성역과 9호선 봉은사역을 비롯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C노선 등 철도노선 7개가 동시에 지나가게 된다.

강서구 마곡지구는 정보기술, 나노, 바이오, 환경 등 첨단 융·복합 연구개발(R&D) 거점으로 조성 중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노후 주거지를 개선하기 위해 연간 10조원 규모의 도시재생 뉴딜정책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인천 등 수도권의 원도심이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수도권 통합 교통 체계를 강화하는 것도 호재다. 수도권 직장인들의 교통비 절감을 위해 추가비용 없이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광역알뜰교통카드가 2019년 도입되며, 내년부터 GTX도 단계적으로 착공한다. A(파주~동탄)·B(송도~마석)·C(의정부~금정) 등 3개 노선으로 운영되는 GTX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차례로 개통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도심의 균형발전을 위해 핵심 지역 외에도 부도심을 거점으로 만들어 그 안에서 업무 및 생산 등 자족기능이 나타나도록 하면서 교통망을 혁신해 도시 간 연결을 밀접하게 해주는 것”이라며 “다만 장기 사업인 만큼 일희일비해서는 안되며, 가격이 지나치게 뛰어 투기에 악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지방 잠재력 극대화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지자체를 돌며 여러 가지 개발계획을 약속했다. 이번에 발표한 지역 공약은 총 143개다. 정부는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 및 지역발전위원회가 총괄해 이 공약들을 상시 관리하기로 했다.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는 “수도권으로 자원 집중과 전국적인 도시 쇠퇴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 지역이 가진 잠재력 극대화로 자립적 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큰 틀이 제시돼 있다.

우선 정부는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행정중심도시로 완성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행정자치부와 미래창조과학부를 세종시로 이전하고, 국회 분원도 신설하기로 했다. 또 국제지구 유치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기능지구 활성화, 세종~청주 고속도로 건설 등을 추진해 국가중심도시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하반기 세종시에 분양을 준비 중인 10개 단지, 9113가구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지원이 주요 국정과제로 공론화되면서 강원도 역시 개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특화도시인 원주는 부론산업단지가 ‘디지털 헬스케어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돼 국내 최대 의료산업 클러스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춘천시는 레고랜드 테마파크를 연계한 ‘스마트토이 도시’와 소양호 수열에너지를 활용한 ‘데이터센터’ 조성 등의 지역 개발사업이 추진 중이다.

부산에 대해서는 ‘동북아 해양수도로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김해신공항을 동남권 관문공항으로 건설하고, 명지국제신도시 등 기존 개발계획을 통합해 공항복합도시로 만들겠다고 했다. 북항 재개발을 통해 신해양산업 중심지로 육성하겠다고도 했다.

광주와 관련해서는 미래자동차 산업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공약이 나왔다. 친환경 자동차 관련 산업을 키우기 위한 정책을 지원하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광주시 광산구와 전남 함평군에 413만㎡ 규모로 조성되는 빛그린산단 등이 국내 최대 신자동차산업밸리로 성장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이번에 발표한 지역 공약은 이미 지자체에서 진행 중인 개발사업을 한데 모아 중앙정부가 돕겠다는 취지”라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개발사업 진행 속도와 개발을 위한 용도변경이 된 부지인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