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영숙이 좋다는 글 꽤 썼는데

지금도 10일 방송분 영숙이 분량 우는 모습들 보면서 감탄하고 있단 말이지.

근데 계속 보다가 내가 왜 영숙이를 이렇게 좋아할까 생각을 하는데,

좋아하는 이유는 당연했지 애초에 난 영숙이 같은 캐릭터가 아니고 정반대의 사람이라서 끌렸던거지.

난 어렸을 때 믿음을 줬던 사람(아부지)한테 계속해서 믿음을 배신 당했다

아부지가 술을 많이 좋아했는데(이건 긍정의 단어라 중독에 가깝다고 할 수 있지 병원을 간 적도 있으니까) 

매번 그랬어 안먹는다고 하고 먹어서 사고치고 엄마랑 가족 못살게 굴고

암튼 안먹는 기간엔 사람이 그렇게 좋을 수 가 없는데

술을 먹기 시작하면 또 속썩이고 그래서 나나 가족들이 줬던 믿음을 계속해 배신해버려서

언젠가부터 아부지도 그렇고 타인에게 마음을 쉽게 열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그렇게 뒤틀려 빚어진 내 마음이 어쩔 수 없이 계산적으로 만들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 같고

아직까지도 관계에 있어서 그러지 말자고 다짐하지만 이해관계를 따지게 되는게 있단 말이지

근데 영숙은 보니까 그렇지 않은 게 아니라 그냥 내가 되고 싶은 그 이상형이란 말이야 내가 생각하는 내 인격의 어떤 지점에 이미 다다른 사람 ㅜㅜ

그래서 내가 29살에 어렵게 첫 연애를 시작하기도 했고, 

그 이후에도 약 10여년 동안 몇명을 거치긴 했지만 1달을 넘기지 못했다.

상대가 나한테 조금이라도 마음이 식거나 날 시험해보려는(흔히 밀당이라고 하지) 기미가 보이면 바로 떨어져나갔어

그러다가 지금 사귀고 있는 애인이랑 만났단 말이야.

작은 책방 독서모임에서 알게 돼서 정말 자연스럽게 연애까지 이어졌어.

근데 진짜 좀 소름돋는게 지금 내 애인이 영숙이랑 닮은 점이 있는거야.(외모는 다르지만 ㅎㅎ)

어디 가서 힘들어도 좀 웃는 스타일이고, 

사교성도 좋아서 직장 내에 반목하는 두 세력 어디에 기울지 않고 양쪽 사람 만나고(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이상하다고 보지 않아 그게 대단한거지)

영숙처럼 삼각관계 되는거 싫어해서 피하고

만나면 오래 연애하고

예전에 어떤 사람이 그런 말 했는데 사랑하기를 어떻게 멈춰요?라고 했는데 그 말에 어울리는 사람이란 말이지.

근데 영숙이 우는거 보고 있는 날

불현듯 아 내가 지금 만나고 있는 애인의 초창기 모습을 보고 그렇게 빠져있는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라.

물론 애인의 초창기 모습이라는건 내가 바라본 그의 모습이야

그 친구가 지금은 변했다는 얘기가 아니라

벌써 3년 넘게 만났으니 내가 변해서 그 친구를 다르게 본다는거지

그래서 결론은 내 옆에 있어주는 사람은 당연하니까 고맙고 대단하고 사랑스럽다 생각을 못하고

영숙이라는 새로운 외형의 아이디얼한 캐릭터에 빠져서 허우적대는게 

바보같아 보이기도 하면서도

아 내가 그래도 나의 결핍을 채워줄 사람을 만나고 있구나 안도감도 들었다.

지금 애인은 부모님 간병때문에 잠깐 지방에 가있어서

통화도 제대로 못하고 있긴한데

그냥 나는 솔로 보고 내가 누구한테 되게 빠졌는데

그게 알고 보니까 너였다고 얘기해줬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