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데이비드 헤일의 투구는 빠르고, 시원시원했다.
7월 13일 헤일은 제이슨 휠러의 대체 요원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연봉은 50만 달러였다. 헤일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빠른 적응력’을 보이며, 한화 팬들의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특히 마운드 위에서의 ‘효율적인 투구’는 인상적이었다. 헤일은 2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을 65구로 틀어막았다. 무실점은 덤이었다. 빠른 투구 템포로 타자를 제압하는 헤일의 투구는 한화 팬들을 열광시키기 충분했다.
후반기 ‘한화의 희망’으로 떠오른 헤일의 이야기를 엠스플뉴스가 들어봤다.
'프린스턴 졸업생' 헤일의 취미 "타자 분석이 즐겁다"
다소 갑작스레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KBO리그에서의 새로운 도전을 결심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미국에서 트리플A와 메이저리그를 오가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정착하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어요. 한화 입단 제의를 받고, ‘정착’이란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한국행을 결심했어요.
한국에 온 뒤 '정착'이란 꿈을 이뤘습니까.
대전에 와서 올해 처음으로 짐가방을 풀었어요(웃음). 어찌 보면, 오자마자 꿈을 이룬 셈입니다.
대전에 오랫동안 정착하고 싶은 욕심은 없나요?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우선입니다. 저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으로선 대전에 더 살아본 뒤 ‘가족의 의사’를 들어봐야 합니다. 지금은 먼 미래를 바라보기보다 한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때에요.
그렇군요. 7월 24일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상당히 인상적인 투구를 선보였어요. 6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어요. ‘원더풀’이란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좋은 평가 감사합니다(웃음).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을 거라 봅니다. 특히 6이닝을 65구로 막는 효율적 투구가 가장 인상 깊었는데요. 미국에서도 지난 등판처럼 ‘효율적 투구’를 앞세운 투수였습니까.
제가 ‘타자를 맞춰 잡는 투수’인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첫 등판에선 저도 놀랄 정도로 효율적인 투구를 펼쳤어요(웃음). 미국에서도 그런 적이 드물었습니다.
그렇군요.
빠른 승부를 해야, 좋은 결과가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타자들을 효율적으로 상대할 방법을 꾸준히 연구할 계획이에요.
프린스턴 대학교 금융공학과를 졸업한 ‘엘리트’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경력이 ‘스마트한 투구’의 비결일까요?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입니다(웃음). 개인적으로 공부하고 연구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특히 ‘타자 분석’을 즐깁니다.
‘타자 분석’과 ‘대학 생활’의 상관관계가 있습니까.
타자들을 분석하는 일은 학점을 받기 위해 공부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한 건 타자를 분석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한국의 음식, 언어, 응원문화가 인상 깊다"
한국에 온 뒤 가장 인상 깊은 점 3가지를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음식입니다. ‘한국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다행히 입에 상당히 잘 맞더라고요(웃음). 그 다음은 언어입니다. 미국과는 전혀 다른 언어를 쓰는 게 정말 신기해요.
‘음식 이야기’를 들으니 생각납니다. 바로 ‘젓가락질’인데요. 벌써 한국 젓가락질 문화에 적응한 걸로 화제가 됐습니다.
정말인가요? 제 젓가락질 수준을 자체 평가할 기준이 없어 난감합니다(웃음). 젓가락을 사용할 줄은 알아요. 하지만, 아직 ‘젓가락질 고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미끄러운 음식을 단번에 집어낼 수준이 아니니까요.
통역: 외국인 선수들 가운데, 젓가락질을 정말 잘하는 편이에요(웃음).
그라운드 안팎에서 ‘빠른 적응’이 돋보입니다. 음식과 언어 다음, 세 번째로 인상적인 대목은 무엇이었습니까.
팬들의 응원문화가 신선했습니다. 어쩌면 가장 인상깊은 대목이에요. 한국야구 팬들은 미식축구 팬처럼 열광적인 응원을 즐깁니다. 조용한 야구장에서 공을 던지는 게 익숙했던 제겐 ‘문화 충격’ 그 자체였죠(웃음).
NFL(북미풋볼리그), NCAA(전미대학체육협회) 미식축구 팬들은 열광적 응원으로 유명한데요. 야구장에서 ‘미식축구 스타일 응원’을 듣는 건 정말 이색적이었겠어요.
그렇습니다. 제겐 정말 낯선 풍경이었어요. 하지만, 싫진 않았습니다. 한국 팬들의 응원 방식은 제 취향에 ‘딱’ 들어맞았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한국 야구 특유의 ‘응원 문화’가 젊은 팬들을 야구장으로 불러 모으는 연결고리가 될 것 같기도 해요. 정말 독특한 콘텐츠입니다.
‘프린스턴 금융공학도’다운 날카로운 분석입니다(웃음). 시즌 중반 한화에 합류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한화가 10년 동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저는 한화에 우승하러 왔습니다. 한화 팬들과 대전 시민들에게 ‘우승의 기쁨’을 선물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어요.
시즌 중반 헤일이 ‘한화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요?
‘구세주’요? 저도 앞으로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궁금합니다(웃음). 하지만, ‘구세주’ 타이틀을 얻는 것보다 중요한 게 있어요. 바로 동료들과 힘을 모아 승리하는 겁니다. 팀이 승리할 수 있다면, 제가 뭐라고 불리든 상관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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