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망은 방과 후 설렘의 프리퀄인 등교 전 망설임의 줄임말이다.

걸프는 연습 장면과 그 와중에 벌어지는 참가자들 간의 상호 작용을 거의 보여주지 않고

바로 평가 장면으로 넘어가는 통에 시청자가 특정 참가자에 감정 이입할 여지가 거의 없었다.

과정을 생략해 버리고 결과물만을 보여주는 이 저렴하고 선정적인 재현 방식이란...^^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이 가진 애정 능력은 실로 놀라운 것이어서 표피만 스치고 지나가는 방송을

보면서도 시청자 대부분은 나만의 애정의 대상을 물색하고 발견해내서

어리석고 허망한 애정과 성원을 보내게 되지.

인간에게 애정이라는 건 단순히 감정적인 일이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문제여서 이성보다

더 강한 힘을 갖도록 진화해 온 건 자연스러운 거다.

걸프 PD는 상황을 대충 보여줘도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데,

이게 아주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 특정 참가자를 지켜보는 과정을

거치는 것보다 강한 감정적 유대를 느끼기 어렵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방설의 프리퀄인 등망이 이걸 비교적 잘해내고 있구나.

연습 장면과 참가자들이 겪는 고난과 극복 과정-꽤 피상적이긴 하다만-에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건더기 없는 멀건 국물과 같았던 걸프와는 확실히 다르다.

이 정도면 한동안 두고두고 잘근잘근 씹으면서 우러나는 맛을 즐길 만도 하다.

애무의 과정이 섬세하고 길고 정성스러워야 환상적인 오르가즘에 도달할 수 있다.

암튼, 시간 나는 놈은 등망을 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