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저기에 '소위'라고 적은 것은 애매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젊은 신입여직원을 광고주와의 만남에 데려가고 그 자리도 조명 등 애매모호했다는 점에 주목하기 쉬우나 그것만으로 성희롱이라고 하기는 쉽지 않다. 왜냐면 성희롱은 성적인 발언, 행동 등이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이며, 위에서 언급한 사안같은 경우에는 그 자체로 성희롱으로 판정받기보다는 그와 관련한 직장내괴롭힘 형태로 문제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서, 그런 회식자리는 참석하고 싶지 않다고 했을 때 알게 모르게 굴욕감을 준다든지 하여간에 다양하게 갈구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정받기도 쉽지 않은데 직장내 괴롭힘은 반복성을 전제로 인정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부하가 결재를 올렸느데 오타도 많고 내용도 엉망이고 하여간에 너무 성의없이 써서 열받은 나머지 "아이 씨8 색기야. 정신 못 차릴래?"라고 했을 때 그게 단순히 1회성이었다면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정받기는 어렵고 그보다는 일반 형법상 모욕죄 등으로 따지는 것이 더 쉽다.

물론 계속해서 결재올릴 때마다 저런다면 반복적인 것이므로 형법상 모욕 외에 직장내 괴롭힘으로도 인정받기 쉽다. 사실 1회성인 것도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정해버린다면 형법상 폭행죄, 모욕죄, 명예훼손죄는 모두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하게 되는데 이는 노동법과 형법이 본말전도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이번 어도어 사건의 경우에는 사실 성희롱 관련해서는 그 여직원을 광고주와의 식사자리에 데려간 것보다 그 임원이 "남자가 가는 것보다는 젊은 여직원이 가는 것이 더 좋지"라고 말했다는 것이 성희롱으로 인정받기는 오히려 더 쉽다. 명백히 성별에 기반한 발언으로서 그 여직원으로서는 "내가 여자라서 이런 대접을 받는건가?"라는 성적 모욕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당연히 인정받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회식자리 참석보다는 더 성희롱적인 사안이라는 것이다.

결국, 하이브 인사위원회에서 그 여직원의 직장내 성희롱, 직장내 괴롭힘 신고에 대해서 "직장내 성희롱,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정하기는 어려우나, 부적절한 행위였으므로 경고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은 내가 볼 때 현행법상 합리적인 조치라고 생각된다.

여기에서 민희진 대표의 해명문을 보면 기술적으로 꼬아놨는데 내가 지금까지 썼던 용어 중 "성희롱", "부적절" 등을 섞어놓은 것이 그것이다.

내가 위에서 언급했듯이 그 임원의 행위는 직장내 성희롱 또는 직장내 괴롭힘 등 현행법상 위법행위를 했다라고 인정받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 얘기는 만약 그 여직원이 법원 또는 노동부에 신고했더라도 "혐의없음"으로 판정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적절한 것이었냐는 다른 문제이다. 직원이 결재를 올렸을 때 다른 직원들 다 듣는데 "너 대학 어디 나왔어? 부모님이 이따위로 키웠냐? 부모님 욕 먹이는 것이 부끄럽지 않냐? 이 따위로 인생사는 것이 쪽팔리지 않냐?"라고 했다고 치자. 돌아버릴 거다. 그러나 저걸 가지고 직장내 괴롭힘으로 신고하기도 어렵다. 직장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더라도 "혐의없음" 또는 "증거 불충분"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1회성이었다면 그럴 거다.

그렇다고 저게 부적절하지 않았느냐라면 그건 또 다른 문제다. 법적으로 감옥가지 않는다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지금 민희진 대표가 추가 해명을 못하고 있는 것도 이와 관련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혐의없음과 부적절 사이에서 교묘하게 피해갔는데 그 여직원이 부적절의 틈새를 정확하게 공격했기 때문이다.

사실 분노하는 대중들이 있다면 그들이 법률전문가라서 그 임원의 행위가 현행법상 위법행위임을 알기 때문이어서 분노한 것이 아니라 "신입여직원에게 그렇게 시키는 것은 좀 아니지 않느냐?"라는 상식적인 분노에 가깝다.

그 지점을 여직원이 공격한 이상 "현행법상 위법행위, 현행법상 직장내 성희롱, 현행법상 직장내 괴롭힘은 아니다."라고만 해명할 수는 없기 때문에 아마 머리가 지끈지끈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