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저기... 샤렘......"
점심 식사 후 달콤한 디저트를 즐기려던 샤렘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카페 주인 성정수에게 부탁한 새 초코가 지금 막 도착한 참이었다.
원래 샤렘은 이 시간을 방해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이상으로 힘없고 초조한 목소리가 들려오니 자연히 뒤를 돌아볼 수 밖에 없었다.
"헤에..."
지타 녀석이 혼나는 강아지마냥 안절부절 못한 채로 등 뒤에 서있었다
"뭐냐 갑짜기?
초코라면 한 조각 정돈 나눠주마"
"그, 그게 아니고..."
평소엔 씩씩함의 화신 같던 녀석이 이렇게 되다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늘 같이 다니던 푸른 소녀와 붉은 용도 지금은 없는 모양이다.
"내 디저트 타임을 방해하다니, 배짱 한 번 좋꾸나"
"미, 미안... 그래도 도저히 못 기다리겠어서..."
지타 녀석은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의외로 심각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뭐 됐따. 일단 앉아라"
옆에 있는 의자를 권했다.
하지만 녀석은 앉는 시간조차 아까웠던 것인지 바로 말을 꺼내왔다.
"나랑 샤렘은... 아이를 가지는 게 불가능한 거야?"
다른 녀석이었다면 입에서 무언가를 뿜을 타이밍이었겠지.
물론 이 몸은 귀중한 초코를 뿜거나 하진 않는다. 입에 마개도 있고.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어이가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아?"
"방금 들은 건데... 이종족 사이엔 아이를 만들 수 없다고 해서..."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하늘의 세계에선 상식 중의 상식인 이야기인데.
굳이 비유를 하자면 사람이 물 속에서 숨을 쉴 수 없다고 충격을 먹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종족 사이엔 안 생기는 게 당연하잖냐! 이 멍청한 녀석"
"다, 당연한 거야...!?"
하지만 냉정히 생각해보니, 이 녀석은 어린 나이에 기공단의 단장을 하고 있는 몸이다
거기다 특이점이라는 거대한 운명까지 짊어진 처지.
늘 격동 속에서 지내오다 보면 기본적인 상식이 편중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건가.
나중에 확실히 교육해줘야겠구나. 이 몸의 배려에 감사하도록.
"그래서 뭐냐? 날 임신시킬 수 없을 거 같아서 갑자기 걱정된 거냐?
섹슈얼에 솔직해지라고 늘 말하긴 했따만, 설마 이런 식일 줄은 몰랐구나"
"으.. 으으......"
거기서 갑자기 부끄러워하는 거냐.
슬슬 자신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자각하기 시작한 모양이다.
하지만 냉정함을 되찾고 있다면 이야기를 진행시키긴 쉬워진다.
다시금 의자를 가리켰다.
"일단 앉아라.
네놈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충 알았으니까"
말없이 잠시 기다려주자 그제서야 녀석은 쭈뼛쭈뼛 의자에 앉기 시작한다.
나 참, 반려의 말을 좀 들으란 말이다.
"네놈이랑 나는, 이후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했었지?"
"응... 단원들에겐 아직 비밀이지만..."
샤렘은 손에 낀 단아한 금빛 반지를 보면서 말했다.
"나는 아직도 숨겨야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따만 말이다. 현대 사회의 섹슈얼은 정말 성가시구나"
"마, 말하면 안돼!!! 적어도 여행이 끝날 때까진..."
오늘 처음으로 기운 찬 목소리를 들었다.
"뭐 그건 지금은 넘어가자. 결국 네놈은 그거냐?
나중에 나랑 아이를 가질 수 없을 거 같아서 지금 그렇게 울상인 것이냐?"
"그, 그야... 이종족간엔 아이를 못 가진다고 하니까..."
다시 모기소리로 돌아와버렸다. 이 녀석이 이렇게 부끄러워 할줄도 아는구나.
원래는 자기 나름대로 보듬어줄 생각이었지만,
지금 상황을 가만 보니 녀석을 놀려주기 둘 도 없이 좋은 기회이다.
내 디저트 타임을 방해한 죄는 크다고
"호오... 다시 말해 그거냐?
네놈은 내가 임신하는지 어떤지도 모르고 밤마다 매번 그렇게 격렬하게 해댄 것이냐"
"뭐뭐뭐뭐뭐엇!?"
바로 넘어오다니, 정말 쉬운 녀석
"니가 해대는 횟수와 싸대는 양을 보면, 이녀석은 당장이라도 나를 임신시킬 생각이구나 싶어서
내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따만, 니 녀석은 그런 것도 모르고 그저 허리를 흔들었을 뿐이란 건가"
"무무무무무무슨..."
"특히 작년 크리스마스엔 대단했었지. 역시나 기공단의 단장이라 생각했지만,
그게 실은 골 빈 원숭이였을 줄이야. 내 크리스마스의 추억이 이렇게 뒤틀리는가"
"으으으으으으..."
"선택한 반려가 이런 쾌락에 눈 먼 년이었다니, 나도 오랜 기간 잠들어있어서 그런지 한물 갔구나.
이래선 샤하르 녀석이 나한떼 무슨 말을 할지..."
"샤렘!!!"
얼굴이 잔뜩 빨개진채로 벌떡 일어나는 녀석. 이 정도로만 해둘까.
지금 녀석의 반응이 초코 디저트보다 맛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해도 상관없다.
네놈은 나의 짝. 그 사실은 변하지 않고, 내 마음도 변하지 않는다.
네놈의 수명이 다하는 그 날까지, 난 곁에 있으마"
"윽..."
방금전까지 화내려던 얼굴이 바로 두근거림으로 가득차는구나. 역시 쉬운 녀석.
하지만 동시에 슬슬 눈치챈 모양이다.
"잠깐... 방금 뭐라고 한 거야? 마음의 준비...?"
이런 쪽으로만 머리가 잘 돌아가면 곤란하다만
"그래, 멍청한 녀석. 어지간히도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길래 나도 어이가 없떠구나.
뭐 그래도 지금 당장 임신할 생각은 없지만 말이다."
녀석의 얼굴이 점점 펴지기 시작한다. 순수하게 기쁜 거겠지.
감정을 너무 드러내는 것도 좋지 않다만, 뭐 어떤 의미론 섹슈얼에 솔직해진 것인가.
"애초에 종족의 차이 따윈, 나한뗀 무의미하지 그지 없다.
나의 주인에게 부여받은 이 몸을 뭐라고 생각하는거냐.
네놈의 아기는 언제든지 밸 수 있다. 오히려 지금까진 배지 않도록 조절하고 있었다만"
"그런... 거야?"
왜 살짝 아쉬워하는거냐
"그리고 네놈도 좀 더 자신의 처지를 알도록 해라.
인과를 뛰어넘은 특이점, 애초에 네놈에게 불가능한 건 없딴 말이다.
지금까지 온갖 상식을 뛰어넘어 왔으면서 왜 갑자기 이종족 어쩌구 하는 상식에 매달리는 거냐.
여자의 몸으로 그렇게 큰 걸 달고있는 주제에 상식 운운하면서 침울해하지 마라 멍청한 녀석"
"그, 그거랑은 상관 없잖아!
정말..."
오늘 이 녀석의 빨개진 얼굴을 몇 번이나 보는 걸까.
하지만 마침내 안심한듯 의자에 앉아 힘을 풀고 있다.
역시 사랑스럽다. 이 말은 입 밖으론 내지 않을 거지만.
"궁금증이 해결됐다면, 난 슬슬 디저트 타임으로 돌아가겠다만.
너도 같이 먹을테냐? 재밌는 얼굴을 보여준 답례로, 초코 두 조각까지 나눠주도록 하마.
이건 커피 타는 성정수 녀석에 부탁한..."
"샤렘!"
갑자기 껴안아오는 녀석.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놀랐다.
"뭐냐? 임신시키고 싶어졌냐?"
"아, 아냐!!!"
"헤에, 아닌거냐"
"으으... 정말..."
완전히 평소 텐션으로 돌아왔구나.
역시 이 녀석에겐 이런 모습이 어울린다.
녀석을 지탱해주는 것이 지금 나의 역할인 것이겠지.
"오늘밤에 올떼냐? 고민도 해결됐으니 거리낄게 없어졌지?
뭐어 할 일은 이전이랑 다를 바 없겠따만..."
귀 옆에서 작게 '응...'하고 속삭인다.
귀여운 녀석.
오늘밤의 디저트는 어떤 맛일지 기대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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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지 생각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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